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를 한다는 것
최강록 지음 / 클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매 시즌 마다 쏟아져 나오는 예능 프로그램의 장르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것들 모두 "서바이벌' 장르다.

몸 근육을 쓰는 것 부터 노래를 부르는 오디션 프로그램들까지 모두 다 경쟁하는 한국인들에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마치 내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생존 경쟁을 담은 서바이벌 서사에 열광한다.

전 세계적인 열풍을 몰고 왔던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1에 이어서 시작된 시즌 2는 특이하게도 결승에서 만난 백수저 최강록과 흑수저 이하성의  수저 색깔이 뒤바뀐 것처럼 보였다.

대학을 중퇴한 최강록 셰프는  군 제대 후 음식점 알바를 하다 ‘미스터 초밥왕’이라는 요리 만화에 빠져  요리를 시작했지만  창업과 실패를 반복하다 서른이 다 돼 가게를 접고 일본으로 건너가 조리사 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귀국해서 시작한 가게 적자로 폐업하고 생계를 위해 참치 무역 회사에 들어가 회사원으로 일하다 술김에 지원서를 낸 ‘마스터 셰프 코리아2’에서 우승을 차지 하면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자신의 요리 인생을 '척하며 살아온 세월'이라고 말하는 최강록 셰프는 술김에 던진 지원서 한 장으로<마스터셰프 코리아 2> 우승자가 되었고 13년의 세월이 흘러  흐른 2026년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 2의 '히든 백수저'로 돌아와 최종 우승자 자리에 올라섰다.

 온갖 양념과 현란한 조리 기술 대신 "사실은 잘하는 척하며 살아왔다"라고 말하는 겸손함에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최강록 셰프는 우승의 환호성 열차에 올라타서 온갖 예능 무대에 얼굴을 내밀거나 재간 넘치는 말솜씨와 개그가 섞인 요리 솜씨를 뽐내지 않는다.

우승의 기쁨을 맘껏 누리며 초고속도로 올라가는 인기 코인에 올라타지 않은 최강록 셰프는 인터뷰 자리마다  요리를 하는 매 순간 마다  무섭고 떨린다고 토로 한다.

음식을 향한 고집스러운 순정이 배어 나오는 그의 느릿한 말투에 듣는 이의 애간장을 다 태우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경연에서 최종 우승자로 대중의 엄청난 주목과 관심을 받아도 외부의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가고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음식을 완성하고 탈락을 피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요리 서바이벌의 살벌한 전쟁터에서 맷돌에 재료를 넣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곱게 갈아내듯 조리한 최강록 셰프의 요리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하면서도 조리고 조려서 국물을 다 날려 보내고 마지막까지 남은 재료에 깊은 맛을 더해  끝내 살아남은 존재를 더욱 빛나게 해준 음식으로 완성 시켰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화려한 스펙을 쌓기 위해 미친듯이 몰두 하고 질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아는 척, 있는 척, 잘 하는 척하며 사는 이들이 많다.

모두가 질주 하는 세상에서 스스로를 끝없이 경쟁 속에서  마음을 조리면서도 책망하거나 안달 복달 하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를 유지 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경쟁이 아닌 자신에게 온전히 몰입한 최강록 셰프는 단 하나의 요리에 3시간의 정성을 다 쏟아부어 자신의 눈물과 땀이 배어 있는 인생 요리를 완성 했다.

인간에게 먹는 행위는 단순하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입안에 맛있는 음식을  먹는 동안 그 시간은 하루 중 최고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한번 칼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붙일 수 없다는 건 생선회를 조리 하는 데도 필요한 말이지만, 우리가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좋은 말인 것 같다. 진지하되 두려워하지 말 것. 장난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의미를 부정하는 것이 될 테니까.

-최강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