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드디어 우리 도서관 2층에 소박한 북카페가 생겼다. 처음 도서관에 왔을때 책상과 의자만 놓여있는 삭막함에 거슬렸던 곳인데 어떻게 꾸밀까 고민하다 북카페로 꾸며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근처 초등학교에 버려진 책장 두개 얻어 놓고, 봄맞이 노란 체크무늬 테이블보 씌우니 제법 산뜻하다. 도서관 창고 구석에 있던 토분에 진분홍 영산홍 심고, 집에 있던 빈 화분에 분홍 양란을 심었으며, '엄마, 집에 안 예쁜 화분 있으면 갖다 주세요' 하는 전화에 친정부모님은 흐드러지게 핀 영산홍 큰 화분과 늘어진 아이비 화분을 가져 오셨다.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종이꽃이 놓여 있던 청동 화분에는 보랏빛 수국 조화도 꽂았다. 창가에 산뜻한 롤 스크린을 설치하고 싶었지만 창틀은 조만간 리모델링을 할 수도 있기에 버티기로 했다. 입구에 '쉼터'라고 쓰여있는 표지판을 '북카페'로 바꿔달라고 냅킨아트 선생님께 부탁드렸다. 

이렇게 꾸미는데 들어간 비용은 단돈 8.만.원!   

 

 

 

   

2.

 

오늘 우리도서관에서 3월부터 운영할 프로그램 강사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그중 아이들 프로그램인 즐거운 체스교실 강사가 알고보니 보림양 학사반 자모였다. 세상은 참 좁다! 보림이는 초등학교 3학년때 천주교 청주교구에서 운영한 '안젤루스 도미니 합창단'에서 활동했는데 그 엄마의 아이도 합창단원이었고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강사들과 밥을 먹고 난뒤에도 우리는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아이들, 해외 여행 이야기를 신나게 풀어 놓았다. 그녀는 아이 둘만 데리고 필리핀에서 2년 살았으며, 홍콩, 북경을 자유여행 했고 단짝 친구를 만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테솔 자격증이 있으며 현재 체스 강사이다.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참으로 다이나믹하며 에너자이저다. 나보다 더한 열정이 느껴진다. 앞으로도 우리는 고3을 위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고, 수능이 끝나면 두 아이와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약속했다. (과연 보림이도 좋아할까?)

가끔 예기치 않게 뜻이 잘 통하는 좋은 친구가 생기기도 한다.

 

3.

 

이제 휴식이 필요한 시간으로 '서서비행' 을 조금 읽었다. 이 책은 도서관에 두고 틈날때마다 읽고 있다. 전 알라딘 MD였던 금정연님의 서평을 실은 글인데 편하게 다가온다.   

 

 

 

 

 

 

 

 

 

 

 

 

‘생계독서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는(살아가려 하는) 저자가 인터넷 서점 MD로 일하던 시절 시작해서 전문 서평가로 변신한 지금까지 써내려온 서평들 가운데 67편을 추려서 묶은 책이다.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여기에 실린 글들이 저자의 생계를 꾸려줬음은 물론이다.

“서평을 써서 생계를 유지하는 자가 서평가인가?” 글을 읽는, 혹은 쓰는 일의 환급성이 가혹하리만치 낮게 평가되는 상황에서 ‘생계독서’라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비행非行이나 비행卑行으로 여겨”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은 위로나 교양, 연애, 승진, 그리고 삶을 바꾸기 위한 독서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말하며, 또 다른 ‘독서의 공간’을 펼쳐놓는다.

저자는 독서 그 자체로 만족이 되는 삶의 부분―이러저러한 변신을 꾀하기 위함이 아닌, 독서하는 행위로 그저 자신답게 살 수 있는 세계가 열리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이 있다고 전한다. 하여, 그의 책 소개는 자신감 넘치거나 호기롭거나 ‘한번 읽어보시라, 삶이 바뀐다’라고 장담하지 않는다. 그가 ‘선택’했다기보다 그의 ‘일상’인 책들은 그저 독서가 ‘사는 것’인 그 시점에 마주했던 재치 넘치는 ‘매문기’일 따름이다.

                                                                                                                                  [알라딘 제공]

 

 

4.

