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 비룡소 전래동화 14
이현주 글, 송희진 그림 / 비룡소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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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이 반쪽이어서 남들은 두개인 것들이 모두 하나씩 밖에 없는 아이인 반쪽이를 상상하면
한쪽 다리로 걸을 수 없으니 깡총 깡총 뛰어다닐수밖에 없는 모습에 웃음이 납니다.

엄마가 태몽으로 고양이가 물어가고 반토막 남은 생선을 먹고 태어난 반쪽이는
비록 남들보다 하나씩 부족하지만 무지 힘이 세다는 특기를 가지고 있답니다.
멀쩡한 형들은 반쪽이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지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반쪽이를 떼어놓을 궁리를 한답니다.

매번 형이 좋아 졸졸 따라다니는 반쪽이를 커다란 바위에 묶거나 나무에 묶어 따돌리곤 하지만
힘이센 반쪽이는 바위를 불끈 들어 집 앞마당에 내려놓고 나무도 뿌리채 뽑아다 가져다 놓고는
장가갈때 쓸려고 미리 준비해두는 거라고 말한답니다.
형들이 원망스럽고 미울만도 한데 반쪽이는 뇌가 반쪽이어서 그런건지 미워할줄을 모르네요!
그래도 장가갈 때 쓸 떡돌과 떡메를 미리 준비할 생각을 하는걸 보면 아주 모자라는건 아닌듯해요!

아무리 따돌려도 금새 풀려나버리는 반쪽이가 얄미운 형들은 이번엔 진짜 호랑이굴속으로 던져버립니다.
하지만 우리의 힘센돌이 반쪽이는 '끄응' 한번으로 칡넝쿨을 끊어버리고는 세마리 호랑이 꼬리를 한데 묶어
빙빙 돌려서는 호랑이를 바닥으로 던져 죽게 한 후 호랑이 가죽을 세벌이나 챙깁니다.
호랑이 세마리도 꼼짝 못하게 하는 반쪽이라니 참 대단하지 않나요?

호랑이 가죽을 메고 부잣집을 지나가다 호랑이 가죽을 탐내는 집주인과 장기를 두고 내기를 합니다 .
반쪽이가 이기면 딸을 주겠다고 하니 안그래도 장가갈 준비를 하던 반쪽이가 마다하지 않겠죠?
힘만 센 반쪽이일줄 알았는데 머리도 제법 쓸만했는지 내리 세판을 다 이겨버리네요! 허 참!
졸지에 반쪽만 있는 녀석에게 딸을 주기가 아까운 부잣집 주인은 머리를 쓴다고 써 보지만
똑똑하고 야무지고 힘센 반쪽이를 당할수가 있나요?^^

보초병들을 몽땅 골려먹듯 따돌리고 아가씨를 업어다 혼인을 하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그림을 그린듯 때로는 판화로 찍어낸듯한 삽화를 보면 전래동화지만 세련된 느낌이 듭니다.
특히 보초병들을 골탕먹이는 부분은 아이들이 제일루 신나게 여길 그림과 이야기랍니다.
게다가 그림속에는 반쪽이 말고도 요모조모로 숨어 다니는 고양이를 찾는 재미도 있다지요!
가만 보니 생선을 반토막 물어간 고양이도 어느새 반쪽이처럼 가정을 일구고 반쪽고양이를 낳았군요!

여기 나오는 멀쩡한 형들이나 멀쩡한 부잣집 주인을 보면 반쪽이만도 못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쪽인 몸을 가지고도 불평이나 원망하지 않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착하고 바르게 사는 반쪽이를 통해
멀쩡한 몸을 가진 우리도 우리의 장점을 살려 바르고 착하고 자신있게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참 멋진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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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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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살아 있다는거 아세요?
시맨과 자갈과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가 무슨 생명이 있냐구요?
하지만 가끔 원인 모를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문들이 쾅쾅 닫히고 전구가 나가잖아요!
그게 바로 아파트가 살아 있어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 있다는 증거래요! 하하!

