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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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살아 있다는거 아세요?
시맨과 자갈과 철근 콘크리트로 만든 아파트가 무슨 생명이 있냐구요?
하지만 가끔 원인 모를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문들이 쾅쾅 닫히고 전구가 나가잖아요!
그게 바로 아파트가 살아 있어 자신만의 표현을 하고 있다는 증거래요! 하하!

여기 40년된 푸른 아파트가 있어요! 정말 오래되어 재건축을 해야 맞는데 어쩐일인지 허가가 나지 않네요!
그러자 아파트에 검은 띠를 두르고 온갖 글들을 적어 안그래도 오래되어 낡은 아파트가 더 흉물 스러워졌답니다. 그런데 가만 어디선가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바퀴가 간지럽힌다느니 옆구리가 갈라져 바람이 숭숭 들어온다느니 낡으면 빨리 무너져야 한다는둥 꼭 사람처럼 말을 하고 있네요! 아파트가 살아있다니 정말 신기한걸요?

그런데 가만 보니 1동이 앞뒤가 안맞는 엉뚱한 말을 하곤 하는데 40년전 벼락을 맞아서 그렇다는군요, 그래두 위험해 처하면 사람을 지켜야한다는 투철한 사명감이 넘친대요, 그리고 2동은 자신의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애착이 강하구요, 3동은 안그래도 상당한거 같은 검은띠에 기동이의 낙서까지 더해져 기가 죽었어요. 구석진곳에 위치한 4동은 자신이 맘에 들지 않는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군요, 그래두 자신이 좋아하는 괴담을 만화로 그리는 만화가만은 참 좋아해요! 그리고 밤이면 아무도 없어 쓸쓸한 상가건물까지 정말 아파트가 살아 있어요!

기동이는 어느날 엄마 아빠가 할머니집에 데려다 놓은 2동 102호 할머니의 손주랍니다. 2동은 왠지 처음부터 별루 예의가 없어 보이는 기동이가 싫지만 할머니를 좋아하는 마음때문에 그저 지켜보고만 있습니다. 기동이는 분필을 가지고 다니며 여기저기 낙서를 하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뭐가 그리 못마땅한지 고양이에게 돌맹이를 던지고 툭하면 아파트를 걷어 찹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불평 한마디없이 그저 따뜻한 사랑으로 기동이를 보듬어 주네요! 아빠 엄마 없이 사는 기동이가 안쓰러운 거랍니다.

학교도 한살 어린 친구들과 다녀야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다행히 같은 아파트에 사는 단아를 만나 고양이때문에 친해지기 시작하자 낙서는 더이상 하지 않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기동이는 친구가 없어 너무 심심했었나 보네요! 그리고 4동에 만화가가 산다는 사실을 알고는 호기심에 찾아가 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화가를 좋아하는 4동은 기동이가 못마땅해 가지 못하게 방해를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기동이를 누가 말릴수 있겠어요! 자신이 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전진하는 기동이는 드디어 만화가 아저씨를 만난다지요,

만화가 아저씨는 기동이가 좋아하는 만화를 그린 사람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돈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감성을 자극하는 책보다는 돈을 벌 수있는 책을 만들다 보니 기동이가 자신의 옛날 만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뜨끔해집니다. 그리고 만화가가 꿈인 기동이도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자 4동 아파트는 기동이의 따뜻한 만화에 점 점 빠져들게 된다죠! 고양이가 주인공인 기동이의 만화가 못내 궁금합니다.

생각보다 개구쟁이 기동이는 참 의젓하고 착합니다. 아빠 엄마를 봤을때는 정말 세상에 둘도 없는 문제아여야 하는데 아이들은 아무래도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지 할머니의 사랑을 받고 여자친구 단아를 만나 고양이를 걱정하고 학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습니다. 게다가 만화가가 되겠다는 자신의 꿈이 확실한데다 자기가 좋아하는 만화가로부터 만화그리는 법을 전수받기까지 한다죠! 기동이 참 멋진 녀석이에요!

' 세상에 나는 것들은 다 지 헐 몫을 가지고 나는 것이여, 허투루 나는 게 한나 없다니께, 고 단단하던 것들이 이렇게 제 몸 다 낡도록 사람들 지켜 주느라 얼마나 고생했냐, 인자 지 헐 일 다 허고 , 저 세상 간다 생각허니, 짠허다.'     ---p168

다시 재개발이 확정되고 이제 사라져야하는 낡은 아파트가 마지막까지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은 바로 우리 사람들의 모습과 무척 닮아 있습니다. 각자 개성이 뚜렷한 아파트끼리도 서로가 의지하고 충고하고 위로하며 그 오랜 세월을 견디어 오듯 우리 사람들도 각자 다른 모습과 성격이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의지가 되어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요란 요란 푸른 아파트가 이제 자신의 사명을 다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기를 기다리듯 우리들도 우리의 몫을 다 해내고 새로운 내일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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