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에서 성공적으로 추진한 업무중 하나는 2003년부터 시작된 '학교도서관 현대화 사업'이었다. 덕분에 충북에 있는 대부분의 학교도서관은 적어도 시설면에서는 깔끔하다. 그나마 공간 미확보교, 통폐합교등은 아직도 리모델링을 하지 못했지만.....점점 신입생이 줄어든다고 하니 교실 공간이 생기면 나머지 학교도 리모델링을 하게 되겠지.

지난주 그동안 미루었던 제천 청암학교 도서관 점검을 다녀왔다. 
사립이고, 특수학교인데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가 이번에 담당선생님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2.5칸의 공간을 확보하게 되었고, 공사가 마무리됨에 따라 여행삼아 훌쩍 다녀오게 된 것이다. 
도서관 근무하는 친구가 화요일에 노는 지라 일부러 시간을 맞추었다.
'피할수 없으면 즐겨라~~~'     

마치 여행가는 기분으로 올라탔던 기차. 아직도 기차를 보면 설레인다.


역으로 마중나온 친구와 함께 간 곳은 약초의 고장 답게 온갖 야채로 입맛을 돋워주는
의림지 근처 '약채락' 한정식집. 평소 향 짙은 나물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약이다 생각하고 싹싹 다 먹었다. 그리고 의림지 인근 커피숍에 들어가니 직접 갈아서 바로 내려주는 커피향과 맛이 참 좋더라.  



사립은 생각보다 시설투자에 인색한지라 별 기대없이 갔는데 도서관이 그림같다.
선생님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열정이 묻어있는 아름다운 도서관이 탄생한 것이다.
인근의 잘 된 도서관을 견학하고, 장애우 아이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구석구석 배려한 흔적들이 눈물겹다. 특히 기존 공간을 살린 암벽타기는 신선하다. 아이들이 편안하게 누워서 볼 수 있는 공간과 실이 분리된 별도의 영화 상영관도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이상적인 공간이 되겠다.

그곳에 있던 1시간여 동안 내 옆에 와서 빤히 쳐다보고 손을 덥석 잡는 제법 큰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결혼전에는 맹학교에서 주말마다 함께 놀아주기도 했는데.....
문득 이곳에서 책읽어주기 봉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퇴직하고 제천에 살까? 

아이들 담임을 맡고 있어 늘 동동거려야 한다는 선생님이 안쓰러워 어머니 자원봉사자를 모집하시라 했더니 시내에서 떨어져 있기에 이동거리가 불편하기도 하고, 관심이 거의 없다고 한다......이렇게 예쁜 도서관이 있다는걸 알까?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한채 친구와도 안녕을 고하고 다시 청주로 돌아오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이 고향이라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선생님의 청순하면서도 예쁘고 야무진 모습과,
쾌적한 공간에서 책을 읽으며 편안히 쉬는 아이들의 모습이 내내 여운으로 남는다. 
학교도서관 담당자로서 뿌듯하더라.
같은 금액을 투자하고서도 한듯, 안 한듯 별 관심없는 선생님들 부디 반성하길.....  

여우꼬리) 오늘은 대학로 책읽는사회문화재단에서 '책날개 사업'에 대한 중간점검과, 향후 있을 작가초청강연회 준비 회의가 있었다. 북쪽이라 그런지 서울은 청주보다 더 추웠다.
따듯한 봄 햇살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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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3-31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시설도 점검하고 친구도 만나고 맛난 것도 먹고...대체 몇마리 토끼를 잡은 거예요?^^
도서관 리모델링은 정말 담당자의 열정과 학교장의 마인드가 맞아야 제값을 하더라고요.
우리 지역도 구청에서 균등하게 지원해서 리모델링 했는데 결과는 정말 천차만별~ 교장샘 조차도 심했다고 할 정도의 학교는 그 돈이 다 어디로 갔는지 알면서도 모른 척..ㅜㅜ

세실 2010-03-31 08:31   좋아요 0 | URL
호호호 기차여행까지 했으니 일석 사조쯤?
구청에서 지원해주었군요.
초등학교는 특히 아기자기하게 꾸며야 하는데 마치 고등학교 도서관처럼 휑한곳이 있더라구요.
한번 해놓으면 10년이상은 가는데....