여기 40년된 푸른 아파트가 있어요! 정말 오래되어 재건축을 해야 맞는데 어쩐일인지 허가가 나지 않네요!
그러자 아파트에 검은 띠를 두르고 온갖 글들을 적어 안그래도 오래되어 낡은 아파트가 더 흉물 스러워졌답니다. 그런데 가만 어디선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바퀴가 간지럽힌다느니 옆구리가 갈라져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느니 낡으면 빨리 무너져야 한다는둥 꼭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네요! 아파트가 살아있다니 정말 신기한걸요?

그런데 가만 보니 1동이 앞뒤가 안맞는 엉뚱한 말을 하곤 하는데 40년전 벼락을 맞아서 그렇다는군요, 그래두 위험해 처하면 사람을 지켜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넘친대요, 그리고 2동은 자신의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애착이 강하구요, 3동은 안그래도 상당한거 같은 검은띠에 기동이의 낙서까지 더해져 기가 죽었어요. 구석진곳에 위치한 4동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군요, 그래두 자신이 좋아하는 괴담을 만화로 그리는 만화가만은 참 좋아해요! 그리고 밤이면 아무도 없어 쓸쓸한 상가건물까지 정말 아파트가 살아 있어요!

기동이는 어느날 엄마 아빠가 할머니집에 데려다 놓은 2동 102호 할머니의 손주랍니다. 2동은 왠지 처음부터 별루 예의가 없어 보이는 기동이가 싫지만 할머니를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기동이는 분필을 가지고 다니며 여기저기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고양이에게 돌맹이를 던지고 툭하면 아파트를 걷어 찹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불평 한마디없이 그저 따뜻한 사랑으로 기동이를 보듬어 주네요! 아빠 엄마 없이 사는 기동이가 안쓰러운 거랍니다.

학교도 한살 어린 친구들과 다녀야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다행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단아를 만나 고양이때문에 친해지기 시작하자 낙서는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기동이는 친구가 없어 너무 심심했었나 보네요! 그리고 4동에 만화가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는 호기심에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화가를 좋아하는 4동은 기동이가 못마땅해 가지 못하게 방해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동이를 누가 말릴수 있겠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기동이는 드디어 만화가 아저씨를 만난다지요,

만화가 아저씨는 기동이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책보다는 돈을 벌 수있는 책을 만들다 보니 기동이가 자신의 옛날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뜨끔해집니다. 그리고 만화가가 꿈인 기동이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자 4동 아파트는 기동이의 따뜻한 만화에 점 점 빠져들게 된다죠! 고양이가 주인공인 기동이의 만화가 못내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개구쟁이 기동이는 참 의젓하고 착합니다. 아빠 엄마를 봤을때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문제아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여자친구 단아를 만나 고양이를 걱정하고 학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습니다. 게다가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확실한데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로부터 만화그리는 법을 전수받기까지 한다죠! 기동이 참 멋진 녀석이에요!

' 세상에 나는 것들은 다 지 헐 몫을 가지고 나는 것이여, 허투루 나는 게 한나 없다니께, 고 단단하던 것들이 이렇게 제 몸 다 낡도록 사람들 지켜 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인자 지 헐 일 다 허고 , 저 세상 간다 생각허니, 짠허다.'     ---p168

다시 재개발이 확정되고 이제 사라져야하는 낡은 아파트가 마지막까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우리 사람들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아파트끼리도 서로가 의지하고 충고하고 위로하며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듯 우리 사람들도 각자 다른 모습과 성격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란 요란 푸른 아파트가 이제 자신의 사명을 다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기를 기다리듯 우리들도 우리의 몫을 다 해내고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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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좁은 아빠 푸른숲 어린이 문학 23
김남중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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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좁은 아빠?
남자들이 나이를 먹으면 여성 호르몬이 많아져서는 잔소리도 심해지고 괜히 울적해진다는데 그런 의미에서 속좁은 아빠일까? 하는 내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 이야기속엔 정말 속좁은 아빠가 있다.

