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에게서 문자가 왔다. "미안하다. 이런 부탁해서. 급해서 그러는데 돈 백만원만 꿔주라. 1주일만 쓰고 줄게. 도저히 전화로는 하지 못하겠다....." 역시 문자는 또 다른 느낌을 갖는다. 잠시 고민했다. (그래봐야 5분을 넘지 못했지만 괜히 오케이 해놓고 후회하는것 보다는 일단 생각을 했다)

두 자아가 싸운다. 착한 나 - "이 친구가 자존심이 강해서 절대 부탁하는 친구가 아닌데 오죽했으면 친구라고 문자를 보냈겠는가. 빌려줘라 빌려줘" 하는 생각과, 이기적인 나 - "아니 나도 마이너스 인생이면서 내 코가 석자인데 빌려줬다가 혹시 안갚으면 어쩔건데? 그렇게 떼인돈도 있으면서.....!"

하지만 난 문자를 보냈다. "월급날 내일 모레이니 그날 빌려줄께. 계좌번호 남겨놔라" 참 의리있는 친구 아이가. 물론 전화해서 물어볼꺼다. 대체 왜 필요한건지, 확실히 갚을 날짜가 언제인지......

그러고 보니 친구에게 가끔 돈 빌려달라는 전화가 왔다. 이럴땐 봉인듯. 초임때 친구가 급하게 전화가 와서는 "삼십만원"만 빌려 달라고 했다. 그땐 월급도 30만원 정도 였던것 같은데....난 현금서비스 받아서 꿔주고 6개월을 끌다가 아버지 한테 혼난뒤 카드 막고, 겨우겨우 받았다.

두번째. 어릴적 함께 자란 친구가 직장생활 5년차때 전화해서는 5백원만 꿔달라고 했다.  꽤 큰 돈이라 거절했다. "여유가 없다. 나도 먹고 살기 힘들다" 그후 그 친구랑 1년동안 연락을 하지 않았다.

세번째. 몇년전, 친한 친구 신랑이 무리한 사업을 벌였다가 부도가 났다. 다급하게 5백만원만 빌려달라고 전화가 왔다. 이때도 현금서비스 받아서 빌려줬다.  그 친구는 약속한 한달이 넘어도 주지 않았다. 한 3개월 끌다가  사정사정 해서 겨우 받아냈다. 그 후 50만원 빌려주고 흐지부지 되었다.

이번이 네번째다. 이렇게 돈 빌려주면 힘든걸 알면서도 왜 거절을 하지 못하는 걸까? 친구가 뭔지. 그나마 난 행복한건가? 조금은 능력있는 부모님이 계셔서 힘든 일이 있을때는 해결해 주셨으니...... 대체 뭔 일일까?

에구 통장에 돈이 많아서 백만원 빌려줘도 전혀 표시 안나는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난 왜 마이너스 인생, 카드 인생 일까? 친구들이 어려울때 팍팍 빌려주고, 성당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 팍팍 도와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 신이시여! 저에게 돈벼락을 내려주소서, 아니면 로또 당첨도 좋아요!

암튼 아쉬운 소리 하기 싫으면 아껴쓰자고....근데 방금 화장품 13만원 질렀다. 이게 뭐꼬...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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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6-06-15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흐 이게 뭐꼬! 이게! :) 와 닿아요~~

근데, 돈문제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쉽게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렇게 큰 돈 빌려달라고 했던 친구들은 아직 없어요...
제가 마이너스 인생이라는 걸 친구들이 알기 때문이겠지만 ㅋㅋ

솔직한 글 아주 잘 보았어요! 세실님. 복 받으실꺼예요.
정말 어려운 사람들 걱정없이 도와줄 정도의 능력은 되야 할텐데,
사람 마음이 또 그 정도의 능력이 생긴다면 욕심이 더 생기고,
여유도 더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으흐흐
그렇게 되보지 않아서 이런 말 하는 거겠지만요.. -_-a

세실 2006-06-15 0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우리 알라딘 님들은 다 이게 뭐꼬 하실거예요~~~ 지름신도 중독인듯 ^*^
그저 마음 뿐이지요. 돈 빌려주고 끙끙 거리고....그럴거면 빌려주지 말아야 하는데 또 친구 생각하면 빌려주게 되고...악순환인듯 ^*^
딱 어려운 사람 도와줄 정도만 능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리인가요?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으면서 사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할듯^*^

치유 2006-06-1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아쉬운 소리 안하고 사는것도 복이에요..
저도 하도 돈을 잘 빌려주고 떼이고 떼이고 해서 이젠 전혀 안빌려주기로 했답니다..ㅎㅎ
그게 많은 것도 아니면서 은근히 속 썩이더라구요..그래서 이젠 처음 좀 기분 나쁘고 말자예요..그러나??누가 또 전화 해서 죽는 소리 하면 또 모른다는ㅠㅠㅠㅠㅠ

비로그인 2006-06-15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빌려줄 땐 양반처럼 빌려줬다가 받을 땐 내가 오히려 빚진 것 마냥 빌려준 사람이 더 불편해지는 걸까요. 그러지 않으려면, 빌려간 사람이 제때 딱 갚기만 하면 되는데 말이죠. 대부분 불편하게 돈을 받을 때에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돈이 없어서 못갚는다기보다는, 할 일을 다 하고서 남는 돈으로 갚으려 들려 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서로 힘든데 말이지요.