 

금요일 저녁, 청주에서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을 봤다. 정동하와 더블 캐스팅이었던 전동석은 처음 본 배우인데 이국적인 외모와 모델같은 몸매, 성량이 풍부한 울림있는 목소리는 무대를 압도했다. 음유시인으로 나온 전동석이 무대가 시작하자마자 부른 노래는 '대성당들의 시대'

 

아름다운 도시 파리,  전능한 신의 시대

때는 1482년, 욕망과 사랑의 이야기

우리는 무명의 예술가

제각각의 작품으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려해

훗날의 당신에게

대성당들의 시대가 찾아 왔어.

이제 세상은 새로운 천년을 맞지.

하늘 끝에 닫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 

 

http://www.youtube.com/watch?v=5yU5Ao0t2ds&feature=player_embedded

 

전동석 멋.지.다!  콰지모도역의 윤형렬도 허스키 보이스로 배역과 잘 어울렸다.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 갈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죽은 에스메랄다를 안고 울부짖듯 노래하는 마지막 장면, 콰지모도의 애잔함에 눈물이 고였다. 신부의 일그러진 사랑이 한 여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비극적인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 참 멋진 대작이다.  

소설로 읽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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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남매맘 2014-02-22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카페로의 변신, 훌륭합니다. 짝짝짝!!!
세실 님 보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세실 2014-02-23 21:10   좋아요 0 | URL
자판기가 지저분해서 빼기로 했는데 빈 자리를 어찌 채워야하나 고민중입니다.
맘은 커피 포트랑 커피, 종이컵 갖다 놓고 싶은데 직원들이 질색할듯요. ㅎㅎ

순오기 2014-02-2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더의 마인드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페이퍼~ 차 마시러 도서관 가고 싶은 분위기!! ^^
뮤지컬도 얼마나 좋았을까.... 급 부러움!!
나도 우리딸들 올라가면 도서관 책단장 꽃단장 해야지요!^^

세실 2014-02-23 21:11   좋아요 0 | URL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광주에서 오시려면......청주에서 다시 이곳까지 오셔야할듯요. ㅎㅎㅎ
'노트르담 드 파리' 기회 되면 꼭 보세요. 매우 훌륭한 뮤지컬입니다.
책단장, 꽃단장 어찌 하실지 궁금합니다~~~

페크pek0501 2014-02-23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음~~ 멋져 멋져!!!
꼭 가고 싶은 북카페를 만들어 놓으셨네요.
맘에 드는 친구가 생기신 것 축하드려요. 나이 들수록 친구의 존재는 든든해지지요.^^

세실 2014-02-23 21:13   좋아요 1 | URL
호호호 사진 효과가 좀 있긴 합니다. 가끔은 저도 이곳에서 차 마셔도 좋겠다는 생각 들어요. 이용자와의 대화? ㅎㅎ 오래된 친구도 좋지만, 새롭게 알아가는 친구도 괜찮네요^^


다크아이즈 2014-02-23 1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테이블과 의자의 완벽한 조화^^*
세실님의 매력이 봄볕에 버들강아지 터지듯 마구마구~
관장님 인기가 그 도시를 점령하겠어요. 헤헤~~

세실 2014-02-23 21:14   좋아요 1 | URL
연두와 노랑 나름 고민하면서 골랐답니다^^
어머나 이쁜 표현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조용한 동네라 시간이 필요할듯요. 오던 분만 오더라구요...

antitheme 2014-02-24 0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북카페를 보니 벌써 봄이 왔네요.
이번주 먼지도 많고 쌀쌀한데 건강관리 잘 하세요.

세실 2014-02-24 10:15   좋아요 1 | URL
카페를 만들어 놓으니 이용자들이 좋아하네요.
조금씩 따뜻한 공간으로 만들고 있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이 어제 보다 춥더라구요.
님도 행복한 한주 되세요~~~~

희망찬샘 2014-02-27 0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동하면 뭐든지 가능하네요. 단돈 8만원으로 꾸민 아름다운 공간~ 그러나 그 가치는 돈으로 잴 수 없겠지요?
사랑받는 공간으로 자라기를(얘도 잘 자랄 거예요. ^^) 빌어요.

세실 2014-02-27 15:30   좋아요 1 | URL
그니까....청주에 있는 홈패션 가게 들러 천 고르고 다음날 다시 가서 찾아오고, 집에 있는 빈화분에 꽃 심어 가져오고.....평직원이라면 힘들겠죠? ㅎㅎ
이용자들이 행복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