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왠지 ‘저는 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 하다.

우리는 가끔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진짜 제주에서 산다는건 어떤것일까? 분주하고 바쁜 도심에서 살던 저자가 느리고 한적한 제주에서 거주자로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를 멋진 제주 풍경 사진과 함께 적어 내려간 에세이다. 뭔가 거창한 제주 살이를 기대한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그곳에도 평소 우리와 다를바 없는 삶이 진행중이라는 사실만 안다면 어쩌면 개인적일 수 있는 제주살이의 담담한 기록에 마음이 차분해짐을 느끼게 될듯하다. 내가 그랬으니!

여행자였을때의 많은 추억을 안고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가 되어 생계를 꾸리며 살아가는 제주살이, 낯선 곳에서 홀로 남겨진것 같은 외로운 순간들도 낭만이 되는 제주에서의 삶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제주에서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제주 생활의 실상과 먹거리 또는 공간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그날그날의 이야기들이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 이제는 서른의 나이가 좋고 더이상 서울이 그립지 않게 되었다는 저자!

그냥 액자에 담아도 될만큼 멋진 사진들이 가득한 책으로 저자의 일상 이야기를 읽어내려가다 잠시 멈추어 쉬어가게 된다. 말들이 풀을 뜯는 한적한 풍경, 구름이 걸쳐진 하늘과 제주의 예쁜 지붕, 끝없이 자유롭게 달릴 수 있을거 같은 한적한 도로, 아기자기하고 다정한 돌담, 푸른 청보리가 바다처럼 펼쳐지는 풍경, 커다랗고 울창한 나무 숲, 하얀 눈이 쌓인 이국적인 풍경, 바다를 마음껏 누리는 가족과 친구와 연인등등 역시나 사진작가답게 멋지게 담은 풍경들이 마음을 사로잡니다.

<마음이 머무는 곳>
누구에게나 그런 공간이 있다.
마음이 듬성듬성해질 때,
깊은 곳으로 가라앉고 말 때.
꼭 그럴 때 머물게 되는 공간이.
누군가에겐 영화관,
누군가에겐 이불속,
누군가에겐 공원.
울고 싶을 때마다 나는
제주공항 건너편 도두동으로 갔다.
이상하리만큼 그곳에선 눈물이 났다.
-p177

서울 살때는 버스 뒷좌석에서 두번째 자리, 버스 기사님 옆자리, 처음 제주 살이에서는 마을과 그리고 숲이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어 지루하게 흘러가거나 바쁘고 힘든 일상속에서, 혼자 있고 싶을때 생각나면 한번씩 찾아가 마음을 누일 수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럽다. 가끔씩 만나 다독일 수 있는 좋은 인연이 있어 지금 서른이어서 좋다고 말하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의 지금 나이는 어떤지를 돌아보게 되는 책! 마음이 머무는 이런 공간이 내게 있는지를 떠올려보게 하는 책!


카메라 하나만으로 골목길 걷는 것 하나로 행복해지는 저자의‘ 좋아하는 것을 기록하며 오래 걷고 싶다‘는 바램이 꼭 이루어지기를 희망해본다.

#상상출판
#제주는잘있습니다.
#엄지사진관
#제주살이 #에세이추천 #상상출판 #사진에세이
#에세이추천
#책추천
#제주사진에세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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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셋의 나이에 시작한 취미생활, 그림그리기를 기록하며 삶의 깨달음을 담은 에세이!

마흔셋의 나이에 변변한 취미생활 하나 없던 저자가 아내의 응원에 힘입어 화실에 다니며 시작하게 된 그림! 그림이라고는 배워본적도 없는 저자가 선생님의 칭찬 몇마디에 힘입어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즐거운 취미생활이 되기까지의 여정과 더불어 저자의 굴곡진 생의 경험들과 추억과 꿈과 희망과 사랑을 담아 쓴 글이다.

아내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동안 살아온 부부의 삶을 돌이켜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수채화를 그리면서 물조절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불어 우리의 삶또한 틀에 맞춘듯 계획표대로 정확하고 빽빽하게 채우려 하기보다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내가 가능한만큼 단순해지는것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평범함을 꾀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자화상을 그리면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그림을 그리면서 잠시나마 꿈을 이룬듯 행복해한다.

​자신이 가장 편안한 순간을 떠올려 그림으로 포현해보는 저자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다. 헐렁한 런닝을 입고 축 늘어져 있는 그 시간이야말로 가장 편안한 시간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이처럼 진정한 휴식이란 뭔가 거창한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로 돌아가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간과하고 사는듯하다. 가끔 거실을 가로지르다가 아무 생각없이 너른 바닥에 대자로 누울때가 있다. 내 모든걸 중력에 맡기듯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누울때가 왜 그렇게 편안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었달까?

