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음식은 시켜먹는 것보다는 직접 가서 먹는 맛이 훨씬 낫다. 하긴 어떤 음식이든 그런가? 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내일은 주말이라 부담도 없고 해서 모처럼 시내까지 걸어가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보림이 임신했을때 부터 자주 가던 중국집. 아마도 청주에서 탕수육이 가장 맛있는 집일듯 하다. 엄마가 좋아하니 아이들도 탕수육을 좋아한다. 촌스러운가?

거의 도착했을 무렵 친구에게서 걸려온 전화. " 나 시내인데 지금 약속이 갑자기 캔슬되서 집에 들어가기도 아쉽고 해서 전화했어~~' 만나고 싶다는 전화다. 이상하게도 이 친구에게 전화가 오면 거절을 할수 없다. 어차피 신랑이랑도 별 부담 없는 사이.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들 운동화랑 신랑 티셔츠를 사고 신랑이랑 아이들과는 바이 바이~~

생각지도 않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애플소주를 마시러 갈까? 커피를 마시러 갈까? 하면서 시내로 가서 오랜만에 젊음의 향기를 느껴보고, 2층에 있는 내부가 온통 화이트로 장식된 인테리어가 아름다운 곳, 격자창을 활짝 열어 놓아 소담스럽게 핀 제라늄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예쁜 카페로 들어 갔다.

보고 싶은 영화, 요즘 읽고 있는 책, 아이들 이야기, 그림 배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취향이 비슷해서 할 이야기가 너무 많다) 커피향에 취해 갔다. 치즈케익은 또 왜 그렇게 맛있는지....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 하다가 보니 남아 있는 사람은 우리 둘뿐. 아쉬움을 뒤로 한채 일어섰다.

또 한참을 걸었다. 걷다 보니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가을비는 제법 떨어지는 양이 커지고, 택시타고 어여 가라는 친구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결국 우리집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소중하게 생각되는 '친구'  대략 1주일에 한번은 만나고, 아이들과도 자주 만나는데도 왜 그렇게 늘 그리운 걸까?

공감할 수 있는 대화가 많아 질수록, 만나면 편하다는 생각이 들수록, 친구는 더 더 좋아진다. 아름다운 가을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나란히 걸었던 동안은 참 행복했다.

여우꼬리> 내일은 언니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보러 간다. '해변의 여인'도 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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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세실님 자유로운 모습이 너무 좋아보여요.

마노아 2006-09-1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데이트 하셨어요. 가끔 그렇게 비도 맞아주고(좀 위험하지만...) 걷기도 하는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같이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죠. ^^ 전 오늘 약속 캔슬되고, 전부 퇴짜 맞고 엄청 우울했어요ㅡ.ㅜ

또또유스또 2006-09-16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 데이트 하셨군요...
집에 들어가기 싫을때 만날 친구가 있다는 거 참 행복한일입니다 그죠?
오늘 님 행복하시지요?^^
(근데 전 중국음식 짜장면도 싫어하는데 탕수육만 무척 좋아합니다..
요즘은 옛날처럼 간장으로 거무스름하게 소스를 잘하는집이 없어서...
그 곳이 어디인지 꼭꼭 알려주세요 탕수육먹으러 청주에 가보게요 ^^)

세실 2006-09-16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맞아요 전 자유부인 이랍니다. 헤헤헤~~~

마노아님. 앗 그러셨군요. 제가 바로 마노아님같이 우울해 하시는 분의 마음을 이해하는 지라...토닥토닥. 가까이 계셨더라면 달려갔을텐데. 지금은 괜찮아 지셨죠?
먼저 약속하진 못해도 불러주는 친구에겐 달려가려고 노력한답니다. 착하죠? 헤헤~~

또또유스또님. 옙~~ 행복한 데이트 였어요. 가을비 내리는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했답니다. 가을여인이 된 느낌^*^ 호호호 전 탕수육, 유산쓸, 짜장면 느무느무 좋아한답니다. 청주 시내에 있고, 근처에 목욕탕이랑 어린이 전문서점이 있답니다. 그러지 말고 다음에 청주 오실땐 미리 연락주세요~~ 제가 바로 쏩니다!

BRINY 2006-09-16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해 가족이 있는데도 저런 친구가 있다니, 꿈이여요~!!

세실 2006-09-16 0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뭐 결혼해도 친구 관계는 하기 나름이랍니다. 이 친구와는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이어졌답니다~~~
전학을 가서 오랜동안 만나지 못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 살게 되었네요~~~

하루(春) 2006-09-1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었군요. ^^
해변의 여인,도 재미있습니다.

