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이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024년 노벨 문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월 10일(한국 시각 저녁 8시) 수상자로 한강의 이름을 호명하며 “역사적 트라우마와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면서도 시적인 소설”을 쓴 작가라고 소개하며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했다는 발표를 했다.
철저하게 후보작 선정 과정 부터 심사까지 베일에 쌓아 놓고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노벨상 주최국이자 위원회인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자 선정에 있어서 정치적 색채가 농후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문학상으로 꼽힌다.
노벨상은 1901년 첫 시상 이후 123년의 세월 동안 가뭄의 콩 나듯 여성들에게 상을 수여 해서 물리학 분야 같은 과학 분야는 각각 3명 정도의 여성 수상자에게 영광이 돌아갔고 문학상은 2024년까지 121명의 수상자 가운데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을 포함해서 여성 수상자는 불과 18명에 불과 하다.
역대 노벨 수상자들 성비율로 비교 해보면 각 분야 수상자 8명 중에서 7명 정도가 남성이라면 여성 수상자는 단 1명에 그치고 있고 8년에 한 번 정도 노벨상에 여성 수상자들이 포함 되고 백인 수상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서 비 서구권에서 수상자가 나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 정도로 서구 보수주의적 색채가 강하다.
이런 비난을 의식 했는지 2012년 부터 남성 수상자와 여성 수상자에게 번갈아 상을 수여 했던 스웨덴 한림원은 2019년 미투 운동 촉발로 2년 동안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2016년과 2017년에 남성이 연달아 수상한 것을 제외 하고 2022년 아니 에르노가 상을 받은 다음 해에 노르웨이 남성 극작가 욘 포세가 수상했다.
따라서 영국의 베팅 사이트들은 올해 유력한 수상 후보로 중국의 카프카와 보르헤스로 불리고 있는 <찬쉐>를 수상 유력 후보로 내세웠고 일본어와 독일어로 시와 소설, 에세이를 쓰는 일본 작가 다와다 요코도 베팅 후보에 올려 놓았지만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부커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 '한강'의 수상 예측을 한 영미권 언론은 없었다.
특히 이번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의 수상은 의미가 크다.
1993년 흑인 최초이자 여성인 토니 모리슨이 수상 한 이후로 아시아 여성으로서 첫 수상이자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두 번째 수상이다.
1945년 남미 출신의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은 칠레 태생의 혼혈 백인이었고, 2007년에 수상한 도리스 레싱은 이란 태생이지만 영국인 부모를 둔 백인이었다.
100년의 시간 동안 노벨 문학상은 한없이 가벼운 통속적인 스토리나 영어권 국가 출신에 백인 남성 작가의 작품 중 영어로 번역된 작품이 많은 유럽, 북미 작가들에게 상을 집중적으로 수여했다.
따라서 이번 2024년 한국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백인, 남성이 주류인 세계 문학계에서 매우 뜻 깊은 일이다.
1970년 광주에서 태어나 연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작가 한강은 출판사에서 근무하던 중 1993년 ‘문학과사회’에 ‘서울의 겨울’ 등 시 4편을 실으며 시인으로 등단했고 이듬해인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이 당선되며 소설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1995년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을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전업 작가의 길을 가기 시작한 작가 한강은 2005년 '몽고반점'으로 이상문학상 수상하며 탄탄한 문체와 밀도감 넘치는 스토리로 문학성을 인정 받는다.
2007년에 발표한 <채식주의자>는 육식을 멀리하는 주인공을 통해 욕망과 폭력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으로 유려한 문장과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16년 시인을 지망했던 영국의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번역으로 맨부커 국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 일으킨 작가 한강은 2014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역사의 한 가운데 선 개인의 고통과 내면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은 2014년 만해문학상,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을 수상하고 전세계 20여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2023년에 출간한 『작별하지 않는다』는 한국인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수상했고 1년 뒤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작가 자리에 우뚝 섰다.
