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걷고 싶은 길 - 도보여행가 김남희가 반한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삶이 참 외롭구나,라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그 외로움을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늘 함께 존재했던 것 같다. 완벽함을 동경하는 성격탓일까. 내 안에 감추어져있던 피해의식 혹은 컴플렉스 탓인지..  나는 특히 내 감정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예민해지곤 한다. 김남희의 걷기여행 시리즈를 작년에 다 찾아 읽으면서 그녀에게 정이 갔던 이유는 겉으로는 지구 곳곳을 누비고 다니는 씩씩한 사람인것 같지만 글 여기저기에서 드러나는 외로움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예 대놓고 나 외롭다라고 말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내 모습같았기 때문이랄까. 여튼 그 이후로 이 언니의 여정을 응원하기로 했다.

 솔직히 이 책속에 나오는 세계곳곳의 아름다운 길은 그림의 떡이다. 왜냐.. 보통의 결심으로는 가보기 힘든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늘 여행책을 읽으며 희망을 품는 것은 지루한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는 걸 알기에 기분이라도 좋아진다. 그리고, 내년 여름엔 정말로 유럽여행을 결심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공부한다는 목적으로 즐겁게 읽었다.

 잉글랜드의 레이크 디스트릭트와 아일랜드의 위클로 웨이가 많이 끌렸다. 어쩐지 날씨도 안좋고 우울하면서 음침한 분위기가 있는 곳이 늘 더 끌리기 때문이다. 피터 레빗을 만든 포터의 인생이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했고 말이다.

 나는 요즘 내 안의 목소리가 자꾸 집중하게 되는 것에 일관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책이든 내가 보고 읽고 느끼는 그 무엇의 끝에는 늘 그 주제가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사명이라면 그 속으로 뛰어들어 탐구하고 남는 것이 없을 때까지 파헤쳐보고 생각해보고 싶다. 그 길위에서 만날 수많은 책들을 두 팔벌려 환영한다. 이 책도 그런 많은 책들중의 하나이겠지.

 실제로 이 길을 떠날 여행자들에게 책의 마지막에 여행정보를 꼼꼼히 모아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글의 제목으로 쓴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는 이 책에서 인용된 롱펠로의 시 귀절의 한 부분이다. 그 문장이 있는 연만 옮기면 다음과 같다.

   조용하거라 슬픈 마음들이여!
   그리고 한탄일랑 말지어다
   구름 뒤에 태양은 아직 비치고
   그대의 운명은 뭇사람의 운명이니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은 있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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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서평단 알림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 - 인간의 잔인한 본성에 관한 에피소드 172
기류 미사오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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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평단 도서로 신청했는데 솔직히 제목만 보고 굉장히 재밌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의 첫 꼭지 몇개만 읽어보니 이거 굉장히 끔찍하고 불편하겠다는 생각에 잠시 이 책을 멀리 했었다. 결국 요즘 며칠 잠자리에 들기전에 읽었는데 매일 밤 잠자리가 뒤숭숭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일화들은 대개가 엽기적인 일들이다.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어떻게 하면 가장 잔인한 방법으로 사형을 처하게 할 수 있는지, 사람을 죽이는 다양한 방법들, 인육을 먹는 것, 사람의 가죽으로 물건을 만드는 것.. 들에 대해서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 아주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그러니까 이 책의 제목인 잔혹에 해당되는 것이겠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랑에 관해 얘기하자면 글쎄다,이다. 너무나 지독하게 사랑해서 끔찍한 방법으로 복수를 했던 역사속의 수많은 인물들은 인간이 얼마나 극에 치달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목숨을 던지는 사랑, 가능한 집착할 수 있는 데 까지 집착해서 사랑이라 착각한 그것을 쟁취하는 방법을 그들은 보여주었다.

 사랑과 잔혹, 죽음에 왜 그렇게 매달리는가라는 물음에 작가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슬플 정도로 외골수적인 사랑, 죽음까지 뛰어넘는 사랑을 좋아하기 때문이죠" 그런 관점에서 이 일화들을 곳곳에서 수집하여 이 책으로 엮어낸 것 같다. 중간중간에 마조히즘의 배경이라든가, 루이스 캐롤의 어린소녀에 대한 집착, 사르트르의 여성편력 이야기 등은 잠시 흥미를 끌긴 했다.

