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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차사 화율의 마지막 선택
김진규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6월
평점 :
예전에 티비 드라마에서 환생을 다룬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본 기억이 난다.
아주 오랜 고대적에 삼각관계를 이루었던 사랑하는 세 남녀가
환생을 거듭하며 만나게 되지만 그때마다 결국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또 다시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하는 환생!
김진규 그녀의 세번째 소설!
첫번째 [달을 먹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오누이의 치명적인 사랑을 기억할테고
두번째 [공생원 마나님의 280일]을 읽은 사람이라면 공처가 공생원의 애면글면 마나님의 행적을쫓던 이야기를 기억할것이다.
이 소설의 문을 여는 첫글을 보며 나는 그 공생원을 떠올렸다 .
7쪽
-오줌이 마려운데....
소변, 소수, 소용, 소피, 완곡한 단어는 많았다. 한데 하필 적나라하게도 오줌이라니,평소라면 쓰지 않았을 단어였다. 그만큼 아랫도리의 상황이 급박하다면 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뜻이었다.
혹 공생원이 환생한것일까?
장이 민감한 공생원의 뒤간 이야기가 문득 떠올려져서 인듯도하다.
오줌이라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서 그에 대한 부가 설명으로
작가의 우리말에 대한 참으로 해박한 지식에 탄복하게 되고
전혀 새로운 단어들과 특이한 문장구조 덕분에 글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녀의 소설!
한낮의 온도가 30도를 육박하는 이더위에 소름이 쫙 돋을
이승과 저승을 오락가락하는 전생과 환생을 이야기하는 이 소설 강추다 .
다만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적에 조금 인내심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
소설의 구조상 그렇기도 하지만 이 작가의 책은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이야기여서
처음엔 뭐가 뭔지 누가 누구인지 무지하게 복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중반이후부터 그렇게 얽혀진 실타래의 가닥을 하나 하나 잡아가게 해주기도 하므로,,,
이 책속의 등장인물들
수강과 연홍, 우재와 징신, 채관과 검송, 그리고 사반의 이야기
화율은 치명적인 사랑의 주인공 우재와 징신간의 금지된 사랑의 우재의 저승차사이름이다.
저승차사란 이승을 억울하게 살다 간 혼이 저승으로 가기전 머무는 곳에서 선택하는 직업같은거다.
이 작가의 참 특이한 저승의 이야기는 이승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는듯 보이는데
정말 그런것일까?
간혹 저승에 머무는 혼령인데도 넋을 이승에 두고 왔다는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혼령에게도 넋이란건 따로 있다는 이야기일까?
육체와 영혼 두가지만 생각하던 사람이라면 무척 의구심이 드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
어쨌거나 화율은 이승에서의 징신과의 사랑의 기억을 버리지 못하고
번뇌와 고통속에서 이미 죽었는데도 다시 죽을거 같아
대열을 이탈해 나갔다가 사고를 친다.
바로 연홍의 눈을 멀게 하는,,,
연홍은 또 누구인가?
연홍은 사반의 이야기에 등장하기도 하며 가시라는 이름으로 아이와 함께 우물에 빠져죽는
환생과 환생을 거듭해 연홍으로 환생하게 된 여주인공이다.
사반의 이야기에서도 배속에 아이를 죽음으로 몰았는데
그런 아이가 세상에 다시 나오려 환생을 한것인지
눈먼 연홍은 원치 않지만 아이를 갖게 되고 이번엔 낳기로 한다.
이 책속의 인물중 가장 신비스러운 염색장 채관!
그는 어떤 인물일까?
나는 문득 화율이 만났던 상제를 떠올렸다. 그도 자신 또한 인간이라 했던,,,
채관은 차사가 된 화율을 알아보았을 뿐 아니라 연홍을 만나 자신이 환생을 거듭하며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허나 연홍은 그런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연홍을,
이미 두번이나 전생에 죽임을 당했던 그 배속의 아이를 연민의 정으로 보호하려한다.
환생을 할적마다 찾지도 못하고 만났으면서도 알아채지 못했던 과거 환생을 떠올리며
그만 그 사랑의 끈을 자신의 죽음으로 놓아주는 참으로 기이한 인물!
나는 이 책속의 화율이 참 안타깝다.
비록 동성간의 사랑이지만 그렇게 애타게 찾던 사랑했던 징신을 만나지 못하고 만 ,
혹 영면의 저 세상에서는 그들이 서로 좋은 만남으로 해후하고 있지 않을까?
그들의 지금생은 남자와 남자로 태어나 서로를 운명적으로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또 다른 생엔 분명 여자와 남자로 만나 사랑했을수도 있으므로,,,
혹은 오누이로 혹은 여자와 여자로 혹은 아비와 자식으로 혹은 ,,,,
나는 가끔 전생을 생각해본다.
아니 환생도 생각해보기도 한다.
그래서 자꾸 뫼비우스의 띠처럼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전생과 환생!
결국 모든것은 지금 내가 살아내고 있는 현생에 머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생이 아닐까?
이 책속의 저승차사는 나비로 변이된다.
저승사자라 하면 검은 도복을 두르고 검은 것을 쓰고 입술마저 시커먼 것을 떠올리는데
한없이 가벼우면서도 여린 나비 한마리라,,,
왠지 참 낭만적이면서 멋지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