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 -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
신창호.남정미 지음 / 나무발전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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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개론서를 추천할 때는 본능적으로 ‘월 듀랜트’가 쓴 <철학 이야기>를 떠올렸다. 철학 사상을 철학자의 삶과 연관 지어서 쉽게 설명하는 <철학 이야기>는 대중적이면서도 전문적인 깊이를 겸비했다. 재미와 깊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놓치지 않은 좋은 책이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고 나서는 사정이 좀 바뀔 것 같다. 철학 특히 동양철학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호기심이 많아서 이 책 저 책을 뒤적거려 본 비전공자의 경험으로는 철학에 대한 입문서로 이 책 만 한 것을 못 만났다. 사실관계나 깊이를 떠나서 단순히 어떤 학문에 대한 호기심을 끌어내는 차원에서 본다면 <철학 이야기>는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 비견될 만한 책이다. 로마라는 거대한 산맥을 일일이 언급하면서도 로마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호기심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책이다. 
 
 한편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은 ‘에드워드 기번’의 역작 <로마제국쇠망사>와 닮았다. 로마의 역사를 모두 다룬 <로마인 이야기>에 비해서 <로마제국쇠망사>는 로마의 쇠퇴기만을 다뤘음에도 로마사에 관한 불후의 명작이라는 위치를 점유한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은 ‘우리가 몰랐던 동양철학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동양철학’을 주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이 책을 <로마제국쇠망사>에 비교한 것은 동양철학에 집중하면서도 내용이 하도 쉽고 간결하며 우리가 모르고 오해를 했던 동양철학에 대한 사실을 잘 알려주기 때문이다. 나아가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호기심을 유발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무릎을 치고 머릿속에 박제처럼 새겨 두고 싶었던 구절을 살펴보자. 
 

 동아시아기후는 어때요? 봄, 여름, 가을, 겨울, 확확 바뀌잖아요. 확확 바뀌면 뭘 해야 합니까? 대비를 해야지. 유비무환! 따뜻했다가 추워져. 그럼 김장도 해야 하고, 옷도 장만해야 되고, 뭐 이것저것 대비를 해야 하는 철학이 동양철학입니다. 그러면 서양철학은? 대비를 할 필요가 없죠. 똑같으니까. 그러니까 헛생각을 하는 거예요. ‘별은 왜 떠 있을까?’ 그걸 유식한 말로 ‘관념철학’이라고 해요. 근데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헛소리하고 앉아 있는 거지. 

 
 철학이라는 고매하다고 생각했던 학문이 날씨를 비롯한 풍토를 통해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 신선했다. 천상의 신선들이 논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철학이 기껏 반찬 문화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이 재미났다. 중국을 종주국으로 해서 동양철학이 성행한 나라들의 공통점이 벼농사를 주로 짓는 지역이라는 것이 우연이 아니며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구분하는 주요 잣대가 반찬 문화가 있느냐 없느냐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뇌리에 남았다. 
 

 한여름은 짜증나고 덥잖아요. 그때는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것을 공부합니다. 부드럽고 즐기려면 여유가 있어야 되죠. 그러니까 산에 가서 시 한 수 짓고, 시조도 읊고. 그게 여름에 하는 공부입니다. 그런데 <논어>라든가 <맹자>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나?’,‘정치 어떻게 하나?’는 엄청나게 딱딱하고 신경을 써야 하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논어, 맹자는 겨울에 공부하는 겁니다. 옛날에 교육과정을 편성할 때 그런 것까지도 생각을 하고 짰습니다. 아까 분위기라고 했잖아요. 그런 것까지 고려를 했다는 거죠. 

 
 공부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라는 말을 누구나 많이 듣고 자란다. 보통 어른이 되어서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니 학생 때 공부를 열심히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가 된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자니 이 말을 한 참 오해를 했다는 것을 알겠다. 공부에는 다 때가 있다는 말은 공부하는 나이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서 그 상황에 맞는 공부를 해야 효율적이라는 의도였다. 
 