그러고 보면,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도 같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회에 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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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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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농담하는 존재이다.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이다.

책의 서문에는 위의 문장이 씌여있다. 디카가 처음 붐을 일으킬 때 정말 열심히도 생활의 모든 것을 기록하던 때가 있었다. 별 것 아닌것을 카메라에 담으며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었나 할 정도로 사소한 것들을 기억속에 남겨두었다. 점차 그짓(?)도 시들하게 되었는데 요즘 다시 드는 생각!그래, 기록하지 않으면 남는게 없구나이다. 그래서 다시 기록하기 시작했다. 특히 읽고 있는 책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글로 감상을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먼지쌓인 다이어리도 열어서 그날 있었던 일을 간단히 적곤 한다.

짤막한 글들을 모은 에세이집인 이 책을 거의 한달 동안 하루에 한두편씩 읽었다. 처음에 읽은 것들은 자연히 기억속에서 가물가물해졌다. 독특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활자중독증인 작가 본연의 직업의식을 벗어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작가의 귀여운 모습이었다. 하다못해 사발면을 먹다가 희망소매가격이란 단어를 발견하고 세페이지분량의 글이 나온다. ㅋㅋ 길거리를 지나다 이상한 문구의 간판을 보면 역시 그것도 글감이 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글감은 어디서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수십편의 짤막한 글을 보며 한 생각이었다. 이 무수한 글을 쓰기 위해 (그것도 시의적절해야하고 무엇보다 재밌어야한다.) 작가는 부단히도 기록했고 그것에서 농담거리를 찾기 위해 노력했겠구나.

그렇다. 인간은 기록하는 존재. 인간인 나도 부지런히 기록해야겠다. 내 생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해. 그런데 누군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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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피터 게더스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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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기로 했다면 사람이 많은 장소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을 차안에서 읽다가 30분 정도는 계속 눈물을 훔쳤던 것 같다. 1,2권을 읽을 때 이미 마지막 권에서 노튼이 죽는 다는 것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었다. 반려동물이 인간보다 먼저 죽는 다는 사실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한번도 개나 고양이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그 마음이 어떨지는 상상이 간다. 또,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노튼의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 자신의 주관대로 소신있게 살아가는 태도(게더스는 결혼이라는 제도를 싫어하여 오랫동안 재니스와 결혼하지 않고 연인관계로 지낸다.) 등이 이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책 자체만으로 보자면 3권은 1,2권보다는 재미가 덜했다. 삼분의 일 정도는 앞의 두권의 요약본인 것 같았고, 특별히 노튼의 활약이 보이지 않는다. 노튼이 얼마나 유명한 인사가 되었는가 자랑하는 정도? 여튼 이 책을 읽고 고양이를 키워볼까 하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한 생명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수반해야한다.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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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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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을 알고 있었던 십수년간 나는 고도가 이 度를 말하는 줄 알았다. -_- 뭔가, 높고도 원대한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그런데 책을 읽어도 뒷부분의 해설을 읽어도 고도에 대해 딱히 설명이 없다. 지식인께 여쭤보니 원제에서 고도는 Godot였다는 것을 알았다. 단지 이름이 고도였던 것이다.  ㅠㅠ

 내용은 두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며 무의미한 행동과 말을 한다는 것이다. 이상한 행동을 하다가 중간에 한번씩 확인이라도 하듯 우리는 지금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며 서로에게 묻고, 확인시킨다. 허무하게도 그러나 당연하게도 기다리던 고도는 오지 않는다. 고도의 소식을 가지고 온 소년만이 두번 등장하는데 고도가 내일온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물론 고도가 온다던 그 내일에도 고도는 역시 오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은 사실 무언가를 늘 기다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기다리는 대상을 실제로 만날 수 있든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든 그 기다림의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따라 우리의 삶의 행태가 결정된다. 똑같은 고통앞에서 그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냐하는 자세를 결정하는 것, 그것이 어떤 순간을 바닥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읽는 순간에는 뭐 이런 걸 희곡으로 쓰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서 오히려 그 의미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에는 베케트의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보넬리의 포도주에 대한 대사를 발견하고 기뻤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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