첫 등장부터  이 속좁은 아빠는 매일 술을 먹고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밉상이다.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해 세상에 대한 불평을 술을 먹고 토해내는 아빠의 모습이 절대로 우리 아이들에게 좋게 비칠리가 없다.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술만 먹으면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는 고래아저씨인데다 다음날이면 자신이 뭘 했는지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또 저녁이면 술을 먹고 들어오니도저히 더이상 참을 수가 없어 금주클리닉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주인공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도 저게 분명 사기일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이상한 클리닉이다. 아빠에게 가짜 암진단을 내려 정신을 차리게 하고 금주와 금연을 확실하게 성공시키며 게다가 몸무게까지 빼준단다. 마음이 급한 엄마는 선뜻 계약을 하고 거금을 붙여주고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만 기다린다. 어른들은 참 작은것에도 이리 저리 재어보고 따져보는데 어쩜 이리 큰일은 쉽게 결정을 내리는지 현주도 미심쩍어 답답해하듯 독자들도 함께 걱정을 하게 된다.

어쨌거나 우여곡적끝에 아빠는 암을 진단받는다. 금주클리닉의 가짜 진단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모녀는 그저 아빠가 상심에 빠져 있는 모습이 왠지 안쓰럽고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는데 예상을 뒤엎는 일이 벌어진다. 아빠가 정말 암에 걸려서 진짜 수술을 해야한다는 정말이지 어이없고 황당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이 된거다. 그럼 금주클리닉은 사기였던걸까? 어쨌든 그 덕분에 암을 발견할 수 있어 빨리 수술을 하게 되었으니 좋다고 해야하는지 참으로 아리송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냥 장난 쬐금 쳐서 아빠의 술버릇을 잡아 보려 했을뿐인데 그런 역적모의에 대한 벌이라도 받는걸까?

어찌 되었건 암진단 이후 아빠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인다. 전에 없이 다정하게 대해주는가 하면 술도 마시지 않고 일찍 들어와 가족들과 오붓한 저녁식사를 하고 함께 가족여행을 떠나기도 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잘못 살아왔던 것을 반성하는 아빠를 보니 주인공은 비록 술때문에 아빠를 미워했긴 했지만 그래도 죽기를 바란건 아니라고 울면서 믿지도 않는 신에게 불평스럽게 따지기도 한다. 사람은 언제건 죽을 수 있는데도 죽음이 눈앞에 오는 순간이 되면 삶의 태도가 달라지나보다. 진작에 정신을 차렸다면 좀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텐데 왜 평소에는 그런 사실을 잘 깨닫지 못하는걸까?


아빠의 병원에 다니며 알게 된 선우라는 아이는 최연소암환자인데도 항상 밝고 건강해 보인다. 주인공 현주를 자기 멋대로 여자친구로 만들어서는 자꾸만 장난을 걸지만 아빠가 수술에 들어가 불안해 하는 마음을 위로해 주기도 하면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둘이 주고 받는 대화나 문자 메세지등은 요즘 아이들의 이성교재를 살짝 엿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 재미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선우 또한 재발 암환자여서 중환자실에 들어가 의식을 찾지 못할때에는 정말이지 현주처럼 마음이 아파온다. 언제나 장난치며 웃을거 같던 아이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사실에 현주는 자신의 목소리를 담아 핸드폰 벨소리로 지정을 해놓고 꿈결에라도 이렇게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니 얼른 깨어나기를 바란다. 

