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후각을 자극하는 향이 있다.
그 향 중에서 빵 굽는 냄새와 커피 향은 세대와 국적을 불문하고 먹고 싶고 마시고 싶은 식욕을 불러 일으킨다.
빵은 매일 먹지 않아도 커피는 매일 마셔야 했던 나는 현재 건강 상의 이유로 빵과 커피를 먹지 못하게 되었다.
모퉁이를 돌 때 마다 길 건너편 건물 1층 마다 크고 작은 커피 프랜차이즈점이 있는 커피 공화국에서 거리를 걸을 때면 병원 대기실에서도 그리고 병실 복도에서도 구수한 원두 커피 향의 냄새에 커피 중독자에게 견디기 힘들 정도다.
환자가 되어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니 커피에 관한 부정적인 것에 대한 의학적 정보를 수집하게 되었다.

커피에 효능과 성분에 대해 다양한 연구 결과가 발표 될 때마다 신경을 쓰이게 하는 건 바로 기계화된 대규모 커피 플랜테이션 재배 방식 및 수확 방식에서 불거진 대규모 살충제 사용 문제와 발효와 가공 과정에서 배출되는 발암 물질 성분이다.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 중의 하나인 콜롬비아의 경우 전체 커피 생산량이 68%를 기계화 경작 방식으로 재배하고 수확하는 동안 연간 40만톤에 이르는 화학비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커피 생두 1파운드당 반 파운드 꼴의 화학비료를 사용했다고 할 정도로 커피 재배에 엄청난 화학비료가 사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커피재배에 사용되는 화학 비료는 DDT, 말라티온, 벤젠헥사클로라이드 그리고 아크릴아마이드 약품으로 발암물질로 의심 받거나 분해되지 않고 환경을 오염 시킨다는 이유로 미국에서는 사용이 금지된 화학비료다.
2010년 인체에 유해한 발암 화학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Acrylamide, C3H5NO)가 커피에 함유됐다는 경고를 하지 않았다며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프랜차이츠 커피회사들이 고소를 당했다.
재판 과정에서 커피회사측은 화학물질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담당 판사는 태아, 영아, 아동 그리고 성인까지 위험을 줄 수 있다는 데 대해 명백한 반증을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커피회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2018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커피회사에 발암 경고문을 부착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커피 회사측에서 재차 항소를 거듭하며 판결에 의의를 제기 하자 2019년 6월 3일 캘리포니아 환경건강위해평가청(Office of Enviromental Health Hazard Assesement)은 "커피를 로스팅하는 과정 또는 커피를 추출하는 과정에서 야기되거나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커피 속 화학물질에 노출된다고 하여 중대한 발암 위험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법률로 규정하는 대신 커피와 심각한 발암 위험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발암 경고문을 부착하여야 하는 법적 요건에서 커피를 공식적으로 제외하였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주의 법 규정 개정으로 커피에 발암 경고문을 부착하라는 법원 판결은 그 의미를 잃게 되었다.
전 세계인들의 기호 음료인 커피에 이런 제조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는 사실도 충격 이였지만 대규모 커피 회사의 로비와 총 공세에 미국 캘리포니아 주 법원이 경고문 부착 같은 강경함에서 한 발 물러 난 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반드시 열을 가해 볶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볶아진 정도에 따라 커피의 향과 맛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커피재배에 사용되는 화학 비료 중 하나인 아크릴아마이드는 무색무취의 결정성 고체로 정수시설이나 폐수시설의 응집제로 널리 사용되는 화학 물질이다.
이 화학 물질이 사람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킨다는 엄청난 사실이 2002년에서야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스웨덴의 어느 시골마을의 터널 공사에 참여한 노동자들 중에서 아크릴아마이드 물질을 흡인한 노동자들이 사지에 감각이 없다는 고통을 호소했고 이 마을 주변 양식장 물고기가 죽어나가기 시작했다.