‘삶이라는게 지나간 날보다 현재의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일수도 있고, 인생이라는게 그리 큰 이벤트가 아니라 소소한 행복들의 합이라는 의미일수도 있겠다‘

그림을 통해 삶의 본질을 깨닫게 되는 것들을 적어 내려간 저자의 취미생활을 보며 내게도 그런 취미가 하나쯤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금 바로 시작!



*출판사 협찬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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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여고생이 혼자서 교실밖 여행을 하면 다 이럴까?

간만에 꽃차랑 북모닝!
교실 밖으로,
세상 밖으로 혼자 나선 여고생,
어쩜 이렇게 이쁠까,
사진도 참 이쁘고 글도 이렇게 이쁘게 쓰다니!
나의 여고시절 그때를 떠올려 보면
막상 집을 뛰쳐 나와서도
갈데가 없을뿐 아니라
혼자서 어디를 간다는 자체가 언감생심!
용감하다,
자신은 특별하지 않다 말하지만
이미 특별해진 여고생 슬구!

하루에 한번씩 행복하기를 실천중이라는
마냥 행복하고 싶은 꿈많은 여고생 슬구에게
한발 척 걸쳐볼까.
나도 뜻밖의 풍경을 만나게 될까?

셀프로 찍은 사진도 참 이쁜데
글도 참 이쁜 책!



교실 속에 갇혀 있는 고등학생이아니라 교실 밖으로 나온 여고생, 낯선 곳을 여행하고, 삼각대로 사진을 찍으며 혼자서도 재미있게 놀 줄 아는 우물 밖 여고생, 미리 말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나를 자랑하겠다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고생일 뿐이다. 그런 내가 이런 여행을 했노라고, 이러한 것을 느꼈다고, 그러니 너도 할 수 있다고, 글과 사진으로 전하고 싶을 뿐이다.
- P9

순간의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의 중심에 바로 내가 있다. 나를 스쳐간바람, 내게 닿은 햇볕, 수많은 인연과의 관계, 그 속에서 내가 느낀 형용할 수 없는 감정들이 뒤섞여 단 한 장의 사진에 기록된다. 많은 게 필요하지 않다. 결국 한 장의 사진, 그거면 충분하다.
- P193

의외의 슬구‘는 오직 카메라 앞에서만 드러난다. 10초의 타이머 앞에서 모델이라도 된 양한껏 포즈와 표정을 짓다가, 찰칵 소리와 함께 다시 수줍은 여고생으로 돌아온다. 나는 그 10초 사이의 슬구가 좋다. 그 10초를 만드는 카메라가 좋다.
- P113

갈림길 앞에선 늘 고민에 빠집니다. 이 길이 맞을까? 잘못된길이면 어쩌지? 갈림길 앞에서 확신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없어요. 그러니 자신 있게 걸어가세요. 이 길이 아니다 싶으길면 다시 되돌아오면 되니까. 대신 조급함은 잠시 내려두기.
지름길에 없는 뜻밖의 풍경을 마주칠지 누가 알겠어요?
- P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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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났지만 학교에 가지 못하고 병원으로 가게 되는 소년 건수의 그 끝을 알 수 없는 긴 방학이 펼쳐진다.

오랜만에 좀 글이 좀 긴 소설을 읽었다. 그런데 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적인 느낌을 더 받게 되는 책이다. 아버지와 같은 병에 걸려 아버지가 있는 병원으로 입원하게 된 소년 건수! 학교의 방학이 아닌 투병의 긴긴 방학이 시작된다. 어떤 약도 듣지 않는 수퍼병원균을 가진 중딩 소년이지만 어른들과의 대화를 보면 더 어른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사춘기도 채 지나지 않는 창창한 나이의 소년이 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받아 들이고 체념한 듯 하루하루를 그렇게 버텨내고 있다.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두려움은 다른 어떤 감정들보다 무겁단다.‘

소년은 같은 병실을 쓰는 동료들과도 매점 할머니와도 수녀님과도 왠지 철학적인 것들을 담은 대화를 주고 받고는 한다. 그리고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자신의 감정에 무척 솔직하다. 부모가 이혼하고 아버지의 재혼으로 새엄마와 성만 같은 동생이 생기는 등의 다소 복잡한 성장 배경이 있어서인지 건수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침착한 편이라 누구에게나 시한부의 생이라는 사실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툭 내 뱉고는 한다. 아니 어쩌면 살고 싶은 마음을 반대로 표현하는 건지도!

