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신윤복의 '월야밀회', 19세기 초반, 종이에 채색, 28.2cm×35.6cm, 국보135호, 혜원전신첩, 간송미술관 소장.

휘영청한 둥근 달빛 아래   담장 너머로 여인을 끌어안고 있는 남자와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는 한 여인이 있다.

옷차림새를 자세히 살펴 보면   남색 전대를 맨 자주색 전복을 입은 남자는  검은 바탕에 붉은 테를 두른 전립을 쓰고, 왼손에  철편(鐵鞭)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신분은 경계 근무를 서는 포교나 군관으로 보인다.

그림에서 남자에게 밀착된 여인은 자주색 깃을 단 회장저고리에  접어 올린 푸른색 치마를 흰색 띠로 묶고 녹색의 장옷을 어깨에 걸치고 있다.

얹은 머리에 꽂혀 있는  머리 장식은 조선 시대에 왕비를 비롯한 상류 계층 여자들이 특별한 날에  꽂았던 떨잠이다.

사람의 키보다 조금 높은 담장 너머의 보름달의 위치만으로 볼 때는 보름달이 낮게 뜬 저녁이나 새벽 쯤으로 추정된다.

 야간 통행 시간이 있었던  조선 시대는  도둑ㆍ화재 따위를 경계하기 위하여 2경(更)에서 5경(새벽 두시에서 5시 사이) 사이에 궁중과 장안 안팎을 순시 했다.

궁 밖은 지휘가 높은 훈련도감, 금위영, 어영청에서 파견한 군관들이 순시 했고 궁성 주변은  오위장과 부장이 군사 다섯 명씩 거느리고 순시했다.

고위 관직에 있는 양반들과 부유한 상인들이 사는 사대문 안 구역은 좌·우포도청에 소속된 하급 직위의 군관들이 관리 했는데 이들은 사냥에 능한 비천한 계급 출신인 포졸을  뽑아서  일반 구역의  치안을 맡겼다.

신윤복이 살던 시절인 18세기 조선 후기의 기생들의 단골 손님들 중에서 포교 출신들이 가장 많았고 이들 중 상당수는 기생들이 낳은 아이들의 양아버지 노릇을 해주거나 호위무사 같은 기부(妓夫)가 되어 주었다.

 남자는 순시를 도는 새벽녘 인적이 드문 담 벼락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여인을 만나고 있고 그림의 오른 쪽에는  두 남녀의 은밀한 행동을 엿보고 있는  여인이 옆 담장에 바짝 붙어 서있다.

쓰개치마를 어깨에 비스듬하게 걸친 두 남녀의 만남을 질투 하고 있는 건지 재회를 주선 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림의 제목이 <월야밀회(月夜密會)>인 것으로 보아 서늘한 바람이 부는 가을 밀회를 즐기는 남녀와 제 3의 여인을   화공 신윤복이 건너편 담벼락 아래 낮은 자세로 몰래 숨어서 이 스케치 했을 것이라 짐작 된다.

신윤복이 살았던 18세기 후반은  사물을 사실 그대로 그리는 진경산수(眞景山水)의 시대여서 그가  그린 그림 속 달을 배경으로 하는 그림들을 후대인들이 천문학적으로 분석해서 그린 날짜와 시각까지 유추 할 수 있다.

풍속화 30점을 묶은 화첩인 《혜원전신첩》에 포함된 <월야밀회(月夜密會)>는 달이 뜬 높이와 크기 형태와 색을 분석한 천문학적 현상을 토대로 추정 해 본다면 19세기 초 음력 8월 15일에서 17일 전후에 완성한 그림이다.

2026년 9월 추석 연휴 첫 시작 날 부터  구름에 가려져서 보름달을 볼 수 없었다.

매번 같은 자리에 떠 있을 것 같은 둥근 달은  추석 당일이 아니여도  태양 - 지구 - 달 순서로 자리를 잡는 날을 포착하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천문학적으로   달은 태양이 어느 쪽에서 비치는지에 따라 매번 모양이 달라지고 있고  눈으로 감지 할 수 없을 정도로 해마다 평균 3.8㎝씩 달은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타원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 달은 태양의 주기에 따라 회전을 할 때 마다  약 38만㎞ 떨어져 있는 지구에서 가까울 때는 약 36만㎞, 멀어질 때는 40만㎞ 이상 떨어진다. 

이 거리 변화로 인간의 눈에 달은 

 크게 보이는 ‘슈퍼문’이 되기도 하고, 작게 보이는 ‘미니문’이 되기도 한다.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표면에 남긴 레이저 반사경과 아폴로 14·15호가 추가한 반사경을 통해 50년 넘게 관측한 결과 달은 매년 평균 3.8㎝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구의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바닷물 분포가 달라지고, 이에 따른 조석 마찰로  지구의 회전 에너지는 더 빠르게 줄어들고, 잃은 에너지는 달 궤도로 전달돼 달의 후퇴를 앞당기고 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달과 지구의 관계를 알지 못하더라도  태양 - 지구 - 달 순서로 자리를 잡으면 보름달이 되고 1년 중 음력 8월에 뜨는 추석 보름달은 오랜 세월 풍요와 화합의 상징이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떠오르는  둥근달은 늘 변치 않는 존재 같지만 달은  시대마다 궤도 변화 속도가 달라져 왔다.

달이 탄생한 시각이 약 43억5000만 년 전이니  달이 이끄는 조석력에 따라   자전 하고 있는 지구는  수십억년의 시간 동안  해양과 대륙의 이동이  일어났고 수 많은 생명들이 태어났다가 멸종했다.

절대적인 시간이 존재 하지 않는 지구 상에서 인간 종(種)을 포함한 모든 생명들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태어나, 찰나의  시간 속에 살다, 영원 시간 속으로  사라져 간다.

따라서  지구 상에서 시 공간을 초월해서 영생하는 생명체가 없다.

 해마다 평균 3.8㎝씩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는 달은  과거에서 출발해 현재를 지나 알 수 없는 미래로 끝없이 나아가는, ‘되돌아 올 수 없는 시간의 화살’과 같다.

오늘 25일을 기준으로 2026년의 한 해의 시간이 정확히 97일 남겨 두고 있다.

달이 지금 속도로 계속 멀어져서  언젠가 지구로부터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해도 아직까지 지구는 돌고 있고 오늘 밤 1년 중 가장 둥근 보름달이 뜬다.

오늘 떠오르는 보름달에게 남은  2026년 무탈하게 보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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