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에 물주기 - 반짝이는 순간을 쓸고 닦고 물을 주는 일
공혜진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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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우리는 너무 큰것들에 집착하고 너무 큰것들에만 감동받고 사는건 아닐까?
그래서 주변에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무디어진건 아닐까?
이 작가의 사진과 그림과 이야기를 듣고 있으려니 작고 하잘것없는것에 둔해져
잠시 잊혀져 있던 내 감성의 샘물이 퐁퐁 솟아나 차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참 재미난 작가다.
책을 보면 뭐 이런것들로 감성을 충전하니 어쩌니하고 책까지 만들어낼까 싶지만
가만 하나하나 보다보니 점점 메말랐던 내 감성이 촉촉히 젖어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거창하고 아름답고 우아하고 뭐 그런것들이 아닌 정말 하찮고 작은것들에서 말이다 .
우리는 그냥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마는것들을 감성의 코드에 맞춰 재발견해내는 그녀가 참 재미나다.





커피를 마시고 나면 바닥에 남아 말라버린 모습이 누군가의 얼굴을 닮아 사진으로 남기고
자신이 매일 다니는 동네만이 가지고 있는 나만이 아는 정보를 지도로 만들고
하루종인 고양이 하나만을 유심히 관찰하고 순간순간의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며
사실 그때 그때 소소한 것들이지만 모아놓고 되돌아보니 괜히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달이 한페이지 안에 들어 있어 한눈에 보이는 탁상달력속 생활을 담은 일력을 보니
어느 해인가 다이어리가 쓰기 귀찮은데 그렇다고 아무런 기록도 남기지 않으려니 왠지 서운해
탁상달력 빼곡히 깨알같은 글씨로 그날 가장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기록한 기억이 문득 난다.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지만 짤막한 몇마디의 말만으로도 그순간을 추억할 수 있는 탁상달력!
작가의 감성 코드가 왠지 나와 참 비슷하단 생각까지 든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잠깐이지만 같은 사물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갖는다.
참 부러운 작가다. 자랄때도 내내 티격태격하느라 엄마를 제대로 알아봐 주지 못했는데
함께 같은 사물을 바라보며 말을 하지 않고도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참 부럽다.
엄마와 무얼 같이 해본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을 더듬어 보니 가물 가물하기만 한데,,,
그림이 아니더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만 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 들수록 왜케 자꾸 엄마가 생각이 나는지,,,,




서랍속 추억 상자를 꺼내어 놓은 작가의 사진을 보니 내 서랍속 추억이 따라 나온다.
아무리 넘어 뜨려도 벌떡 벌떡 일어나는 저 오뚜기는 어릴적 그저 신기한 장난감에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가 살아 감에 있어 오뚜기처럼 벌떡 벌떡 일어나야하는 순간이 올때 정말 그럴 수 있으려면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용기와 희망과 감성을 충전시켜야한다는 사실을 생각한다.
내 서랍속 잡동사니 하나하나 가만 들추어보면 그것은 모두 나를 말하고 있음을
그래서 때로는 서랍속이 좀 지저분해지더라도 그냥 내버려둘 필요가 있음을 느낀다.




나와 엄마의 세월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렇게 오래된 물건들을 보면 괜스레 마음이 더 찡해진다.
돈이 없어서 새것들로 바꾸지 않은 것이 아니라 정이든 사람모양 곁에 두고 내내 쓰게 되는 물건들,
나 또한 우리 아이들을 키우며 그 세월을 함께 해온 것들이 있어 그런 물건들을 가끔 발견하고
아이들보다 더 나이 먹은것에 새삼 놀라고 아이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신기해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부터 보이지 않지만 무언가 전해지는 느낌이 든달까?




공혜진 그녀의 별명은 하주 이런 저런것들을 주머니가득 주워 담아오기를 즐겨 '땅그지'란다. 
그런 별명을 가진만큼 참 독특하고 특이해서 남들과는 참 다른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같다.
고양이에게서 얻어지는 털들로 글자를 만들어본다든지 전단지를 잔뜩 모은다던지
혹은 설명서를 제작하고 자기만의 부적을 만들고 자신만의 자격증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에게조차 혹은 지인들이나 세상에게 조차 무엇이건 선물하기를 좋아하는듯 하다.
봉숭아 물을 들이는 세트를 만들어 선물한다거나 네잎클로버를 코팅해 선물하거나
자연에서 얻은 씨앗들과 자신이 직접 만든 과자나 맛있는 것을 예쁘게 포장해 선물할줄 안다.
거창하고 멋드러진 선물이 아니지만 그녀의 감성 만큼 선물 또한 받는이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혹시 내 삶이 너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으며 조금 우울해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이 책속의 목록중 맘에 드는 한가지만 따라해보는것도 감성 자극에 도움이 될듯 하다.
돌틈사이로 자라나는 풀꽃들에게서 행복함을 느끼고 사진속 옆 사람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고
낡아서 버려진 목도리를 주워다 인형을 만들어 목도리 냄새를 추억으로 만들어 버리는
작가의 감성에 나 또한 주변을 둘러보며 소소하고 작은것들에서 감성을 충전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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