몇 달 후 가축들도 잘 걷지 못하고 사지가 마비되는 증상이 나타나자 스웨덴 당국은 심각성을 인지 하고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아크릴아마이드가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끔찍한 사례를 주도 면밀하게 연구한 미국 FDA가 커피생콩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살충제 성분이 생콩에서 빈번하게 검출 되었지만 로스팅 단계를 거친 원두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고 뒤이어 여러 일본 학자들이 실시한 연구에서도 커피 추출에 사용되는 로스팅 된 원두에는 잔류 농약이 거의 사라진다는 걸 연구 논문을 통해 증명했다.
연구에 참여한 학자들은 커피를 추출 할 때 빠른 시간에 추출 해서 가능한 커피 여과지에 커피를 걸러 마시면 커피에 뜨거운 온도의 물이 닿을 때 배출되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성분인 카페스톨을 걸러 낼 수 있고 생두를 볶거나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발암물질도 걸러 낼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커피 안에는 1000여 종의 화학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 중에 인간에게 무해한 것과 유해한 것들이 뒤섞여 있다.
커피를 향 때문에 마시는 사람도 있겠지만 피곤함을 이겨내기 위해 마시기거나 커피를 즐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중독 수준이라면 반드시 어떤 제조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방법으로 추출해 먹어야 하는 지 각별하게 신경 써야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커피 맛은 원두 원산지와 품종, 가공과정과 로스팅 상태와 추출 방법에 따라 천차 만별로 달라지지만 가장 건강하게 마시는 추출 방법은 필터에 원두커피 가루를 담아 뜨거운 물을 부어 중력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드립(Drip) 방식이다.

원하는 양이 추출될 때까지 사람이 부어주는 방식을 매뉴얼 드립(Manual drip)이라 하고 전기커피메이커 같은 기기를 이용하는 방법을 오토매틱 드립(Automatic drip)이라 한다.
매뉴얼 드립 추출 방법은 일본식 영어로 1910년대 부터 일본에서 핸드 드립(Hand drip) 방식으로 발전되어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1888년부터 무역 개방으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던 일본은 1910년대에 면을 필터로 사용해서 추출해 마셨지만 종이 필터에 비해 조직이 치밀하지 않아서 커피 가루가 침전 되고 커피 추출 과정에서 맛을 내는 성분까지 걸러지고 특히 면을 삶고 사용 후 다시 삶아서 깨끗한 물에 헹궈 햇볕에 건조 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은 1950년대 부터 종이 필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종이 필터는 1908년 독일의 각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었지만 두 차례 전쟁으로 물자 생산과 조달이 어려워졌고 이 가공 기술을 배운 일본이 자체 기술력으로 제조해서 현재 일본식 커피 종이 여과지는 전 세계 드립추출 방식의 표준 여과지가 되었다.
드립 추출 전용 주전자 역시 독일에서 1930년대 부터 가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 되었지만 차(茶)를 우려 내듯 일본인들은 연한 커피 맛을 선호해서 일본인들의 취향에 맞게 추출구가 3개인 칼리타 드리퍼가 탄생하게 됐다.
하지만 1970년대 폭발적인 개인 카페집이 들어 서고 나서 부터 물이 빨리 빠지는 방식으로 추출하는 칼리타 드리퍼 보다 물줄기가 가늘게 나와 천천히 커피 고유의 원두 맛을 우려 내게 만드는 드립형 주전자들이 다양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드립 커피는 가정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누구나 손쉽게 세계 각국 최고의 커피를 신선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도구는 커피를 분쇄 하기 위한 그라인더, 여과지, 드리퍼, 추출된 커피를 담는 서버, 드립 주전자만 있으면 된다.
그동안 커피 중독자였던 나는 직접 원두를 골라 집에서 분쇄기로 갈고 종이필터(여과지)에 핸드 드립퍼로 커피를 추출하는 순간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였다.
하지만 환자가 되고나서 커피를 마실 수 없게 되니 그동안 사두었던 원두가 담긴 병을 열고 킬리만자로, 케냐 캐리초, 에티오피아 코체레 케디다의 향기를 맡으며 마시지 못한 슬픔을 스스로 위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