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1 - 1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던 토지를 읽기로 작정했다. 내가 읽은 책중에 가장 길고, 웬지 사투리도 많이 나오고 해서 그간 겁이 나있었기 때문에 읽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첫째권을 읽은 감상은 이렇게 재밌는걸! 왜 여태 안읽고 있었나다. 나는 묘사가 많은 문장을 싫어하고 서사가 강하고 건조한 문체를 비교적 좋아하기 때문에 사실 한국소설을 별로 안좋아했다. 하지만, 토지를 읽으며 이런 편견이 사라지는 듯 했다. 문장이, 단어가 얼마나 착착 감기는지!  

 아, 그런데 이거 러브스토리(?) 천국이다. 벌써 몇쌍의 커플의 행로가 기대된다. 별당아씨와 구천이의 도주, 용이와 월선이의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 막판에 등장한 윤씨부인이 임신해 태어난 아이는 누구? 강포수를 찾아 사냥을 배우려는 치수는 사랑을 찾아 떠난 자기 부인을 죽이려하는 것인가? 초장부터 의혹심 증폭이다. 그중 사라진 월선을 향한 용이의 기절 부분에서는 나 역시 가슴찢어짐을 느꼈다. 그런데 토지가 청소년용이나 어린이만화로도 나와있는데 이 관계들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찾아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빈방의 빛 - 시인이 말하는 호퍼
마크 스트랜드 지음, 박상미 옮김 / 한길아트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번역자의 이름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었다. 예전에 '뉴요커'란 책을 재밌게 읽었고, 그 책에서 잠시 나왔던 호퍼의 얘기가 몇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억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호퍼의 책을 번역하고 싶었는데 별로 팔리지 않을 꺼란 출판사의 말에 안타깝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그런데, 그 책이 나온 것이다! 

 이 책은 사실 어떤 특정 화가에 대한 책이지만 그 흔한 작가의 이력도 그림그리는 방식도 소개되지 않는다. 이유는 마크 스트랜드라는 시인의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호퍼에 대한 얘기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장을 읽어가다보면 쉽게 그의 해석, 표현에 매료된다. 호퍼 그림의 특징을 정말로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가 말하고 있는 호퍼 그림의 특징을 몇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속의 인물들은 우리는 볼 수 없는 어떤 곳을 응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 그곳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림을 보는 이의 상상력에 맡긴다. 이런 표현이 그림에 서사성을 부여하기도 하나, 그렇지 않은 것도 많다. 그냥 텅빈 공간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 속의 인물들 속에서 공허함을 마주 하게 된다. 

 호퍼의 그림 속의 숲, 자연은 숲이 가지는 원형적 의미의 그것이 아니다. 숲은 굉장히 어둡게 한 덩어리인 것처럼 표현된다. 자연의 푸근함을 안겨주는게 아니라 어딘가 모르게 암울하고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 많다.   

 <빈방의 빛>이나 <바다 옆의 방>등의 그림에서 우리가 없는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있었으나 이미 떠나온 장소나 우리가 아직 다다르지 못한 그곳은 우리가 확인할 길이 없다.  그런 공간이 그려진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생의 무상함, 찰나의 허무함 같은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고독이나 우울함으로 규정짓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것이다. 시인의 언어가 어떤 과학적인 언어보다 정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번역자의 말처럼 나 또한 저자의 시선에 매우 공감했고, 호퍼의 좋은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빈방의 빛>이라는 아래의 그림은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그림이었다.


Edward Hopper, Sun in an Empty Room, 1963. Private Collection. Image courtesy Museum of Fine Arts, Boston.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쓰기 생각쓰기
윌리엄 진서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비교적 규칙적으로 책을 읽고 이곳에 리뷰 같지 않은 리뷰를 쓴지 3년은 넘었다. 작년을 기점으로 들기 시작한... "잘 쓰고 싶다!"라는 욕망은 요즘 극에 달해 있다. 그래서, 새해 벽두 부터 글쓰기에 관한 책을 좀 찾아 읽어보자고 결심하고 읽은 이 책은 나름대로 유익한 조언들이 많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유익한 조언들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책의 앞부분에서 말하고 있는 '간소하게 쓰자'이다. 동어반복은 물론이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다르지 않다면 한문장으로 족하고 중언부언 반복하는 행위를 금하라고 한다. 수동보다는 능동으로 서술하여 글에 인간미, 온기를 불어넣으라고 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나'이다. 내 생각이 아닌 것처럼 나는 사라진 글은 온기를 찾을 수 없다.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 책의 처음 부터 끝까지 강조되는 사항이다. 나는 곧 개성을 의미하고 개성은 나만의 문체를 만들어준다. 남들이 쓴 것과 구별되지 않는 개성없는 글을 써서 무엇하겠는가.  

 일부러 어렵게 쓰지 말자. 현학적인 부사들을 멀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가능한 쉽게 쓰라고 한다. 쉽고 간단한 것이 가장 좋은 것이라는 오캄의 면도날이 생각나는구나.  

 그밖에 글의 성격에 맞는 글쓰기도 구체적으로 조언하고 있는데, 해당 분야에 대한 글쓰기에 고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유용하겠다. 과학분야의 글, 여행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회고록), 인터뷰 등등 분야가 다양하다. 예술에 관한 글쓰기에서 서평에 대해 잠깐 언급하고 있어서 유심히 봤다.  

