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밤새 내린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만들었다. 몇년전 방판길에 차로 출근하다 교가다리 위에서 두번 돌고는 눈이 조금이라도 내리면 버스로 출근한다. 평소에는 택시 드라이버지만 눈이 오면 초보운전자가 된다. 버스 타는 날엔 터미널까지 신랑이 데려다주니 나쁘지않다. 오늘 퇴근길도 부탁해요^^ (라고 말하지만 신랑은 저녁엔 약속도 많고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버스에서 바라보는 시골 풍경은 1980년대를 연상한다. 들판도 그대로, 간이 터미널의 식당, 구멍가게도 그대로 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이 정겹다. 이런 풍경이 좋아 오늘도 커텐으로 뿌연 창을 닦으며 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데 기차가 지나간다. KTX가 아닌 무궁화호 기차다. '와, 기차다.' 카메라로 순간을 포착했다. 나이가 들어도 기차만 보면 그저 설레인다. 문득, 여행가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밀려온다. 어제 가족여행 날짜 잡는데 2월 중순이나 되어야 가능하다. 보림이랑 신랑은 왜이리 바쁜거야....

2.
일요일, 아이들은 성탄제 준비로 성당에 가고 신랑이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 보기. 아이들이랑 함께 안보길 잘했다. 자식들이 서로 병원 모시고 가지 않는다고, 들여다보지 않는다고 소리 지르며 싸우는 모습이 참 그렇다. 그저 시간 되는 사람이 자주 찾아 뵈면 될듯. 누구를 원망할 필요가 있을까?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의 아름다운 삶. 산골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참 곱다. 부모님, 부부, 자녀에 대해 생각해본다. 오늘, 친정 아버지에게 전화해서는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성당 다니셔서 축하드린다고 전화했다. 전화만 드려도 참 좋아하시는데.....
1주일에 한번은 시댁가기. 2주에 한번은 친정 부모님 모시고 식사하기.

3.
알라딘 중고서점은 서점 같은, 도서관 같은 분위기가 참 좋다. 신랑이랑 서로 관심있는 분야에서 책 뒤적이는데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사고 싶은 책 있어?' 하는 내 물음에, '솔직히 말하면.....여기있는 책 대부분 다 읽었어. 사고 싶은 책 없네.' 하는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 답변에 빈정 상했다. 그럼 빌 게이츠가 되었어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랑한테 '염소의 축제' 얻었다.
알라딘 서점 갈때마다 구입하는 문학동네 책이랑 만화인문고전! 세트를 다 채우는 날까지 알라딘 방문은 계속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