해리포터7 2006-06-1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사람과사람관계는 정말 어려운것 같아요..친구가 그런말 하면 어떻게 거절을 해야할지..전 친구가 카드 하나 만들어달래도 안해줬어요. 넘 냉정하죠?제코가 진짜 석잔데,,그땐 카드하곤 담쌓고 살았는지라.그래도 세실님은 참 정이 넘치시는 분같아요.로또라도 당첨되었음 좋겠다구요?으흐흐 우리모두의 희망사항이죠!

날개 2006-06-15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간에 그러는건 그래도 거절의 선택권이나 있죠..
가까운 친척이 그러는건 정말...ㅠ.ㅠ (백발백중 돈 못받는답니다..흑흑~)

Mephistopheles 2006-06-15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통장이 화수분 같아야 가까운 사람에게 빌려줘도 부담없을 것 같아요.
그놈의 돈이 뭔지....에구에구..
(세실님...만원만 빌려줘봐요 한달후에 갚을께요..^^)

클리오 2006-06-15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빌려갈 때는 쉽지, 갚을 때는 서로간에 공돈 쓰는 것 같잖아요. 정말 힘든 일이예요.. 안갚아도 될 정도의 액수가 아닌한 내 속 끓이느니 안 빌려주는게 나아요... --;

내이름은김삼순 2006-06-15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돈 백만원,,학생인 저에게는 만져볼 수 없는 돈 ㅎㅎ
세실님, 정말 의리있으세요^^ 사실 돈 문제는 누구나 꺼려하고 쉽지가 않은데,,
특히 친한 사람에게는 돈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말라는 말이 있잖아요;;
세실님이 이렇게 마음을 쓰시니,,분명 세실님도 어려운 일 있을때 친구분들에게
도움을 받으실꺼예요^^ 세실님~멋져요!^^

전호인 2006-06-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거요거 맘같지 않습니다. 그렇게 당하고도 믿음으로 주는 것인데 받는 사람은 그게 아닌 가 봐여. 어릴 때 "넌 커서 뭐가될래?" 라고 물으면 "대통령이요"라고 했었고, 돈내기 하면 "백만원"내기를 수도 없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내가 직접 번 돈이고 자기한테 백만원이 정말 금쪽같다면 상대방도 똑같을 텐데. 왜들 그런 생각을 안하는 것인지.결코 작은 돈이 아닌 데.........늘 당하면서도 있으면서 거절을 못하는 우리가 바보져 뭐. 순수한 건가? 독하게 살아야 하는 데 그게 맘같지 않습니다. 그러니 매일 당하지...ㅋㅋㅋ

세실 2006-06-15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아 돈 많이 떼이셨군요. 나중에 천당가면 받으시겠죠 ^*^ 저도 그런 맘이 들다가도 그 친구 생각하면 빌려줘야 할듯...... 이번이 마지막이란 생각 해야겠어요. 에구 맘이야 당근 빌려주고 싶지 않아요. 왜 이렇게 정에 약한지 원..전 부모님 빼고는 죽어도 돈 빌려달라는 소리 못할거 같아요....

jude님 그러게 말입니다. 제 날짜에 갚지 않으면 참 불안하죠...하긴 사소한 몇만원 꿔주고도 갚지 않으면 짜증나잖아요. 잊어버렸나? 하면서....이런 저런거 생각하면 절대 빌려주지 말아야 하는데. 좀 강해져야 겠습니다.

해리포터님. 친구에 유난히 약한거 같아요. 오죽하면 저럴까 하는..... 정작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못하면서 이렇게 저한테 아쉬운 소리하면 약해진다는.. 정말 누구하고도 돈거래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은행만 빼고^*^

날개님 아 맞다. 다행히 주변 친척중에는 돈 꿔달라고 하는 사람 없어요. 그러고 보니 우리 형편이 젤 거시기 하네요. ㅋㅋㅋ 우리가 꿔달라고 해야 하나?

메피스토님. 맞아요. 화수분이었으면 좋겠어요.....저두 돈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얼마면 될까요? ㅋㅋㅋ. 만원뿐 아니고 2만원도 빌려드릴께요~ 호호호

클리오님. 흑 그러게 말입니다. 문자 보내놓고 후회 했어요. ㅠㅠ. 그 돈 못 받을까봐 노심초사하게 될 걱정도 미리 하게되고.... 담부턴 절대 꿔주지 않을래요.

삼순님. 흐 의리....사실 조금 있긴 합니다. ㅋㅋㅋ.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살아가면서 평생 남에게 돈 빌려달란 소리는 하지 말구 살아야 할텐데....차라리 꿔주며 사는게 좋겠죠? 저 하나도 안 멋져요. ㅠㅠ 폼생폼사가 망하는 지름길이라는...

전호인님 음냐. 저 바보인건가요? 하여간 저 강한 말투...미워. 저 그렇게 안바보거든요. ㅋㅋㅋ. 한때 이기적인 적도 있었는데 성당 댕기고 부터는 좋은게 좋은거란 생각, 베푼 만큼 돌아온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이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빌려줍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