그러던 어느날 검정 상복을 입은 소녀 강희를 알게 되고 그 나이때에 느끼게 되는 감정이 시작되지만 소년이 처한 환경이 그러도록 두지 않는다. 어쩌다 목격하게 되는 강희의 미신적인 의식을 자신만의 비밀로 간직한 채 신약 임상실험에서 운좋게 자신만 대상자로 선정이 된다.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강희를 위해 자신의 알약 반을 나누어 주다가 강희의 고발로 그만 들키게 되고 만다. 사랑은 시작도 못해보고 배신만 당하게 되는 소년의 사랑하지 말자는 마지막 한마디가 강하게 남는다.

이야기를 묘사하는 방식이 참 독특하고 흥미로웠다. 자신의 병에 대한 고민보다는 아직은 엄마 아빠가 그리운 사춘기 소년의 솔직한 모습과 죽기 싫은 간절한 마음을 내뿜는 소녀와 그 이외의 다양한 인물들이 보여주는 병원의 이야기가 의미있게 펼쳐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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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창시절 노트에 베껴 쓰기도 했던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읽다가
왜이렇게 가슴이 먹먹해지나요.

대충 요약해보면
아무때나 찾아가도 좋은 허물없는 친구,
변덕과 신경질도 애교로 받아주는 친구,
나아가 적절히 맞장구 쳐주는 친구,
외모는 아름답지 않아도 향기만은 아름다운 친구,
그런 향기를 팔지 않으며 서로 격려가 되는 친구,
우정이 애정같고 애정이 우정같은 친구,
내가 그리울때 그를 찾듯 그도 그럴때 나를 찾는 친구,
서로를 바티어주는 기둥이 되고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는 친구,
웨딩드레스를 수의처럼 입고 지란으로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게 될 친구!

친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연인에 대한 이야기인지,,,
곧 우정이 애정이고 애정이 우정이라는 사실!
남녀성별, 나이, 국경에 상관없이
이런 친구 있나요?
평생에 친구 하나만 있어도 성공한다는데
이런 멋진 글을 남긴 유안진은
그런 친구를 만났을지 궁금해집니다.
혹 지란지교를 단지 꿈만 꾸다가 이렇게 멋진 문장으로 남기도 건걸까요?
이런 친구를 얻으려면
나 또한 이런 친구가 되어야한다는 것!
그런데 가만보니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는 생각이 문득
ㅋㅋ

전문 꼭 읽어보시길!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는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는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도 좋은 친구
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 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리
영원이 없을수록 영원을 꿈꾸도록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리라.
그가 여성이어도 좋고 남성이어도 좋다.
나보다 나이가 많아도 좋고
동갑이거나 적어도 좋다.
다만 그의 인품은 맑은 강물처럼
조용하고 은근하며 깊고 신선하며
친구와 인생을 소중히 여길 만큼
성숙한 사람이면 된다.
그는 반드시 잘 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나 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
나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고 싶진 않다.
많은 사람과 사귀기도 원치 않는다.
나의 일생에 한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으로
죽기까지 지속되길 바란다.
때로 약간의 변덕과 신경질을 부려도
그것이 애교로 통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고
나의 변덕과 괜한 흥분에도
적절히 맞장구쳐 주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흘러 내가 평온해지거든
부드럽고 세련된 표현으로
충고를 아끼지 않으면 된다.
우리는 흰 눈 속 침대 같은 기상을 지녔으나
들꽃처럼 나약할 수 있고
아첨 같은 양보는 싫어하지만
이따금 밑지며 사는 아량도 갖기를 바란다.
우리는 명성과 권세, 재력을 중시하지도
부러워하지도 경멸하지도 않을 것이며
그보다는 자기답게 사는데
더 매력을 느끼려 애쓸 것이다.
우리가 항상 지혜롭진 못하더라도
자기의 곤란을 벗어나기 위해
비록 진실일지라도 타인을 팔진 않을 것이며
오해를 받더라도 묵묵할 수 있는 어리석음과
배짱을 지니기를 바란다.
우리의 외모가 아름답진 않다 해도
우리의 향기만은 아름답게 지니리라.
우리는 시기하는 마음 없이 남의 성공을 얘기하며
경쟁하지 않고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하되
미친듯이 몰두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우정과 애정을 소중히 여기되.
묵숨을 거는 만용은 피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우정은 애정과도 같으며
우리의 애정 또한 우정과도 같아서 요란한 빛깔과 시끄러운 소리도 피할 것이다.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은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 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 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를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피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 지리라.
- 유안진, 「지란지교를 꿈꾸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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