 



'너희가 내 뿌리야, 아빠는 그걸 깜빡 잊고 있었어, 이제는 절대 잊지 않을게,고맙다, 얘들아. 나도 너희의 든든한 뿌리가 되어줄게.'       ---160

아빠는 물론 수술도 잘끝나고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집으로 돌아오지만 아직 항암치료가 남아 있어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선우처럼 어린 아이도 용기를 내어 항암치료를 견디며 살기위해 애쓰는 모습에 아빠는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가족들과 기차여행을 한다. 그리고 찾아간 폭포수를 겨우 피해 땅에 뿌리를 박고 살아가는 소나무를 보며 저 소나무가 뿌리로 인해 살아가는 힘을 얻듯 아빠는 자신과 동생과 엄마가 뿌리여서 자신도 살기위해 최선을 다해 가족의 뿌리가 되어 주겠다며 다짐을 한다. 그리고 폭포수를 바라보며 선우의 잔뿌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선우의 전화를 받는다.

참, 그런데 아빠가 속좁은 아빠인 이유는 위암이어서 암덩어리인 위를 잘라버리고 나니 위가 줄어들어 붙인 별명이다. 위를 다 덜어 낸 사람은 속없는 사람이라며 우스개 소리를 하는 아빠를 보니 절망하고 좌절하는것보다 낫다는 생각을 한다. 아빠는 수술 후 엄마만 찾고 엄마에게만 매달리는 어린아이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런 아빠를 다 받아주는 엄마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비록 술때문에 미워했던 아빠지만 진짜 암선고를 받고 암수술을 해야하는 아빠가 살아주기를 바라는 주인공의 마음 또한 바로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럼 그 사기꾼인지 아닌지 모를 금주 클리닉은 어떻게 된걸까? 어쨌거나 이들 가족들에게는 그 덕분에 아빠의 암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들이 약속한 대로 금주와 금연 그리고 체중 조절까지 성공했다. 여기서 우리는 아무리 사기꾼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하는 진실된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그것이 더 좋은 일을 불러 올 수 있다고 믿는 작가의 희망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금 우리 아빠에게 불만이 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덜컥 큰 병에 들어 죽음 앞에 놓이기 전에 아빠의 뿌리가 되기 위해 무얼 해야할지 생각해보게 하는 멋지고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참, 선우는 정말 5년뒤에 다정하고 따뜻한 남자가 되어 현주 앞에 나타날 수 있을까? 정말 그랬으면 하는 희망적인 바램을 가지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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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에 물주기 - 반짝이는 순간을 쓸고 닦고 물을 주는 일
공혜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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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는 너무 큰것들에 집착하고 너무 큰것들에만 감동받고 사는건 아닐까?
그래서 주변에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디어진건 아닐까?
이 작가의 사진과 그림과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작고 하잘것없는것에 둔해져
잠시 잊혀져 있던 내 감성의 샘물이 퐁퐁 솟아나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참 재미난 작가다.
책을 보면 뭐 이런것들로 감성을 충전하니 어쩌니하고 책까지 만들어낼까 싶지만
가만 하나하나 보다보니 점점 메말랐던 내 감성이 촉촉히 젖어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거창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뭐 그런것들이 아닌 정말 하찮고 작은것들에서 말이다 .
우리는 그냥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마는것들을 감성의 코드에 맞춰 재발견해내는 그녀가 참 재미나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바닥에 남아 말라버린 모습이 누군가의 얼굴을 닮아 사진으로 남기고
자신이 매일 다니는 동네만이 가지고 있는 나만이 아는 정보를 지도로 만들고
하루종인 고양이 하나만을 유심히 관찰하고 순간순간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며
사실 그때 그때 소소한 것들이지만 모아놓고 되돌아보니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달이 한페이지 안에 들어 있어 한눈에 보이는 탁상달력속 생활을 담은 일력을 보니
어느 해인가 다이어리가 쓰기 귀찮은데 그렇다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으려니 왠지 서운해
탁상달력 빼곡히 깨알같은 글씨로 그날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한 기억이 문득 난다.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지만 짤막한 몇마디의 말만으로도 그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탁상달력!
작가의 감성 코드가 왠지 나와 참 비슷하단 생각까지 든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잠깐이지만 같은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참 부러운 작가다. 자랄때도 내내 티격태격하느라 엄마를 제대로 알아봐 주지 못했는데
함께 같은 사물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고도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참 부럽다.
엄마와 무얼 같이 해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물 가물하기만 한데,,,
그림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만 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수록 왜케 자꾸 엄마가 생각이 나는지,,,,




