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분 밖에 없는 형님이랑 만나는 시간은 1년에 달랑 네차례. 설날, 아버님생신, 어머님생신, 추석. 서울에 살고 있으면서도 만나기가 힘들다. 결혼 초에는 가끔 통화라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 아니면 전화도 하지 않는다. 성격이나 비슷하면 통하련만 완전 정반대다.
K대를 나와 미국에서 석사를 밟고 K대 박사과정까지 끝냈음에도 집에서 논다. 지방에 있는 기능대학에 교수로 취업이 되었는데(전에 강사생활도 많이 하긴 했었다) 힘들다는 이유로 미련없이 사표를 내고는 지금은 집에서 살림만 한다.
아주버님은 행정고시 출신 서기관이고, 달랑 중2인 아들만 하나임에도 늘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다고 죽는 소리를 하신다. 학원비가 없어 학원도 하나밖에 못 보낸다나? 아니 그러면 과외를 하던지, 학원 선생이라도 하면 되지. 영문학을 전공하였고, 미국에서 6년정도 살아 늘 해럴드를 끼고 살면서 살림만 하다니....
아버님은 이런 며느리를 이해 못해 늘 싫은 소리를 하시지만 몸이 안좋아서 못한다는 말만 한다. 이번에도 어머니 속만 뒤집고 가셨다.
형님 : 어머니 뭘 이렇게 힘들게 음식을 많이 하셔요. 떡도 사다하고, 전도 먹을만큼만 하던지 사다하면 되는데..... (며칠전부터 어머니가 다 해놓으시고, 추석전날 우리 할일 없을까봐 깨떡 할거랑, 전 달랑 한종류 부쳤다)
어머니 : 보림이네가 좋아하니까 이것저것 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좀 먹게 하려고 그런다. (형님네 준다는 얘기도 못하신다)
형님 : 어머니 저희는 어머니 음식 많이 하시는거 싫어서 (어머니가 힘들어 하셔서 싫다는 위로의 말이지만) 아무것도 안 가져 갈래요...그리고 전 부치느라 냄새를 하도 맡아서 그런지 전만 봐도 머리가 아파요(사실 전 부친 시간은 2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아주버님 : 거 이상한 사람이네. 엄마 나 싸줘요. 데워서 먹게.....
계속 핀트가 맞지 않는다. 별로 내색하지 않는 어머니도 이번에는 참 속상해 하신다. "아니 지가 한게 뭐가 있다고. 전도 맛도 없게 부쳐놓으면서..떡은 저게 뭐냐. 어쩜 저렇게도 안이쁘게 만드냐. 먹기도 싫다....." 하신다. ㅠㅠ
설겆이 꺼리가 하나라도 있으면 주머니에서 목장갑 꺼내 끼고, 고무장갑까지 낀다. 식기세척기까지 있어 별로 할일도 없구만......
나 : "와 고사리 무침 넘 맛있겠다"
형님 : "어머니가 하시는거 보면 먹고 싶지도 않아. 비 위생적이야...."
평소에 우아한 성격이나 깔끔떠는 성격이면 모르겠는데..신랑 표현대로 "막걸이 스타일인, 공부에 찌든 딱 K대의 표본" 답에 굉장히 컨츄리 하다. 헤어스타일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생머리 단발에 무릎까지 오는 치마에 운동화 차림... 어찌보면 북한여성 스타일...(나 이래도 되는거야?) 말도 참 밉상으로 한다. 어머니를 위하는것 같으면서 염장을 지르는것으로 끝나는 결론.
이러니 나랑 맞냐고요....휴... 나야 뭐 그러가나 말거나 신경안쓰지만 어머니가 불쌍하다. 장남인 아주버님을 넘 좋아하시니.... 나중에 형님이랑 사실수 있을까??? (내가 모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생뚱맞은 생각)
늘 형님을 만나고 나면 참 정이 안간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시부모님 돌아가시고 형님이 제사 지내면 " 동서 힘든데 안 올라와도 돼....." 이러고는 달랑 제사지낼꺼 한접시씩만 사고는 버리실것 같다. 불쌍한 시부모님........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