 논어와 맹자를 논하는 어른들은 고집불통이라는 인식이 많다. 알고 보니 동양철학은 고지식한 학문이 아니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서 배우는 과목을 달리하는 융통성과 효율성을 먼저 생각하는 학문이라는 것을 이 책으로 알았다. 
 
 남존여비 사상이 유교적 이념에서 나왔고 서양보다 동양이 여자를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도 오해였음을 이 책으로 확인했다. 남자의 갈비뼈로 여자를 만든 것이 서양의 사고라면 동양은 남자와 여자가 우열이 없이 각각 따로 존재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말이 무슨 뜻이고 하니 남자의 특성이 하늘을 닮았고 여자는 땅과 닮았다는 것이다. 동양사상에서 남녀는 독립되어 서로 마주 볼 뿐 한쪽이 귀하고 천한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사는 형식보다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가르친 것이 공자였다. 형편이 되지 않으면 냉수 한 그릇만 올리고 제사를 모셔도 된다고 가르쳤다. <알고 싶은 마음에 단숨에 읽는 철학 대화집>을 읽자니 동양철학은 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실사구시를 외쳤던 실학도 동양철학의 일부였다는 것만으로도 동양철학에 대한 오해를 거둘 이유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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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이현우 지음 / 교유서가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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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이현우는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서평가다. ‘쓰다’라는 동사의 주어가 국문학자 조동일이라면, ‘읽고 쓰다’라는 동사의 주어는 마땅히 이현우라고 봐야 한다. 최소한 지금은 그렇다. ‘읽을 만한’ 책을 보는 눈을 가지고, 한 주의 도서 트렌드를 따라가기를 원한다면 마땅히 종이신문을 구독해야 한다고 믿는다. 책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으로도 가능하긴하다. 이 작업은 일일이 검색을 하고 클릭을 해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하지만 종이 신문의 서평 코너는 한 주간의 독서 트렌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종이신문이 내키지 않고 인터넷이 편하다면 마땅히 로쟈의 블로그가 그 대안이 되겠다. 로쟈의 블로그(http://blog.aladin.co.kr/mramor)야말로 종이신문의 서평 코너에 대적할 만한 인터넷의 보물창고다. 적어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렇다. 굳이 글 내용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그가 이 거대한 책의 바다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는 ‘읽고 쓰다’는 주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꾸준함과 방대함으로 모자라 글의 유려함이 더해진 그의 블로그는 세상의 모든 책을 포획하려는 거대한 저인망 거물이고 로쟈는 저인망 어선의 선장이자 노꾼이다. 
 
 그가 쓴 세 번째 서평집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우리 서평계에서 독특한 영토를 점유하는데 아마추어와 프로 서평 가의 경계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 이현우가 말했듯이 비평은 책을 읽은 사람을 위한 것이고, 서평은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을 위한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에서 이현우가 담은 글은 서평이라고 불리지만 보통 사람이 쓴 서평과 비교하면 확연히 ‘고급스러운’ 글이고 전문가가 쓴 비평과 비교하자면 ‘그들만의 암호’가 난무하지 않는 ‘보통사람의 언어’가 사용되었다. 어려운 글이 아니면서도 독서와 책에 대한 신선한 시각과 지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책이다. 
 
 독서가에게 ‘책에 대한 책’이란 그저 다른 사람의 ‘느낌’과 ‘감상’을 공유하고,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해주는 책이기 쉽다. 말하자면 정보를 얻기 위함이지 인문학책에 버금가는 담론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이런 내 생각이 적확히 달랐다는 것을 알려주는데 다음 구절이 그랬다.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자 수는 세계 최저 수준인 데 반해 독서 인구나 평균 독서량은 현저히 적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문해력이 곧 독서력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독서력은 문해력만 있다고 해서 저절로 얻게 되는 능력이 아니다. 문해력만으로는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문해력에서 독서력만으로는 책을 수월하게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문해력에서 독서력으로 건너뛰기 위해서는 그 보폭을 가능하게 할 만한 독서량이 요구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책을 ‘안’ 읽는 것이 아니라 ‘못’ 읽는 것이다. 실제로는 독서력이 부족해서 책을 읽지 못하는 것인데도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 단지 안 읽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 17쪽
 
 단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을 뿐이라고 자위하는 사람에게는 당혹감을 주고, 책을 읽기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동기 부여를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내 경우를 봐도 이현우의 생각이 일리가 있다. 야구광인 내가 일본의 야구 명작 만화 ‘터치’나 ‘H2’를 전집으로 사서 읽으려고 ‘노력’을 해도 도무지 읽히지 않았던 경험이 생생하다. 수십 년 동안 만화를 읽지 않은 나는 만화를 읽을 능력이 상실된 것이 아니냐는 고민을 했었다. 


