서울, 꿈과 욕망의 용광로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 서울의 삶을 만들어낸 권력, 자본, 제도, 그리고 욕망들
임동근.김종배 지음 / 반비 / 2015년 7월

서울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차별과 배척의 도시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한강의 기적을 이뤄냈지만  그로인해 파생된 빛과 그림자, 꿈과 욕망의 불씨를 지피게 만드는 대한 민국의 수도 서울을 흥미롭게 분석한 이책을 펼치면 이런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 한국에만 있는 행정기구인 동사무소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
- 1963년에 갑자기 서울의 면적을 두 배로 확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 그린벨트를 만든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 아파트는 어떻게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되었을까?
-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왜 그렇게 많은데도 지배적인 주거 양식이 못 됐을까?
- 왜 마포가 아니라 테헤란로가 대표적인 사무지구로 자리 잡았을까?
- 왜 서울숲에는 그렇게 비싼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섰을까?
- 송파구에 갑자기 상업지구가 15만 평이나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 청계천 복원 사업과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을 관통하는 의도는 무엇일까?
- 마을 만들기는 메트로폴리스의 고질병인 도심 봉기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서울대 지리학과 임동근교수는 동사무소 출현부터 도심봉기까지 서울의 변천과 변모,추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게 한 법과 제도 그리고 조폭과 재벌들의 땅투기와 매매들을 언론인 김종배씨와 흥미로운 대담으로 펼친다.

1962년 특별시가 되고 1963년 행정구역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결과  수도 서울의 면적은  2배로 늘어나  대도시로 탈바꿈한다.

1965년 이후 매년 50만명의 인구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자 정부는 폭증하는 인구들을 관리하기 위해 기본 편의 시설과 기타 부가 시설을 구축하는 통치전략을 펼친다. 

19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 2년 반 만에 450억원이라는 헐값에 고속도로 짓자는 프로젝트아래  벌판을 국가가 개발할 땐 인근 지주들에게 땅을 환수해 그 일부를 매매(일명그 땅을 ‘체비지’라고 함)해서 정부는 투자 자금이 몰리는 부천, 소사 등의 지역을 그린벨트로 묶어 버렸다.

이렇게 그린벨트를 구축한 대도시 서울은 70년대 들어서자 곳곳에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당시 정부는 '체비지'를 파는 과정에서 땅을 개발하고 아파트를 지어서 같이 파는 것 일명 패키지 개발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최대한 빨리, 많은 주택을 지어서 쏟아져들어오는 인구를 수용하기를 원했던 정부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고 민간 업체를 아파트 시장으로 유인하는데 이때 뛰어든 업체는 '현대건설'이다.

1975년「주택 유효수요 추정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소득수준이 높은  대졸자들은 아파트 선호도가 11퍼센트 넘게 나오고 여자 대졸자를 중심으로 조사하면 25퍼센트가 넘는다. 즉 이보고서의 결론은 이런 아파트를 살만한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지를 조사한것이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고 정부주도의 도시개발의 힘이 약해지자  경쟁하듯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멋진브랜드를 입힌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이라는 독특한 주거공간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부도가 난 건물을 주로 사채업자나 폭력 조직이 인수해서 오피스텔로 개조하면서 대도시 서울은 치고 빠지는 개발업자와 대기업 그리고 임대로 먹고 사는 자본가들의 손에 쥐락펴락하는 모습으로 변모해나간다.

이책은 인구의 변동과 이를 뒷받침하는 권력이 땅이라는 공간을 통해 어떻게 변모하고 발전해나가는지 '정치 지리학적 '관점으로 흥미롭게 분석한다.

620년이 넘게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고 있는 '서울'이라는 도시 생태계속에서 발전하고 공생하는 '주거의 문제'를 통치적이라는 큰틀을 통해 정치-권력-자본이 어떻게 연결되어  어떤 결과와 부작용을 파생시켰는지 대도시 서울의 현재 모습을 한눈에 파악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