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론 - 바티칸의 금서 돋을새김 푸른책장 시리즈 4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05년 6월
구판절판


신분이 낮고 비천한 자가 감히 군주의 통치를 논하고 규정하려는 것을 주제넘다 여기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풍경을 그리려는 사람이라면, 산맥과 고지대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낮은 곳에 있어야 하고 평원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산꼭대기에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이치로 백성의 본성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군주가 되어야만 하고, 군주의 본성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백성이 되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위대한 로렌초 데 메디치 전하께 니콜로 마키아벨리가 올리는 글>-31쪽

문제들이 눈앞에 드러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처방은 이미 너무 늦은 것이 되고, 그 질병은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의사들이 말하는 질병에 관한 이야기가 여기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즉 질병은 초기에는 진단하기는 어렵지만 치료하기는 쉽고, 시간이 경과한 후에는 진단은 쉬우나 치료는 어려워지는 것입니다.-46쪽

갑작스럽게 형성된 국가란 튼튼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급속도로 자라난 식물과 같아서 처음으로 맞이하게 된 악천후에도 쉽게 죽어버리고 말 것입니다.-71쪽

<민심을 얻기 위한 체사레의 냉혹함>

그는 레미로 데 오르코라는 가혹하지만 능력 있는 인물에게 그 지역을 맡기고 모든 권한을 위임했습니다. 레미로는 짧은 시간 내에 그 지역을 평화롭고 단합된 곳으로 만들었으며 그 과정을 통해 매우 좋은 평판도 얻었습니다. 그 후 공작은 레미로에게 주어진 과도한 권한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으며 그의 권한 때문에 훗날 성가시게 될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공작은 그 지역의 중심부에 시민재판소를 설치하여 권위 있는 재판장으로 하여금 관장토록 하고 각 도시별로 법률가를 파견하도록 했습니다. 공작은 그동안 해온 가혹한 조치들로 인해 백성들 사이에 한없이 생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백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자신을 전적으로 지지하게 만들려고 했던 것입니다. 즉 그동안 있었던 가혹한 조치들은 자신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행정관의 잔혹한 성품 때문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계획을 실행할 기회를 잡은 어느 날 아침, 체세나 광장에 두 토막 난 레미로의 시체를 단두대와 피 묻은 칼과 함께 놓아두었습니다. 그 참혹한 모습은 백성들에게 만족감과 동시에 당혹감을 심어주었습니다.-77쪽

인간의 본성이란, 받았던 은혜와 마찬가지로 베푼 은혜에 의해서도 유대가 강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103쪽

한니발의 뛰어난 공적들 중 가장 칭찬받는 것이 있습니다. 비록 여러 나라에서 선발된 엄청난 대군을 거느리고 외국 땅에서 전투를 치렀지만 전황이 유리할 때나 불리할 때나 변함없이 군 내부에서는 물론 장군들 사이에서도 사소한 분란조차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여타의 훌륭한 능력들과 더불어 부하들로 하여금 항상 존경받고 또 두려워하도록 만든 그의 무자비한 잔혹함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것입니다. 만약 잔혹함이 없었다면 그가 지닌 다른 능력들만으로는 그러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면모를 간과한 근시안적인 역사 저술가들은 그의 공적들에 대해 찬사를 늘어놓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러한 공적들의 주요한 원인을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143쪽

이전의 정권에 만족했기 때문에 신생 군주의 적이 된 사람들을, 이전 정권에 불만이 있었기 때문에 신생 군주에게 도움을 주었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쉽게 우호세력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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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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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면, (누구나 그럴 거란 생각이 드는데)

가볍게 술 한 잔을 하고 싶고, 혼자서 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싶고, 턴테이블로 음악을 듣고 싶고, 남들 다 일할 시간인 오후 2~3시경 어정어정 산책을 나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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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창해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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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아. 연습을 한다면 먼저 백포도주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큰 글라스에 백포도주와 얼음을 넣고, 거기다 페리에를 섞어서 레몬을 짜 넣으면 아주 좋지. 난 주스 대신으로 마시지만."-101쪽

그녀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을 때, 나는 부엌에서 스파게티 면을 삶고 있던 참이었다. 면이 완전히 삶아지기 직전, 나는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로시니의 <도둑 까치> 서곡을 휘파람으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스파게티 면을 삶는 데 딱 어울리는 음악이었다. -165쪽