내가 다시 만화를 읽으려면 일정 수준의 워밍업과 훈련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현우가 독서력을 갖추려면 150권의 독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독서교육이나 정책은 우리 국민은 시간과 의욕이 없어서 책을 읽지 않을 뿐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진행된다. 이현우의 통찰이 일부라도 사실이라면 독서교육의 방향에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기’를 더해야 한다. 즉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많은 책을 읽게 할 것인지 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줄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현우가 말했듯이 서평집은 드라마만큼 극적이지도, 연애소설처럼 달콤하지도 않다. ‘서평계의 계관시인’의 최신 저작쯤은 읽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마치 문화유산답사를 좋아하는 독자가 유홍준의 신간을 일상처럼 주문하고 읽는 것처럼 말이다. <책에 빠져 죽지 않기>에는 생각지 않았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가 많았다. 아프리카에 대한 원조가 오히려 아프리카 사람들을 더 피폐하게 만들었다거나 구석기 시대와 비교해서 오히려 신석기 시대가 되면서 인류의 평균 수명이 줄어들었다거나. 어떤 책을 읽고 쓴 서평인지는 앞으로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읽을 독자의 권리로 남겨준다. 로쟈 이현우가 많은 독자에게 책을 읽을 자유를 선물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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뵈뵈 2018-09-05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해요~ 잘 읽었습니다ᆢ^^

박균호 2018-09-05 09:33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감사하지요. 뵈뵈님...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8-09-05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의 즐거움을 더 많은 분들이 느껴봤으면 합니다.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쌤

박균호 2018-09-05 10:00   좋아요 1 | URL
에공...뻘 글에 불과한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8-09-05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4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4 17: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4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 2023-10-0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분도 이미 글이 아마추어 수준이 아니군요
 

어쩌다 보니 책을 6권이나 낸 작가로 불리게 되었지만 나는 애초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다른 글에서 말한 적도 있지만, 초등학교 시절 문예반에 들어갔다가 그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쫓겨난 이력이 있을 정도다. 
그런 내가 어떻게 작가가 되었을까? 내가 글을 쓰고 책을 내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평범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는 용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방식은 이렇다. 

첫째 , 누가 뭐래도 ‘다독, 다작, 다상량’이 중요하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차고 넘친다. 심지어 이번에 낸 내 책 <사람들이 저보고 작가라네요>도 글쓰기 방법에 관한 내용이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글쓰기 책은 사실은 글쓰기에 관한 ‘각론’이지 보통 사람들이 글을 잘 쓰게 만드는 재주는 없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많이 써보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최선이고 지름길이다.

흔히 글쓰기 방법이라는 것은 형식에 관한 문제이지 내용을 말하지는 않는다. 내용이 좋으면 형식은 조금 모자라도 독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끌어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는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생각으로 글 쓰는 시간이 훨씬 많다. 머릿속으로 구상을 하고 어떤 내용을 넣어야 할지 검토를 한다. 

