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지음, 신선해 옮김 / 놀(다산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도서관은 요즘 이용자에게 커피, 녹차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도서관에 오면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사무실 문을 노크해야 하는 불편함 때문인지 몇 명 되지 않지만 직원과 이용자와의 소통의 시간이다. 이용자 중에는 갈 곳이 없어 매일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하루 종일 책을 읽거나 컴퓨터를 하며 소일한다. 경증 장애가 있거나 연로하며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소외받는 그들에게 도서관은 안식처다.

 

도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바바라 오코너 저. 다산책방)’을 읽고 나니 주인공이 처한 상황과 도서관 이용자가 오버랩 된다. 집이 없어 낡은 자동차에서 생활해야 하는 아이들이 인근 도서관에서 오후를 보낸다면 조금은 따뜻해지겠지. 이 책은 조지나와 토비 남매가 개를 훔쳐 사례금을 받아 집을 구하려고 벌이는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갑자기 사라진 아빠 때문에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난 조지나가 개를 훔치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다. 평범한 삶이 갑자기 무너졌을 때 사춘기 소녀에게 가장 힘든 건 뭘까? 아빠의 부재보다 집이 없어 자동차에서 생활하는 비참한 모습을 친구에게 들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결국 씻지 않아 냄새 나는 몸을 수상히 여긴 친구 루엔이 알게 되고 학교 생활은 엉망이 된다.

 

다행히 엄마는 이런 악조건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생활한다. 화가 나면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짜증도 내지만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밤낮으로 일하면서도 토비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엄마의 여유에 미소가 지어진다. 때로는 친구처럼 의논하고, 의지하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힘이 된다. 다소 황당한 내용이지만 어린이다운 발상으로 개를 훔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성공한다. 아이는 불행한 자신의 삶을 극복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모색한 것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한 사람은 나의 스승이 있다" 고 했듯이 살아가면서 인생의 멘토가 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도서관에서 나를 보면 인사하며 환한 웃음 짓는 아이, 늘 단정한 옷차림과 온화한 목소리로 부드럽게 이야기하는 직원도 멘토가 된다. 소설 속 조지나와 토비 남매의 멘토는 방랑자 무키 아저씨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때로는, 휘저으면 휘저을수록 더 고약한 냄새가 나는 법이다.” 라는 멋진 말을 남긴다. 조지나가 개를 훔친걸 알면서도 아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하도록 기다려준다. 결국 조지나는 개를 돌려주고 엄마도 살 집을 구하면서 해피앤딩의 결말을 맺는다. 개를 자식처럼 사랑하는 카멜라 아줌마의 단순함과 솔직함, 그런 아줌마를 보면서 죄책감을 갖고 마음이 흔들리는 조지나. 둘은 나이차를 떠나 좋은 친구가 될 것이다.

 

타인의 불행을 보며 내 삶을 위로 받는 마음은 다소 이기적이지만 때로는 큰 힘이 된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으면 조금은 살아갈 힘을 얻을수도 있겠다. 긍정적인 사고의 지나친 발상일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더없이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두 아이와 엄마를 보며 조금은 우울했던 내 마음에 한줄기 햇살이 비춘다. 겨울 우울증은 햇볕을 쪼이면 좋아진다고 하니 도서관 마당 벤치에 앉아 커피라도 마셔야겠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김혜자, 최민수 주연의 영화로도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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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1-30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영화에 나온 `이레`는 우리구에 살아요. 초등2학년...
작은도서관은 동네사랑방 같아서 커피나 차는 쉽게 마시는데 공공도서관은 넓고 칸이 분리돼 있으니 차마시러 사무실로 들어가긴 어려울수도...

자몽 2015-01-30 18:53   좋아요 0 | URL
이레...넘 귀엽고 연기도 잘하더라구요

세실 2015-01-31 08:13   좋아요 0 | URL
소설 읽고 영화보려 했더니 이미 극장에서 내렸네요. TV로 오늘 봐야겠어요.
정수기 위에 붙여 놓았어요. 커피, 녹차 준비되어 있으니 사무실로 오시라구... 처음 오는 분들이 많이 찾아요^^

2015-01-30 18: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몽 2015-01-30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영화 보고 넘 좋아서 원작소설을 보려고 했었는데 잠시 잊고 있었네요.
세실님 글보니 빨리 읽고 싶어져요

저에게도 도서관은 책을 읽기위해 거의 매일 가는 곳인데 왠지 사서분들께 가볍게 인사하는 것도 어렵더라구요...근데 이용자들과 소통을 위해 커피를 주는 도서관은 넘 부럽네요

세실 2015-01-31 08:15   좋아요 0 | URL
영화도 좋군요. 워낙 배역들이 탄탄하니...
전 얼른 영화 보고싶어요^^

시작이 어렵지 한번 소통하고 나면 편해요. 시골이라 더 가능할수도 있겠지만요. 마주치면 제가 먼저 인사해요~~~

blanca 2015-01-30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이 계신 도서관은 더욱 따사로울 듯해요. 저는 집근처 중학교에서 동네주민에게 개방한 도서관을 자주 가요. 언제든 가도 될 듯한 느낌이 따듯해요.

세실 2015-01-31 08:18   좋아요 0 | URL
겨울이라 도서관 들어올때 움추린 모습이 안타까워 준비했어요. 카페처럼 편하게 왔으면 하는 마음~~ 중학교에서 개방한 도서관도 신선하겠어요^^

2015-02-01 12: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3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15-02-01 0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실한 멋쟁이 관장님!!! 맘도 푸근하시네~~~^^ 착해착해!!!!!❤️

세실 2015-02-01 10:56   좋아요 0 | URL
소음도 심하고 위생도 엉망이라 자판기 치웠거든요. 별다방 커피는 못주더라도 봉지커피 정도야? ㅎ
어제 별다방 텀블러 샀는데 맘에 쏙 들어요^^

페크pek0501 2015-02-02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무료 제공의 커피를 얻어 마시고 싶어라. 마음까지 따뜻해질 것 같아서요. ㅋㅋ

기억해 놓겠습니다.

“때로는 뒤에 남긴 삶의 자취가 앞에 놓인 길보다 더 중요한 법이라는 거다.”

세실 2015-02-02 14:37   좋아요 0 | URL
나도 페크님께 커피 드리고 싶어라~~~~~
서울에서 이곳 1시간 20분이면 오는데....ㅎㅎ
따뜻한 봄날, 훌쩍 날아오세용~~~~

하루 하루 열심히 살아야 겠습니다. 근데 지금 꾸벅꾸벅 졸고 있다는거.....
밥 먹고 오후 2시부터 3시 사이 넘 졸려요^^

페크pek0501 2015-02-02 14:5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럴까요?
시댁 대구도 왔다갔다하는데 말이죠.^^

세실 2015-02-02 21:35   좋아요 0 | URL
기다리겠습니다~~~ ㅎㅎ
2월중 서울도 가야겠죠? 보림 대학도 가볼겸~~~

[그장소] 2015-04-1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도서관 이름이 ..계신 도서관...?!^^
이군...했다가...아~~~

세실 2015-04-18 23:56   좋아요 0 | URL
응? 도서관 이름이 어디 있나요? ㅎㅎ
못 찾겠다. 꾀꼬리~~~~

[그장소] 2015-04-18 23:58   좋아요 0 | URL
blanca 님글속에 있죠!!^^

세실 2015-04-19 00:13   좋아요 1 | URL
개방(한)도서관? ㅎㅎㅎ
울 도서관은 충북에 있는 시골도서관이어요~~~

[그장소] 2015-04-19 00:15   좋아요 0 | URL
꾀꾀리도..울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