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세계를 감동시킨 도서관 고양이
비키 마이런.브렛 위터 지음, 배유정 옮김 / 갤리온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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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분명 특별한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것도 도서관에 사는 고양이라니, 내가 좋아하는 키워드가 함께 모였으니 얼마나 재미있을까라는 기대로 읽어내려갔다. 동물에 대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사람과 동물사이의 유대가 사람과 사람 아니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나로서는 경험해보지 않은 터라 더 상상하게 만들고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얻었던 수확은 오히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라는 직업에 관해서였다. 우리나라의 도서관도 그 도서관이 위치한 지역사회를 이렇게 꼼꼼히 분석하고 연구하는지는 모르겠다. 가령 책에 나오는 스펜서 지역은 교외로 20분만 나가면 호수가 있기 때문에 낚시와 보트에 대한 최신 정보를 항상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지역이기 때문에 도서관이 취업에 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컴퓨터나 각종 시설을 지역주민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도서관이라 하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책을 보러 다니는 곳, 혹은 수많은 수험생들이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도서관은 그 지역을 일으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이다. 

  그 침체된 시기에 한 고양이가 도서반납함에 버려지고, 이 고양이는 참으로 도서관다운 이름인 ‘듀이’라는 이름을 갖고 한평생을 도서관에서 살게 된다. 사람들이 이 고양이를 나중에 얼마나 좋아하게 되는지 정말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건 마지막에 이 글의 저자인 사서가 자신의 힘든 인생을 솔직히 고백하는 부분이었다. 젊은 나이의 이혼, 유방암으로 양쪽 가슴을 다 없애야 했고, 자궁적출까지 몸이 성할 곳이 없다. 남동생 역시 암으로 일찍 죽었고 오빠는 정신병으로 자살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뒤늦게 대학에 가서 공부를 하고 사서로서의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그 곁엔 무엇보다 특별한 고양이 듀이가 있다. 자신의 직업을 사랑하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몇 년전 은퇴했다고 하는데 듀이가 죽은 즈음이다. 책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나라도 어서 빨리 도서관이 사회적으로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듀이가 죽은 뒤 듀이가 없는 도서관에 출근해야하는 저자의 심정을 잘 느끼게 해 준 문장은 오히려 다음의 문장이었다. 소중한 존재는 지금 이 세상에 없지만 그와 함께 했던 추억들로 살아가는 것이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워야만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제는 다시 죽은 건물이 되었다. 한여름에도 도서관에 들어서면 냉기를 느꼈다. 어떤 아침은 눈을 뜨면, 정말 출근하기가 싫었다. 그렇지만 내가 불을 켜면 도서관은 다시 살아난다. 직원들이 도착하고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중년층은 책을 찾아, 사업가들은 잡지를 보러, 10대들은 컴퓨터를 하러, 어린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러, 노인들은 친구를 찾아 모두 도서관으로 모인다. 도서관이 이렇게 살아나면 나는 다시 한번 지구상에서 최고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된다.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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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인션 러브>를 리뷰해주세요.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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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랑에도 통과의례라는 것이 있다는 것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었다. 첫사랑이 영원한 사랑으로 이어진다면 그건 통과의례가 아니게 되는건가. 아쉽게도(?) 나의 첫사랑도 통과의례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도 희미해져 지금은 거의 기억도 안나지만 말이다. 스즈키(두명의 스즈키이지만!)가 이시마루에게 마유코에 대해 고백하는 부분에서 했던 말을 떠올리면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나 역시 사랑은 절대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절대적이며 변하지 않은 것, 일관된 것, 이런 자세를 유지할 수 있어야만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시마루의 말처럼 변하지 않는 것은 성장할 수 없음을 뜻한다. 내 정신세계가 그 수준에서 머물렀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 수 없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의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하며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다시 소설이야기로 돌아가자. 소설은 무척 잘 읽힌다. 첫사랑의 설레임이 sideA면에 가득하다. 처음 미팅으로 만났을 때의 떨림, 첫 데이트, 처음 여자친구의 자취방을 방문하던 일, 크리스마스.. 많은 사람이 통과의례처럼 겪었을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져 야릇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sideB에는 도쿄로 발령받은 스즈키와 마유코의 힘겨운 사랑이 펼쳐진다. (트릭을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이것이 한가지 이야기인줄 알았다.) 세련된 도시여성 이시마루가 등장해서 마유코 사이에서 갈등하는 스즈키의 심리 또한 재밌게 읽힌다. 아주 진부한 설정이지만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겪었을 법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둔감한 나도 어딘가 진행이 좀 이상한데,라는 걸 눈치 챈 적이 있었다. 나도 트릭같은데 라고 조금 느꼈던 것! 어디서 느꼈느냐 하면.. 스즈키의 성격이 sideB에 가서 달라졌다는 것이다. 앞에서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반면 회사생활이 그려지는 부분에서는 진취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가이도에게 패션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부분에서는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을 못하는군 생각했는데 다른 인물이었다니.. 또 굳이 날짜를 구체적으로 쓰는 것 또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더 이상의 반전은 소설을 직접 읽어보실 것을 권해드린다. 다시 읽을 때는 편집자의 말처럼 소품에 좀더 신경써서 읽어봐야겠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가벼운 사랑이야기 같지만 첫사랑에 대해, 혹은 사랑이란 것에 대해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첫사랑을 통과의례처럼 치르고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
가볍게 연애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사람은 성장하는 존재고 과거의 자신을 부정할 수 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충분히 용납될 수 있는 일이에요. 대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게 되는 건 언제부터일까요? .... 우리는 아직 자라는 중인데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기 위해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는 건 성장을 억지로 막으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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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을 리뷰해주세요.
눈의 여왕 - 안데르센 동화집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5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김양미 옮김, 규하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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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는 이야기로는 익숙하나 직접 글로 읽는 건 처음이다. 이 책에는 모두 여섯 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렸을 때 안데르센 동화집에 나오는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를 보며 혹은 들으며 얼마나 설레었었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아, 이런 이야기 였었군,하며 때론 기억 속에 삭제된 부분을 다시 찾아내서 복원하는 느낌이었다. 애틋한 추억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하기도 하고.