글의 전체적인 틀도 머릿속 생각으로 한다. 좋은 글을 만드는 구상을 할 수 있게 하는 힘은 독서에서 나온다. 좋은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독자들을 감동케 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틀’이 자신의 머릿속에 갖추어진다. 그 다음 부터는 그 틀을 이용해서 글을 구상하고 그 구상으로 나온 글을 손으로 쓰면 그만이다. 다독 다작 다상량은 함께 움직이는 유기체이므로 각자를 어떤 비중으로 해야 할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둘째, 글쓰기의 시작이 반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단계는 ‘시작’이다. 여러 권의 책을 낸 나도 한 꼭지의 글을 쓰겠다고 자료를 한 달 이상 가방에 넣고 다닌 적이 있다. 한 달 동안 자료만 모았고 결심만 했을 뿐 시작을 못 한 것이다. 어떤 글이라도 책상에 앉아 첫 문장을 썼다면 당신의 글쓰기는 반이 끝났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글을 쓰고자 하는 이를 책상에 앉게 하는 가장 큰 힘은 ‘무르익은 생각’이다. 역시 어떻게 글을 풀어나가야 할지 생각이 무르익어야 글을 시작하기가 쉬워진다. 글쓰기는 ‘자발적인 감정의 발로’이어야 한다. 

셋째, 글쓰기와 인터넷은 한 몸이다.
감옥 안에서 ‘임꺽정’을 저술한 홍명희 같은 천재가 아닌 이상 보통 사람들은 글쓰기를 할 때 인터넷을 활용해야 한다. 글쓰기에서는 사실관계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사실관계가 틀리면 독자들은 큰 실망을 한다. 사실관계를 확인할 때 인터넷만큼 편리한 도구도 드물다. 맞춤법 또한 글쓰기에 있어서 중요한 사실관계에 속하는데 요즘에는 편리하고 정확한 맞춤법 도구가 인터넷에 많다. 퇴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확한 맞춤법임을 잊지 말자. 

넷째, 어려운 단어를 고집하지 마라. 어려운 단어를 사용한다고 고급스러운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누구나 아는 쉬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맛깔스러운 순수 우리말을 발굴(?)해서 사용하는 것은 권장한다. 홍명희의 <임꺽정> 황석영의 <장길산>, 최명희의 <혼불>은 우리말의 보물창고나 다름없다. 이런 책을 읽다가 나중에 써보고 싶은 단어를 메모해두었다가 적재적소에 사용해보라. 글쓰기의 새로운 묘미가 느껴질 것이다. 

다섯째, 쓴 글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라. 글을 혼자서만 쓰고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만의 감옥과 틀에 빠져서 자신의 글을 과대평가하거나 과소평가를 하기 쉽다. 본인이 대단하다고 생각한 글이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졸작일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은 잡문이라고 생각한 글이 독자들이 읽으면 좋은 글일 가능성이 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독자들의 평을 피해서도 안 되고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독자들의 칭찬은 당신의 글쓰기에 날개를 달아주며 독자들의 쓴소리는 당신의 글쓰기에 채찍질이 된다. 

여섯째, 잘 쓴 글이란 자신의 의도를 독자들이 알아차리는 글이다. 자신이 쓴 글이 잘 된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독자들이 당신이 의도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는지 여부로 판단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복잡한 시장에서 겪었던 웃기는 상황에 대해서 쓴 글을 독자가 읽고 당신이 겪었던 일을 옆에서 지켜본 것처럼 이해했다면 당신은 글솜씨에서 나무랄 데가 없는 사람이라는 증거다. 당신이 웃기려고 쓴 글을 독자들이 웃거나 감동을 주려고 쓴 글을 독자들이 읽고 감동을 했다면 당신의 글은 충분히 좋은 글이다. 

일곱 번째, 글을 쓰는 사람은 항상 메모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재료가 많은 수록 좋은 글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글쓰기 재료는 언제라도 만날 수 있다.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만날 수도 있고 길을 걷다가 갑자기 떠오를 때도 있고 책을 읽다가 생각날 수도 있다. 그때마다 한 줄이라도 메모를 해두면 글을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복잡하게 길게 메모할 필요는 없다. 간단하게 메모를 해도 나중에 그 메모를 보면 메모를 할 때의 상황이 고스란히 떠올라서 그 재료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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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6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박균호 2020-08-12 21:37   좋아요 0 | URL
네 제가 생각해도 좋은 글쓰기 연습 방법같아요.
 

 '좋은 책을 고르는 9가지 방법'이 이번 책에 담겼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행복하고 뿌듯하다단순히 머릿속으로 생각해낸 내용도 아니고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경험을 참고한 것도 아닌 오직 나 자신의 경험의 소산이라서 이 글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그 9가지 방법이란 무엇인지 소개하고자 한다.    