서랍속 추억 상자를 꺼내어 놓은 작가의 사진을 보니 내 서랍속 추억이 따라 나온다.
아무리 넘어 뜨려도 벌떡 벌떡 일어나는 저 오뚜기는 어릴적 그저 신기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살아 감에 있어 오뚜기처럼 벌떡 벌떡 일어나야하는 순간이 올때 정말 그럴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용기와 희망과 감성을 충전시켜야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내 서랍속 잡동사니 하나하나 가만 들추어보면 그것은 모두 나를 말하고 있음을
그래서 때로는 서랍속이 좀 지저분해지더라도 그냥 내버려둘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나와 엄마의 세월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렇게 오래된 물건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더 찡해진다.
돈이 없어서 새것들로 바꾸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이든 사람모양 곁에 두고 내내 쓰게 되는 물건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그 세월을 함께 해온 것들이 있어 그런 물건들을 가끔 발견하고
아이들보다 더 나이 먹은것에 새삼 놀라고 아이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터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전해지는 느낌이 든달까?




공혜진 그녀의 별명은 하주 이런 저런것들을 주머니가득 주워 담아오기를 즐겨 '땅그지'란다. 
그런 별명을 가진만큼 참 독특하고 특이해서 남들과는 참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같다.
고양이에게서 얻어지는 털들로 글자를 만들어본다든지 전단지를 잔뜩 모은다던지
혹은 설명서를 제작하고 자기만의 부적을 만들고 자신만의 자격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조차 혹은 지인들이나 세상에게 조차 무엇이건 선물하기를 좋아하는듯 하다.
봉숭아 물을 들이는 세트를 만들어 선물한다거나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선물하거나
자연에서 얻은 씨앗들과 자신이 직접 만든 과자나 맛있는 것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할줄 안다.
거창하고 멋드러진 선물이 아니지만 그녀의 감성 만큼 선물 또한 받는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혹시 내 삶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으며 조금 우울해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 책속의 목록중 맘에 드는 한가지만 따라해보는것도 감성 자극에 도움이 될듯 하다.
돌틈사이로 자라나는 풀꽃들에게서 행복함을 느끼고 사진속 옆 사람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고
낡아서 버려진 목도리를 주워다 인형을 만들어 목도리 냄새를 추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작가의 감성에 나 또한 주변을 둘러보며 소소하고 작은것들에서 감성을 충전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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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가져온 아이 문지아이들 85
김려령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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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이는 지금 산골 할아버지집 창고에 있습니다. 무당집 신딸 다래가 찾은 아주 오래전 할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초가집 장난감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초가집은 아주 작은데도 문이 열리기도 하고 방안엔 호박씨만한 호롱불도 있습니다. 호롱불에 불을 붙여 보자는 다래의 말을 듣고 불을 붙이는 순간 창고 흙벽에서 빛이 새어나옵니다. 오래 오래 창고속에서 잊혀져 있던 할아버지의 초가집 장난감 호롱불이 살아났기 때문인지 아이들은 사차원의 문이 열리듯 빛이 새어나오는 벽을 밀고 낯선 세상으로 들어갑니다.

아빠 엄마가 서로를 견디지 못하고 이혼을 하고는 차근이는 엄마와 살면서 방학이면 할아버지가 계시던 아빠네 집으로 갑니다. 할아버지와 아빠는 온갖것들을 발명해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습니다. 발명 창고로 쓰시던 그곳으로 들어간 할아버지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립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찾을 수 없는 할아버지를 그리워하는 차근이의 간절한 바램때문이었는지 차근이가 잊고 있던 할아버지의 오래된 초가집 장난감을 찾을 수 있게 하고 또다른 세상의 문이 열리게 했나봅니다. 그렇게 무당집 신딸 다래와 함께 가게 된 벽너머 그곳에는 기억의 호수가 있고 잊혀진 사람들의 마을이 있습니다.