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속보를 터트리는 언론사들은 아시아계 최초 여성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상금의 액수(1100만 크로나/약 14억4000만원/세금이 부과되지 않음)에 대문자로 강조 하면서 세계 문학의 거장 헤밍웨이, 포크너 ,마르케스, 토니 모리슨의 이름과 나란히 표기 되는 작가가 되었다며 잔뜩 호들갑을 떨고 있다.
아내가 채식을 시작하기 전까지 나는 그녀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Before my wife turned vegetarian, I'd always thought of her as completely unremarkable in every way......
신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연결고리를 실험적이고 시적인 스타일로 연결 시킨 한강의 문체는 전 세계 독자들에게 새로운 문학의 세계로 이끌었다.
10월 10일 노벨 문학상 선정 위원회 소속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수상 발표 후 인터뷰에서 작가 한강의 작품 선정 이유에 대해 이런 말을 남겼다.
"한강은 많은 장르를 아우르는 복잡성과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어구를 구사하는 작가다. 작품에서 뛰어난 주제를 연속성 있게 이어가면서도 특색 있는 변조가 돋보인다'
안나-카린 팜 노 위원은 한강의 작품 중에서 2014년 출간한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영문 제목 Human Acts)를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며 1980년대 한국의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겪은 한 소년의 끔찍한 트라우마가 어떻게 세대를 넘어 계승 되는지를 고통의 기억 속에서 끄집어낸 역사적 사실을 유려한 문체로 가득 채웠다며 극찬 했다.
정말 닥쳐올 총살을 기다리듯 숨을 죽였습니다. 죽음은 새 수의같이 서늘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 지나간 여름이 삶이었다면, 피고름과 땀으로 얼룩진 몸뚱이가 삶이었다면, 아무리 신음해도 흐르지 않던 일초들이, 치욕적인 허기 속에서 쉰 콩나물을 씹던 순간들이 삶이었다면, 죽음은 그 모든 걸 한번에 지우는 깨끗한 붓질 같은 것이라고.
-한강의 <소년이 온다> 중에서
한강은 <소년이 온다>라는 작품 발표 당시 인터뷰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이 자신의 인생을 바꿔 놓았을 정도로 이 작품은 작가의 인생에 있어서 큰 전환점이 된 작품이라는 말을 남겼다.
작가는 집필 하는 동안 광주에서 학살 된 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첩을 옆에 놓고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고통.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부디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수전 손택
우리는 무엇을 통해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시각적인 동물인 인간은 눈으로 목격한 것을 통해 고통의 감정을 느끼고 그 다음으로는 소리를 통해 듣는 '말' 언어 일 것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언어는 순간적이다.
사랑-고통- 미움-그리움-행복 이라는 단어들은 백년 후면 흩어지고 사라져 버릴 '소리 덩어리'에 불과 하다.
“AI는 우리 종의 역사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진화 경로를 바꿀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
AI인공지능 시대에 나의 언어를 대신 해 줄 AI지능형 비서들이 있다.
나를 대신해서 글을 써주고 자료를 찾아 주고 쇼핑을 하고 공과금 업무와 회계 업무까지 척척 해준다.
운전 중에 가족들에게 메시지를 남겨 주기도 하고 매일 밤 어떤 오디오 북을 읽을지 골라주고 어떤 OTT프로그램이 있는지 추천까지 해준다.
따라서 몇 개의 단어만 알고 있어도 인공지능 비서가 무엇이든지 대신 선택해주고 해결 해 주는 시대에 하루의 시간을 꼬박 쏟아 부어 버릴 정도의 분량의 책을 읽지 않아도 살아가는데 큰 지장이 없다.
인간의 얇은 입술로 내뱉는 말은 그 무엇도 붙잡을 수 없고 세상에 어떤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대단하지 않다.
부유 하는 말들은 초라 할 정도로 덧없고 소음 공해에 지나지 않지만 언어가 가진 힘은 다른 시각으로 세상과 사람을 바라 보게 만들어서 지나간 시간과 역사를 되돌아 보며 현재 내가 먹고 보고 느끼고 말하는 그 모든 것들을 타인의 감정과 경험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 할 수 있다.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