스테디셀러와 고전을 가까이할 것
  
우선 베스트셀러보다는 스테디셀러 코너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베스트셀러도 좋은 책이 많다그러나 아무래도 스테디셀러에 비해서는 '검증'이 덜 된 책일 확률이 높다실제로 세월이 지나서 버려야 할 책을 추려낼 때 가장 흔히 보이는 책들이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경우가 많다
  
스테디셀러는 꽤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기에 베스트셀러보다는 좀 더 오래 두고 읽을 가치가 있을 확률이 높다화려한 반짝 스타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한 강자를 선택하는 편이 좀 더 낫다는 말이다물론 베스트셀러도 옥석을 잘 고르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둘째고전을 무서워하지 말아야 한다안전성을 고려하면 고전만큼 좋은 선택도 드물다길게는 1000년이 넘도록 독자의 사랑을 받아온 목록이니 당연하다고전이 걱정만큼 어렵고 지루한 책만은 아니다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든지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박지원의 <양반전따위는 일단 읽기 시작하면 무서운 몰입감이 발휘되는 '재미있는책들이다
  
고전 중 많은 책이 당대에는 대중적인 베스트셀러였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많은 사람이 '내 인생의 소설'이라고 엄지 척 치켜드는 허먼 멜빌의 <모비 딕같은 소설은 난해하다고 느끼는 독자도 있겠지만 하루에 몇 페이지를 읽어서 완독하는 데 몇 달이 걸리더라도 요즘 유행하는 책 열댓 권을 읽는 것보다 낫다흔히 명품이라고 하면 기능이나 디자인이 일반 제품과 큰 차이가 없는데도 몇십 갑절 비싸지만 고전은 유행하는 책에 비해 뛰어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그리 비싸지 않다얼마나 매력적인가.
  
출판사와 뛰어난 번역가를 알아둘 것
  
셋째모든 분야를 종합 발행하는 출판사도 있지만비교적 일정 분야를 전문으로 펴내는 출판사도 많다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살펴보면 어느 출판사는 국내 문학을어느 출판사는 해외 문학그중에서도 러시아 문학을또 어느 출판사는 인문서와 과학서를 주력해 출간한다또 모 출판사는 다양한 주제와 형식의 에세이를 꾸준히 출간하고어떤 출판사는 글쓰기 및 독서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펴내고낭만적인 모 출판사는 고전 철학과 고전 문학에 집중하기도 한다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이 러시아 문학 하면 어디국내 문학 하면 어디교양과학서 하면 어디, SF 하면 어디어린이 책 하면 어디라고 꼽는 출판사들이 대개 그런 곳이 다나는 모 출판사의 책은 무조건 사고 있으며타인에게도 무작정 사야 한다고 말할 만큼 신뢰한다
  
번역서를 고를 때는 번역가를 눈여겨보는 편이 좋다각 외국어별로 많은 독자에게 인정받는 번역가가 있다프랑스 문학이 라면 김화영 교수가 되겠고고대 그리스 고전이라면 선택할 여지없이 천병희 교수다이런 실력 있는 번역가들은 대개 위에서 말한 일정 분야에 특화된 출판사와 일하는 경우가 많다.
  
번역서를 고를 때 기준이 될 만한 또 하나는 완역본인지 축약본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점이다축약본인데도 독자가 보기에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따라서 번역서를 살 때는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과 비교해 분량이 턱없이 적다면 축약본으로 의심할만하다직역인지 중역인지도 살펴야 한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나온 도스토옙스키 문학 전집의 번역이 유명한 까닭은 우리나라 최초의 직역본이기 때문이다러시아어를 우리말로 옮겼다는 것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열린책들에서 이 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는 영역본이나 일역본을 다시 우리말로 옮긴 중역본밖에 없었다당연히 번역에 오류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번역본을 고를 때는 되도록 최신판이면 좋겠다오래된 번역은 아무래도 오류나 시대착오적 어휘가 많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최근에 번역된 판본이 더 좋은 선택이 될 확률이 높다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번역이 필요하다.
  