<인어공주>이야기는 가장 기억에 남아있는 이야기다. 왕자를 구해주지만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사랑을 놓쳐버리고 만다. 더욱이 언니들이 마지막으로 마녀에게서 얻은 칼로 왕자를 죽이면 살 수 있다는 기회가 한번 더 주어지지만 인어공주는 죽음을 택한다. 어렸을 때는 말을 못하면 글로 쓰면 되지 하는 영특한 생각을 했었다. 아무리 아름답고 착한 공주이지만 해야할 말을 못하는 건 너무 답답하지 않은가! 어른이 되었어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백조왕자>이야기에서도 물론 착한 여동생이 등장한다. 나쁜 새엄마의 저주에 묶여 낮에는 백조로 살아야 하는 열한명의 오빠들이 사람으로 다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여동생은 쐐기풀로 만든 옷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맨손으로 쐐기풀 옷을 만들어야 하니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TV에서 만화영화로 해준 장면 중 마지막에 화형을 당하기 직전 다 만든 옷을 공중으로 날리고 그 옷을 입은 백조들이 왕자로 변하는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마지막 한 개의 옷이 팔이 못 만들어져 한 팔은 백조의 날개라는데 이 왕자는 그럼 이대로 살아야 하나. 끄악 안될 말이다. <인어공주>의 공주도 <백조왕자>의 공주도 모두 고통을 이기고 승리한다. 흠, 고통을 겪는 건 동화책의 여자주인공들에게는 당연한 건가.

<성냥팔이 소녀>이야기의 소녀 역시 고통 속에 놓여져 있다. 성냥을 켜 온기를 느끼면서 죽어가는 소녀의 상상은 너무나 애처롭다. <장난감 병정>이야기는 가물가물한데 하수구로 들어갔다가 물고기 뱃속에서 나온 다는 설정은 재밌다. <나이팅게일>은 이 책에서 가장 괜찮았던 이야기다. 자유를 갖지 못한다면 아무 의미가 없어요를 말하고 있다. 인공이 아닌 자연의 것만이 진짜라는 말씀. 기계나이팅게일이 아무리 진짜 새 같은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지만 녹음된 채로 반복하는 것은 역시 진짜만 못한 법이다. <눈의 여왕>은 이 책의 제일 앞에 나오는데 가장 지루하게 읽었다. 눈의 여왕에서 잡혀간(?) 친구를 찾아가는 내용인데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이 책의 실물은 작은 판형에 화려한 일러스트로 가득하다. 글씨크기로 보아 어른용인 것 같다. 추억의 안데르센 동화를 읽으며 어렸을 때의 심정으로 돌아가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 서평 도서의 좋은(추천할 만한) 점
안데르센 동화라는 것 자체만으로 어른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만 하다.