춤추는인생. 2006-09-1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속에 여유가 가득합니다. 저도 지금 친구들과 나중까지 님처럼 지내고 싶어요.
저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해변의 여인을 당일치기로 다 봤는데요.
해변의 여인. 역시 홍 상 수 라는 말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좋은 시간되세요!

클리오 2006-09-16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산에 안가신 남편분이랑 데이트하셔야 되지 않으셨던가요. ㅋㅋ 좋으셨겠어요...

바이올렛 2006-09-1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야~
난 그럴 때 왜 니 얼굴이 먼저 생각날까?
늘 부르면 달려오는 너가 있어 참 행복하다.
글구 어제 넘 고마웠어~
그래, 우린 자주 만나도 늘 그립지?
이런 환상의 커플은 아마 드물거야^^
해변의 여인은 왠지 우리 둘이 봐야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만과 편견처럼... 여자끼리 봐야 더 공감이 될 것 같은...
시간 한 번 맞춰보자~
주말 잘 보내고...

비자림 2006-09-16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정말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친구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며 결국 우리집 근처까지 오게 되었다"
식구처럼 살가운 사람과의 끈끈한 우정.
님은 정말 즐겁게 사시네요. 저는 객지에 살아서 친구 만나기가 어려워요...
세실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용^^

세실 2006-09-16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님 맘 맞는 친구랑 함께 한다는 일은 무엇가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죠. '해변의 여인'도 보고 싶었는데 벌써 영화를 내렸어요. ㅠㅠ

춤추는인생님도 좋은 친구 많으실듯. 결혼하고 몇년까지는 여유가 없지만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엔 친구가 많이 그립답니다. 그럴려면 쭈욱 관계가 이어져야 겠죠? 저두 해변의 여인 보고 싶은데 벌써 막을 내렸답니다. 미오.

클리오님. 뭐 이날은 금요일이었고, 오늘도 역시나 산에 갔답니다. 저녁까지 먹고 온다네요~~ 토요일은 따로 국밥이어요.

바이올렛. 호호호 나야 고맙지뭐. 오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봤는데 볼만 하더라.
그 영화 보고나니 난 참 행복하단 생각이 드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아직도 불행한 사람이 많다는 것. 감옥이라는 곳. 한번도 가까이 하지 않을거라는 믿음도 괜히 행복해 진다...... (좀 이기적이지?) 참 많이도 울었어. 꼭 보렴. 해변의 여인은 드림플러스엔 막을 내렸던데, 홈플러스엔 모르겠다. 나두 보구싶어~~~ 심야 영화 볼까?

비자림님. 옙~ 그 시간 참 행복했답니다. 친구도 여러 부류가 있잖아요. 함께 있다보면 짜증나는 친구,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는 친구, 할말이 점점 사라지는 친구, 신경전 벌이게 되는 친구.... 이 친구는 그저 맘이 편안해 지는 친구랍니다. 좋은 친구 꼭 사귀시길~~~

비로그인 2006-09-1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여인은 홍상수 감독 팬인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보다 `막 찍은', '성의 없는' 영화라는 평이 있었습니다. 물론 한 개인의 평이니 참고만 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우행시는 이나영의 연기가 그렇게 훌륭했다더군요. 잘 보시고 오시길 바래요.

세실 2006-09-17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지인이 옆에서 느낀 것이라면 맞는 말이겠군요. 언니도 봤는데 재미없다고는 하던데.....
'우행시'란 영화도 있군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기대이상으로 재미있게 보고 왔습니다. 눈물을 너무 많이 흘려서 좀 창피하기도 했어요.

바이올렛 2006-09-17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 비~보
우행시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지~잉^^

세실 2006-09-17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나 바보 맞나봐. 쿄쿄쿄. 어쩜 이리도 둔한거징~~
비가 와서 집에 있나 보군~~

2006-09-17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06-09-17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아이들과 함께 해도 좋을 듯 합니다. 고3 조카는 이나영 팬이라 이 영화 꼭 본다고 합니다. 제가 사준 책을 3번은 봤다네요.
엄마와 자식간의 갈등을 풀어가는 방법도 서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듯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이 영화 보고나면 '난 참 행복한 사람' 이란것을 알게 될꺼예요~~

마태우스 2006-09-1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변의 여인 그거 별점은 낮지만 볼 예정입니다. 홍상수에 대한 신뢰감 때문이지요 근데 님도 자유를 숭상하시는군요!! 비자유 속에서 가끔씩 얻는 자유기 때문에 좋은 거겠지요??

세실 2006-09-17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내일 해변의 여인 보려고 합니다. 비 오는 날 영화보는 기분도 괜찮겠죠? 당연히 자유가 그립죠. 신랑보다 아이들의 잔소리에 자제를 한답니다. 비 오는 가을날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요. 바로 오늘 같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