책도 쇼핑의 대상임을 기억할 것
  
넷째책도 충동구매 대상이 되기 쉬운 품목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다른 취미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이 드는 취미가 독서여서인지 의외로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책을 살 때도 한 발짝만 뒤로 물러서서 다시 생각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꼭 사고 싶은 책이더라도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가 한 달 뒤 다시 그 책을 보면 구매욕이 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다섯째일단 신중하게 생각해서 꼭 필요하고 두고두고 읽을 책이라는 판단이 서면 미리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우리나라 출판계는 절판이 잦아서 나중에 생각나 구매하려고 하면 절판본이 되어 사지 못할 수도 있다좋은 책을 곁에 두면 언젠가는 읽게 된다는 격언은 틀리지 않다
  
여섯째의외로 많은 사람이 '제목'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나만 해도 그렇다한번은 야구 팬답게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 야구>(다카하시 겐이치로웅진지식하우스, 2017)라는 소설을 무심결에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한겨레출판, 2003)과 같은 소설인 줄 알고 샀다가 적잖이 실망했다물론 20세기 일본의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소설이긴 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또 일반적으로 자기 계발 서적에 독자의 이목을 끄는 '요상한제목이 많은데 내용을 먼저 요모조모 따져보는 편이 좋겠다화려한 미사여구나 수식어가 포함된 제목의 책은 피하는 것이 좋다우리가 사랑하는 명작들의 제목을 살펴보자. <태백산맥>, <토지>, <죄와 벌>, <부활등 제목에 기교를 부린 흔적이 전혀 없다
  
유연하고도 깊이 있는 독서가가 될 것
  
일곱째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구독해야 한다요즘 시대에 종이 신문을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종이 신문은 좋은 책을 소개받는 가장 편리한 매체다물론 인터넷에서도 서평 기사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지만 일삼아 찾는 것과 펼치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경우는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종이 신문의 서평 기사를 읽다 보면 절로 독서 트렌드와 좋은 책을 고르는 눈이 길러진다종이 신문이나 서평 잡지를 읽지 않고 책을 고르는 것은 마치 나침반 없이 항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주목할 만한 서평 잡지로는 <기획회의>, <Chaeg()>, <비블리아>가 있다.
  
여덟째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독서 모임에 참가해보자때로는 전문가나 대단한 독서 고수보다는 평범한 동료 독서가에게 추천받는 책이 눈높이에도 맞고 유익하다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이해하기 어렵다든지관심 분야가 전혀 아닌 책은 읽기에 부담스럽다또 독서 모임을 통해서 같은 책이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읽히는지 확인하는 일은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 한다.
  
아홉째만화나 자기 계발서라고 무작정 무시해서는 곤란한다만화는 텍스트로 된 매체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고 장점이 많다나만 해도 조선 시대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기거나 의문이 생길 때 제일 먼저 펼쳐보는 책이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휴머니스트, 2015)이고 <파우스트같은 난해한 고전의 워밍업으로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시리즈>(문학동네, 2012)를 들춰 본다소장 가치가 낮다고 여겨지는 자기 계발서 분야에서도 분명 양서가 있다. <카네기 인생론같은 책은 꼭 한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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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7-07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 책 출간 축하드립니다.
박균호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박균호 2018-07-07 18:29   좋아요 1 | URL
네네 정말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북프리쿠키 2018-07-07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9가지 방법 한가지라도 공감안가는 게 없네요^^

박균호 2018-07-07 20:45   좋아요 1 | URL
와...감사합니다...주말 잘 보내세요.

비연 2018-07-07 21: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박균호 2018-07-07 21:25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합니다. 비연님..

cyrus 2018-07-07 2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베스트셀러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독서 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어요. 베스트셀러를 비판하는 소수 의견 또는 서평은 무시받거나 조용히 묻히는 경우가 많아요.

박균호 2018-07-07 22:0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일단 비판하고 싶으면 해야죠..^^

레삭매냐 2018-07-07 2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종이 신문에 실린 서평들을 찾아 보지만 그다지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주례사 서평 아니면 거의 출판사에서 제공한
서지 정보의 짜깁기가 아닌가 싶더라구요.