이웃집의 나무에서 마치 태엽이라도 감는 듯 끼이이익거리는 새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우리는 그 새를 '태엽 감는 새'라고 부르고 있다. 아내가 그런 이름을 붙였다. 진짜 이름은 모른다.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과 관계 없이 '태엽 감는 새'는 매일 이웃집의 나무에 날아와 우리가 속한 조용한 세계의 태엽을 감았다.-1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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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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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서, 샬럿과 다비드의 <사랑의 역사>만큼이나 끈끈한 책이 있다면,

그건 이외수의 <산목>과 김훈의 <개>다.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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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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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바보라도 창문 앞에 있으면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가 되는 법이다.-12쪽

내 책. 누가 내 책을 발견할까? 나의 다른 물건들과 함께 버릴까? 나 자신만을 위해 쓴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누가 읽어주었으면 했는데.-30쪽

사해는 지구 위에서 가장 낮은 땅이다.-57쪽

"두 달이 지난 후, 사랑이 시작될 때 찾아오는 그 고원한 순간을 깨트리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열린 창문을 넘어 슬며시 들어온 슬픔의 첫 순간에, 리트비노프가 <사랑의 역사>의 첫 페이지를 읽어주었다."-96쪽

예컨대 손을 잡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느낌을 함께 기억하는 방식이다.-104쪽

"손을 잡아야 할까?"
"안 돼."
"그건 왜?"
"그러면 사람들이 알 테니까."
"뭘 아는데?"
"우리에 대해."
"사람들이 알면 뭐가 어때서?"
"비밀인 게 더 좋아."
"왜?"
"그래야 아무도 우리에게서 그걸 가져갈 수 없으니까."-130쪽

"나의 알마, 샬럿에게. 내가 당신을 위해 책을 쓴다면 바로 이런 책을 썼을 거야. 사랑해. 다비드."-153쪽

한때 한 가닥 줄을 이용해서 단어들을 인도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그 단어들은 목적지를 향해 가다 말고 비틀거릴 것이다. 수줍어하는 사람들은 주머니에 작은 줄 뭉치를 넣고 다녔다. 큰 소리로 지껄여대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런 줄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남들이 자기 말을 귓결에 듣는 데 익숙한 사람들도 타인에게 어떻게 자기를 이해시켜야 할지 모를 때가 있기 때문이다. 줄을 사용하는 두 사람 간의 물리적인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거리가 좁을수록 줄이 더욱 필요하기도 했다.
줄으 끄트머리에 컵을 붙이는 관행은 훨씬 뒤에 통용되었다. 이것은 귀에 조가비를 갖다 대고 이 세상의 최초의 표현 가운데 아직도 남아 있는 메아리를 들어보겠다는 누를 수 없는 욕망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또 말한다. 미국으로 떠난 한 소녀가 대양을 가로질러 풀어놓은 줄의 끄트머리를 움켜쥔 한 남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이 세계가 커지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사라지지 않게 해줄 정도의 줄이 부족해지자 전화가 발명되었다.
어떤 줄로도 말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경우에 어떤 모양의 줄이라도 한 사람을 침묵하게 만든다.-156쪽

방 안에서 침묵이 모이는 곳도 발견했다. 커튼 주름이 접힌 곳, 움푹 파인 은식기.-161쪽

그날 밤은 위대한 음악가 아서 루빈스타인이 연주할 예정이었다. 무대에는 피아노만 하나 덜렁 있었다. 검게 빛나는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였다. 커튼 뒤에서 앞으로 나가 보니 비상구 불빛 아래로 좌석들만 끝없이 보였다. 의자에 앉아 발끝으로 페달을 밟았지만 감히 손가락 하나도 건반에 올려놓지 못했다.-185쪽

"난 러시아어를 배울 수 있겠네."
미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가르쳐줄게. 첫 단어난 다이(Dai)야."
"다이?"
"두 번째 단어는 루쿠(Ruku)."
"무슨 뜻인데?"
"먼저 말해봐."
"루쿠."
"다이 루쿠."
"다이 루쿠, 이게 무슨 뜻이야?"
미샤가 내 손을 잡았다.

("손을 잡아줘."라는 뜻인데 프러포즈의 의미가 담겨 있다.)-197쪽

해가 질 때 브루클린 퀸스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수천 개의 묘석과 조명으로 반짝이는 지평선이 보인다. 그때 하늘은 주황색으로 빛나고, 이 도시의 전기가 땅속에 묻힌 사람들로부터 생성된다는 기이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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