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4월 도서관주간(4.12-18)행사에는 주부독서회원들을 데리고 문학기행을 떠나기로 했다. 처음 시도한 지난해엔 섬진강에 살고 계시는 '김용택시인'을 만나고 왔다. 그 분의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호탕한 명 강의는 두고 두고 잊혀지지 않는다. 물론 섬진강변에 흐드러지게 핀 눈이 쏟아지는 듯한 벚꽃도 여운이 오래갔다.
그러니 올해는 눈이 더 높아진 주부독서회원들을 위해 더 좋은 곳을 섭외할 수 밖에. 몇날 며칠을 고민하다가 아치울을 생각했다. 박완서 선생님을 뵙고, 좋은 강의를 듣고, 아치울을 두루두루 구경하는 그런 기행은 어떨까? 주부독서회원들이 대 찬성이란다. 박완서님 꼭 뵙고 싶었다고, 제발 섭외해 달라고.....
전화번호는 출판사를 통해 알아놓았다. "에고 일언지하에 거절하시면 어쩌지" 어제부터 고민하다가 퇴근 10분전에 전화를 드렸다. "박완서 선생님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ㅇㅇㅇㅇ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 ㅇㅇㅇ 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도서관 주부독서회원들을 대상으로 4월에 문학기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선생님을 꼭 뵙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전화드렸습니다..........이하 생략"
일흔이 훨씬 넘은신 연세에도 목소리가 카랑카랑 하시다. 60대 정도~ . 걱정했던것보다 흔쾌히 말씀하신다. "나는 그렇게 정해진 틀에 살지 않아요. 여행가고 싶으면 갑자기 훌쩍 떠나고, 아니면 그냥 아치울에 있을수도 있고, 딱 날짜를 정할수는 없는데. 나를 만나러 오면 내가 말도 해야하고..... 번거로운데..." 말꼬리를 흐리시는 그 빈틈을 이용해서 떼를 썼다.
"선생님 우리 회원들이 선생님을 간절히 원합니다. 선생님 스케줄에 맞추어 드릴수 있어요. 딱 1시간만 내주세요....."
결국 선생님은 4월 10일 경부터 1주일간 여행을 다녀오실 예정이니 그 후에 스케줄을 보자고 하신다. 아직 여행날짜가 확정되지 않아서 날짜를 잡을수 없다고..... 4월 17일 정도 이후에는 가능할것 같으니 4월 초에 전화를 달라고 하신다.
얏호~~~~ 감사합니다 선생님. 어흑... 왜 이리도 감동스러운지. TV에서만 뵙던 박완서님을 실제로 만난다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아니냐고요. 아치울 가는 날까지 하늘을 떠다니는 기분이 들듯.
* 그나저나 오늘부터 9일기도 들어가야겠다....꼭 갈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