- 서평 도서와 맥락을 같이 하는 '한핏줄 도서'
읽어보진 않았는데 오스카 와일드의 환상동화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군요.

- 서평 도서를 권하고 싶은 대상
동화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어진 어른들

- 마음에 남는 '책속에서' 한 구절
제 노래는 숲속에서 불러야 가장 아름다운 걸요.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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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쟁이 열세 살 사계절 아동문고 59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사계절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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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는 가족만 빼만 다른 모든 것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열세살짜리 아이다. 삼년째 집을 나간 아버지의 빈자리때문에 자신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고 믿는.. 열세살이면 초등6학년인데 그 나이라고 생각하기에 글속의 상우는 조금 조숙한 느낌이다. 상우를 보며 어린 시절 내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는 걸 생각했고, 그래서 좀 마음이 아팠다. 집을 나간 아버지의 존재가 부끄러워 거짓으로 아버지와 갯벌 체험을 간 보고서를 쓰고 상을 받는다. 친한 친구에게도 아버지에 대한 얘기도 하지 않는다. 엄마가 안계신 친구가 자신의 엄마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는 걸 보고 자신은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도 느낀다. 과연 이 나이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 아니면 어른이 동화작가가 어른의 시각으로 쓴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나 역시 이런 감정들을 느낀 적이 있어 많이 동감이 되었다. 감정기복이 심한 엄마에 대한 묘사나 현실주의자인 중학생 누나에 대한 묘사또한 생생하다.  

아버지가 없는 상우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정상적이란 것은 과연 무엇일까. 상우야, 네가 결코 비정상적이라는게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진심으로. 어른인 나도 그런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그런 결핍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족의 문제를 마치 자신의 책임인양 떠맡기에 열세살은 너무 어린 나이다. 그리고, 가족문제는 사실 어른이 되었어도 그 누구의 책임은 아닌 것 같다. 책임을 지우면 그 책임을 진 사람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가족문제는 그런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각에서 가족을 바라보는 심리를 잘 묘사했다. 어른들이 읽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잘 씌여진 것 같다. 그나저나 열세살 나의 걱정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엄마 아빠가 사라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을 제일 많이 했던 것 같다. 심리학적으로 나의 성장과정에 이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어떤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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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1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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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다 가기전에 그러니까 봄을 맞이하기 전에 <설국>을 읽었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이 첫문장만으로도 얼마나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지.. 또 작가는 이 첫문장을 고르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을지. 눈 덮힌 마을에서 게이샤로 살아가는 고마코와 물려받은 재산으로 호위호식하며 하릴없이 살아가는 시마무라의 이야기다. 일년에 한번 고마코를 보러 찾아오는 시마무라의 심리와 그를 기다리는 고마코의 감정묘사가 뛰어나다. 그렇다고 이 소설을 사랑에 관한 소설로 보기에는 어딘가 모자란 감이 있다. 고마코가 시마무라의 무심함에 대해 떼를 쓰는 장면이 여럿 나오는데 어딘가 수백년전의 고어처럼 읽혀져 어색함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눈으로 덮힌 추운 마을의 정경, 그렇다, 추위를 계속 생각하게 되고 정말 읽고 있노라면 발이 시려운 것 같은, 말하자면 겨울의 이미지를 정말 잘 포착한 소설이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마지막에 고치창고에서 불이 나 요코가 죽어가는 장면은 추운 겨울과 불의 이미지를 대조적으로 이미지화하여 강렬한 인상을 주며 소설의 끝을 냈다. 일본어로 직접 읽었다면 문체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텐데 아쉽다.  

고마코가 읽은 책의 목록을 정리해두는 장면을 읽으며 풋 웃었는데 앞으로 빨래할 빨래감까지 개어두는 깔끔한 이미지 역시 눈의 이미지, 차갑고 정결한 이미지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았다.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걸지도.  

일기 이야기보다 한결 시마무라가 뜻밖의 감동을 얻은 것은, 그녀가 열대여섯 살 무렵부터 읽은 소설을 일일이 기록해 두었고 따라서 잡기장이 벌써 열 권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감상을 써두는 거겠지?
감상 따윈 쓰지 않아요. 제목과 지은이, 그리고 등장인물들 이름과 그들의 관계 정도예요
그런 걸 기록해 놓은 들 무슨 소용있나?
소용없죠
헛수고요
그래요 하고 여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게 대답했으나 물끄러미 시마무라를 응시했다. (p.38) 

어쩌면 소용없고 헛수고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순간이 사람이 가장 순수해지는 시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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