김려령 작가의 책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을 읽으며 청소년들의 문제를 화끈한 대화체와 그녀만의 독특한 문체로 꼬집어 내어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또 다른 책으로 집어들게 된 이 책은 그것들과는 달리 약간의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한 환타지한 세계가 배경이 됩니다. 배경속 인물들과 소재는 역시 사람들에게 소외당하고 잊혀지는 것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는것만은 다르지 않은데 기존의 화끈하고 직설적인 표현과는 달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문장들로 사람들에게 잊혀진 기억이 모여있는 기억의 호수라든지 사람들에게 잊혀져 떠나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든지로 표현해 내는 작가만의 능력은 참 기발하단 생각이 듭니다.

기억의 호수에는 잊혀진 기억들이 모여 주인이 기억을 떠올리게 되면 펑펑 터지고 가끔은 기억이 주인을 잘못 찾아들어 사람들이 기시감이 들기도 하며 주인을 못잊어 자꾸만 들러붙는 나쁜 기억도 있으며 혹은 구구단을 외우지만 깜빡깜빡 잊게 하는 장난꾸러기 기억등에 대한 이야기는 내 기억에 대한 단면들을 보여주는것만 같아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게다가 떠나온 이들의 마을은 점 점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을이라니 혹시 나로 인해 이 마을에 머물게 된 사람은 없을까 하는 마음에 괜시리 마음이 미안해집니다.

따나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나쁜 기억으로 잊혀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과 그래도 좋은 기억을 하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 따로 있어 해가 지고 봉화에 불이 붙으면 한번씩 잔치를 열어 물물 교환을 합니다. 이곳은 하루가 세상의 일년과 같아서 대낮에도 아침 점심 저녁을 먹고 잠을 잡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를 만나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받은 상처로 마음을 닫아버려 차근이와 다래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우여곡절끝에 함께 지내면서 마음의 문이 열려 친구들에게 호떡도 만들어 주고 자신이 길러 수확한 땅콩도 보여주면서 친구가 됩니다. 마음속 깊이 너무 큰 상처로 인해 누군가로부터 또다시 상처를 받을까봐 마음의 문을 꽁꽁 닫아두었던 그 아이도 차근이와 다래의 진심을 느끼고 여럿이 함께 해야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을 잔치가 열리는날 드디어 차근이는 온갖 고장난 물건들을 고쳐주며 강원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할아버지를 만나지만 할아버지를 필요로하고 할일이 많은 떠나온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알고 다래와 함께 다시 자신의 마을로 돌아가기로 합니다. 그렇게 돌아오고보니 어느새 방학이 끝나버렸습니다. 하지만 차근이에게는 정말 잊을 수 없는 방학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속 무당집 신딸 다래는 현실과 벽너머 잊혀진 사람들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빠를 만나러 온 차근이가 외롭지 않게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또 신딸의 영험한 기운으로 벽너머 세계로 차근이를 이끌고 가기도 하며 떠나온 마을에서 자신에게 내려질 신을 봉화속에 묻어두고 평범한 아이로 돌아오게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삶속에는 우리가 힘들고 외로울때 설명하기 어려운 다래와 같은 존재가 나를 지켜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그래서 잘 깨닫지 못하지만 내게 힘을 주는 이웃이나 친구나 가족들이 바로 그런 존재가 아닐까 하는 마음에 소중함을 느낍니다.

우리가 잊고 사는 기억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사는 가족이나 친척이나 이웃들이 홀로 방황하며 외롭게 떠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참 아픕니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찾아준다면 떠나온 사람들의 마을엔 더이상 외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지 않을듯 합니다. 그곳의 차근이의 할아버지는 차근이가 내내 기억하는한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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