 서평의 경우에는, 필자가 쓴 말을 그대로 살려 쓰자. 톰 울프의 문체가 화려하고 특이하다고 하지 말고, 화려하고 특이한 문장을 몇 개 인용해 그것이 얼마나 기발하지 독자가 판단하게 하자. (p.164)

 '넋을 빼놓는', '눈이 번쩍 뜨이는' 같은 황홀한 수식어를 피하는 것이 좋다. (p.164) 

 또 몇가지로 돋보이게 하는 방법들도 소개되는데 인용을 잘하면(혹은 인용으로 끝나는 것도 좋다.)글이 생생해질 수 있다.  

 유머스런 글쓰기에서는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해 작가 스스로가 진짜로 즐겁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 상황을 넘어서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글을 쓴다는 것은 가만히 앉아서 노닥거리는게 아니다. 써야 하는데 써지지 않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경험해본 자만 알 것이다.  빌 브라이슨의 생활이 늘 그렇게 즐겁지만은 않다는 사실이군. :) 

 자, 이제 이론은 알았으니 실천만 남았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09-01-09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참 좋더군요. 실제로 유용한 충고들이 구체적으로 잘 나와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실천이 남았네요.^^
스파피필름님, 새해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스파피필름 2009-01-09 02:09   좋아요 0 | URL
혜경님 잘 지내셨죠? ^^
이 책 유용한 충고들은 많은데 이것들대로 하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할 것 같아요. 올해는 그 흔한 작심삼일용 결심도 못 세우고 그냥 맞아버렸네요.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희귀본 거래업자에 관한 이야기다. 언급되는 책들은 우리에게 고전이라고 알려진 책들이 대부분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을 했다. 우리와는 문화가 많이 달라서인지 희귀본을 구입하려고 하는 부자들이 이렇게 많은가,라는 생각과 누구에게나 데뷔는 어렵구나 ,라는 생각. 나는 초판이든 몇 판이든 제대로 된 내용만 읽으면 괜찮다,라고 생각하는 주의다. 따라서 책을 소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별로 들지 않는다. 대부분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여러번 읽을 책들만을 구입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구입한 책들은 영원히 내 책이니까 라고 생각해서 인지 쌓아두고 읽기를 미뤄둔다. 반납일이 정해져있는 도서관의 책을 우선으로 읽는다. 우리나라는 희귀본에 대해 이 책에서처럼 열광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또, 지금은 아무리 위대한 걸작이라고 칭송받는 책들도 처음에는 출판할 출판사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놀랍다. 존 케네디 툴은 그걸 견디지 못해 자살까지 하지 않았는가. 헤밍웨이의 경우는 아내가 원고를 분실해버리는 어이없는 사태가 발생해 책에 백지를 껴넣어 분량을 맞춰 출판하는 만행도 저지르고.. 가장 슬픈 일화는 실비아가 이혼한 그녀의 남편(테드 휴즈, 역시 시인)에게 헌사를 써 주었는데 그가 그것을 고가에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그 밖에 해리포터의 불과 7년 동안의 엄청난 판매고는 정말 놀라웠다. 조앤 롤링이 추위를 피해 카페를 찾아 나와 글을 썼다는 것은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중산층이었다고 한다.) 피터 레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결혼과 동시에 일을 그만두었다고 했는데 그에 대한 그녀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직접 읽어보시길..) 역시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는 재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네꼬 2009-01-08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그냥 얘기해주시면 안 돼요? 베아트릭스 포터의 은퇴(?)에 대한 얘기요. :)

스파피필름 2009-01-09 01:27   좋아요 0 | URL
아, 그러니까 그게.. 별거 아니었던거 같아요. 말씀해달라고 하시니까 급 당황 ^^
 
네크로폴리스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6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읽은 온다 리쿠.. 예전에 실망을 했어서 안읽기로 했는데 어떤 분의 리뷰를 보고 이 책은 읽어야지 마음먹었었다. 2008년의 가장 마지막에 가장 잡은 책이기도 하다. 일단, 1권까지는 작가의 상상력이 놀랍다는 상상을 했다. 죽은자를 만날 수 있는 V.파 라는 곳, 그곳으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며 말이다. 100%만난다는 보장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런 기회가 열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날 갑자기 소중한 사람을 잃은 사람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나더 힐에서 기괴한 살인사건들이 일어난다. 범인을 잡기 위해 갖은 추리를 펼치는 주인공들.. 2권의 끝에서 100페이지 정도에서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그런데 뒷부분이 좀 작위적인 느낌이 든다. 복선이 체계적(?)이지 않고 작가가 단답형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고 설명하는 것 같다. 작가가 말했듯 이 소설은 호러도 미스테리도 SF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있다. 죽은자를 만나는 부분에서 조금 따뜻한 인간애를 주기도 하지만 그게 이 책의 주된 목적은 아니다. 죽음을 무서워하고 금기시 하는 산자인 우리들에게 죽음에 대한 편견을 조금 허무는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나더 힐에서 죽음은 삶의 연속상에 있는 이벤트라고 하니 그것이 모든 것의 끝은 아니게 된다. 하지만, 살아있는 우리는 그 죽음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죽음을 생각하면 삶을 생각하고 삶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현재의 바로 오늘을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오늘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연초나 연말에만 잠깐 생각하고 말았는데 요즘 내가 좋아하는 CF에 나오는 장동건의 말처럼 작심삼일하지 말고 초지일관하는 자세를 올해는 좀 가져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