최소한 책을 읽어 보고 쓴 서평이라면 디테일
이 한두가지는 들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박균호 2018-07-08 06:59   좋아요 1 | URL
네 단신은 보통 그냥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도 심층 서평기사는 책을 제대로 분석한 경우가 많더군요. 그래도 신간 상황을 한눈에 파악하는 방법은 종이 신문 만한 것이 없어요. 물론 책의 선택은 독자의 몫이고요.

sslmo 2018-07-07 2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프랑스 문학 번역가로 김화영 님보단 이세욱 님이요. 김화영 님은 뭐랄까 구태의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라는 책을 읽었을 때도 30년이 지난 개정판인데도 불구하고 역자 후기는 바뀌었을지언정 내용은 30년전 고대로라서 경악을 금치 못했었어요
고인물은 썩는 법이겠지요~--;

박균호 2018-07-08 07:00   좋아요 1 | URL
아..마자요. 이세욱님이 hot하긴 하죠..ㅎㅎ

심술 2018-07-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경향신문 [한기호의 다독다독] 오장칠부가 된 인간의 글쓰기에
박선생님 얘기가 나와 모처럼 들러봤어요.

날 더운데 잘 지내시죠?

박균호 2018-07-11 23:05   좋아요 0 | URL
아이고 반갑습니다. 일부러 찾아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잘 계시죠?

심술 2018-07-12 17:18   좋아요 1 | URL
덕분에 잘 지냅니다. 월드컵 때문에 심심할 겨를 없었고요.

stella.K 2018-07-17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새책 내셨다더니 이책이군요.
전 왜 이제 안 걸까요?ㅠ
늦었지만 축하합니다.^^

박균호 2018-07-17 14:25   좋아요 0 | URL
아...뭐 모르시는게 더 자연스러운 것 같은데요. 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극곰 2018-07-25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 축하 드립니다~!^^

박균호 2018-07-26 19:51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원에 어머니를 뵈러 갔다. 어머니가 평소 좋아하는 떡을 준비했다. 아내가 제주도에서 사 온 떡인데 너무 많이 해동을 시키는 바람에 그야말로 ‘축 늘어진’ 떡이 되어 버렸다. 무더운 날씨라서 떡도 축 늘어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요양원에 도착했는데 마침 간식 시간이라 수박이 나왔다. 
 
 산책하기로 했는데 휠체어를 밀면서 떡과 수박을 다 들 수가 없어서 어머니의 한 손을 빌리기로 했다. 나는 휠체어와 떡을 책임지고 어머니는 수박을 들었다. 순간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비록 16년째 중풍으로 반신불수로 고생하시지만 살아 계신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 어머니와 손을 합쳐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요양원 근처에 있는 작은 정자에 도착했다. 지붕 아래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찌는 듯한 더위인데 그늘진 곳에 바람까지 살포시 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다. 바라보는 풍경은 조명이 잘 된 수족관처럼 아름답고 선명하고 눈부시다. 
 
 한 시간 남짓 지나자 어머니께서 고개를 떨구며 조신다. 졸음이 오냐고 여쭸는데 손을 내 저어 신다. 졸리지만 자식과 조금이라도 함께 있고 싶은 마음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머니에게 떡과 수박을 떠 드렸다. 행복하고 아늑하다. 초등학교 시절 한 장면이 생각난다. 가정환경 조사를 했는데 내 조부님이 생존해 계신다는 것을 알게 된 담임 선생님이 나에게 ‘너는 참 좋겠다’라고 하셨다. 그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신다고 딱히 행복하다고 느끼지는 않고 살았으니 말이다. 
 
 지금에야 그 선생님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알겠다. 아마도 그 선생님은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을 일찍 여의셨다 보다. 주섬주섬 남은 음식을 챙겨서 내려오는데 몇 해 전 아버지 산소를 찾았을 때 봉분에 외롭게, 다소곳하게 피어 있던 들꽃과 똑같은 것이 어머니 옆에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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