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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ㅣ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소비에트 학교의 무용교사인 올가 모리소브나 '그건 그렇고 이다리를 보렴. 홀딱 반할것 같지 않니? 이걸 쉰살된 여자의 다리라고 하면 누가 믿겠니?라며 학생들 앞에서 자신의 치마를 들어올리는 교사.
1920년대 화장과 패션으로 이학교의 유명인사인 동시에 전세계 민속춤은 다 섭렵할수 있는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 열정적으로 가르치면서 독특한 반어법으로 학생들을 자극하는 그녀의 인생을 일본인 전학생이였던 히로세 시마라는 학생이 중년이된이후 자신의 무용 교사 였던 올가 모리소브나의 삶의 행적을 추적한다.
나이도 출신도 알지 못하지만 너무나도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그녀를 잊지못했던 시마는 흩어지고 사라진 지난날이 기억을 찾아 모스크바로 날아간다. 그녀에 관한 자료를 찾던 중 학창시절의 친구와 극적이게 만나면서 올가 모리소브나 라는 여인의 감춰져있던 모습들의 숨가프게 전개 된다.
그녀, 올가 모리소브나는 누구인가?
시마가 추적하는 올가 모리소브나의 삶의 행적들 속에는 소비에트 붕괴이후의 러시아,1960년대의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 그리고 스탈린 통치 시대인 이세개의 시공간이 교차하면서 뿜어내는 고리들이 끊임없이 맡물리고 교차 하면서 곳곳에 깔려있는 복선 '알제리'라는 단어가 세개의 공간들의 연결 고리가 되어준다.
'알제리' 북아프리카의 프랑스 식민지였던 나라 이름이 아닌, 올가의 주름진 목을 꽁꽁감싼 가혹한 운명의 족쇄가 바로 알제리 였다는것을 그녀의 제자였던 시마가 그녀의 얼굴에 두텁게 칠해진 화장을 벗겨내듯이 서서히 밝혀내기 시작한다.
올가 모리소브나가 겪었던 참혹한 세월속에서 세가지의 시공간들이 교차하며 모든 감각들이 총동원된다. 말로 빚어낼수 없는 그 섬뜻했던 시대를 시각,청각,촉각 그리고 지각이 한순간에 합쳐서서 그시대를 뚫고 나온 사람들의 삶, 생존의 몸부림,뼈속까지 텅텅비워버리게 한 굶주림을 소름끼칠정도로 분출 시킨다.
이세상에는 픽션이다, 논픽션이다, 이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허구다라고 외치는 책들로 넘쳐난다. 그러나 독자들은 알고 있다. 인간의 역사가 그들이 걸어온길을 재조명해서 한권의 책으로 쓴다는것 자체가 허구 라는것을 ....
올가 모리소브나가 살아온 삶을 역사가들이 읽게 된다면 그저 코웃음 치듯이 웃을 내용으로 채워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모른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사람들의 삶속에서 지나쳐버리게 되는 역사적 고리들이 단단하게 숨어 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히로세 시마 라는 여인은 지금은 지도상에서 영원히 사라진 국가 '소비에트'를 역사책 마지막 페이지를 채우는 인덱스장에 나올법한 '알제리'라는 단어로 역사학자들이 채우지 못한 한여인의 삶, 영혼마저 송두리채 뽑혀나가버렸던 스탈린 시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읽어보지 않고는 그녀를 영원히 모르게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