무스탕 2010-03-3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립에서 투자가 약하다는 부분이 조금 이해가 안가서요.
사립은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이쁘게 좋게 최신식으로 가꾸지 않나요? --a
사진으로 보는 학교 도서관은 정말 이쁘네요.
애들은 누워서 책 보는걸 좋아하는데 그 특성을 잘 살려줬네요.
담당 선생님이 세심하기도 하셔라..

전 기차를 타 본게 백만년 전인듯 싶어요 ㅠ.ㅠ

세실 2010-03-31 12:54   좋아요 0 | URL
사립이 생각보다 열악해서 시설은 엉망입니다. 시설투자를 안해요. 최소한 충북은...
제가 사립고를 나왔는데 가보고 깜짝 놀랬어요.
복도가 아직도 오래된 시멘트 바닥이더라는...ㅎㅎ
그나마 도서관만 좋더라구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
지금까지 가본 학교중 가장 이쁜 곳이랍니다.
에구 백만년전이라...주말에 가까운 곳 댕겨오심 어떨까요?
요즘 샛노란 개나리 피었어요~

2010-03-31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31 1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울보 2010-03-3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이쁜 도서관이네요
류가 다니는 학교 도서관은 참 열악한데,,
저런 도서관이라면 시간이 날때마다 도서관에서 놀고 싶을텐데,,
부러운 도서관이네요,,

세실 2010-03-31 19:47   좋아요 0 | URL
류 학교는 리모델링을 하지 않았나요? 이상하네요...
신청하면 다 해준것으로 알고 있는데. 교실 2칸이 안되어 그런가 봅니다.
저도 나오고 싶지 않아서 1시간 이상 있었답니다.
햇살도 한가득 들어오더라구요.
울보님...반가워요!

꿈꾸는섬 2010-03-3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정말 학교 도서관인가요? 너무 멋져요. 아이들이 모두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네요.
제천이 약초의 고장이군요. 맛난 점심 먹고 싶어요.^^

세실 2010-04-01 09:36   좋아요 0 | URL
네. 참 예쁘게 꾸며 놓았습니다. 선생님이 이곳저곳 많이 다녀보시고,
가구 선택도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약초 축제도 하고, 약초를 많이 팔아요.
솔직히 향이 강한 나물을 안 좋아합니다. ㅎ

같은하늘 2010-04-01 0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석다조의 여행을 다녀오셨네요.
그나저나 저 사진이 학교도서관이랍니까? 믿을수가 없습니다.ㅜㅜ 우리아이 학교 도서관은 도대체 뭐냐구요?

세실 2010-04-01 09:36   좋아요 0 | URL
네. 늘 시간에 쫓기다 보니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려고 노력한답니다.
친구는 소중하잖아요~~~
전국적으로 균등한 금액을 주었을텐데..문제가 많죠?

희망찬샘 2010-04-04 0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도 도서관 리모델링을 올해 한다는데,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썰렁한 공간이 따뜻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날 날을 기다립니다. 그러면 손님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세실 2010-04-04 08:00   좋아요 0 | URL
님이 많은 도움 주세요.
초등학교는 신발 벗고 올라가는 약간 높은 방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책상 2개 정도 놓고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는 곳. 다락방 개념도 좋구요.
아기자기한 예쁜 의자도 많이 구비해 놓고...
절대 남는 돈으로 책 살 생각하지 말고, 이번에 할때 좋은 집기, 예쁜 집기로 많이 구입하라고 하세요^*^ 아이들 동선, 눈높이를 최대한 고려한 도서관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타 도서관 견학을 많이 하라고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