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당신의 인생을 구할 것이다
A.M. 홈스 지음, 이수현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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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책이 지루했다. 초반부만 빠르게 진행되어 내용이 궁금해졌는데 그 뒤로부터는 그냥 그랬다. 스티븐 킹이나 마이클 커닝햄의 추천사가 너무 대단해서 그 문구 때문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다. 이유를 모르는 통증으로 병원에 다녀온 후부터 리차드의 인생은 바뀌기 시작한다. 무엇 하나 부족한 것 없는 리차드에게 부족한 것은 인간과의 온기였던 것 같다. 영양사, 개인 트레이너, 마사지사까지 있고 딱히 일을 하지 않아도 경제적으로 풍족하다. 그런 그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치밀하게 영양소의 배율이 계산된 식단도 그의 인생을 구원해내지 못한 것이다.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그는 새로운 관계들을 형성해나간다. 이유모를 통증이 그를 조금씩 바꿔나갔던 것이다. 착한 사마리아인이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남들 몰래 선행을 하기도 한다. 전처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도 화해를 하게 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는 것 같지만 때론 육체의 고통 앞에 정신만큼 무력한 것도 없구나를 깨닫는다. 한편으로는 그래서 겸손해지는 것도 같고.. 나는 그냥 그랬지만 누군가는 이 책을 통해 구원받았을지도 모르니 나 역시 나를 구원해줄 책을 찾아 독서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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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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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보다 분량이 적어서 금방 읽어버렸다. 김탁환의 소설은 처음이다. 아마도 이 소설이 커피에 관한 소설이 아니라면 그리고 한달전쯤 우연히 책을 소개해주는 TV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보지 않았더라면 안 읽었을 책이다. 이 책은 두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첫째는 커피는 나에게 무엇인가와.. 둘째는 이 소설의 줄거리 정도.. 커피에 관해서 말하자면 누구나 이야기 한봇따리 쯤은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발자크 정도는 아니더라도 나도 거의 중독이라고 말할 만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있다. 몸이 안좋은지 커피를 마시면 잠이 잘 안오는데도 이 검은 액체를 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를 대신할 다른 음료를 생각해보곤 하지만 그것들에 중독이 되지 않는 이유는 커피가 훨씬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일지 모른다. 어쨌거나 끊어야해와 커피 한잔의 사이를 오가며 나는 커피와 애증의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전개가 굉장히 빠르다. 적은 분량에 전개가 빠르니 당연히 책장이 훌훌 넘어간다. 주인공의 내면 심리를 거의 엿볼수가 없다. 일단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 조금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식으로 서술되어있다. 그래서 누군가가 죽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별로 놀라지 않게 된다. 고종이 따냐와 몇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급작스레 사랑의 감정이 싹트는 부분은 조금 억지스러워보였다. 사기꾼으로서의 따냐라는 인물의 묘사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함이 느껴진다. 외모나 성격 등의 짐작이 쉽지 않다. 어쨌거나 커피 이야기가 계속 나오므로 즐거웠다. 나야말로 진정 노서아 가비를 마셔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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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으로 생각한다 - 과학 속 사상, 사상 속 과학
이상욱.홍성욱.장대익.이중원 지음 / 동아시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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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명의 저자가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쓴 글들의 모음집이다. 과학사를 개략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아는 과학자도 있었지만 모르는 과학자들이 더 많았다. 과학을 가지고 이렇게 사회학적으로 글을 쓸 수 있다니 재밌기도 하고 앞으로 과학 관련책들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과학책을 잘 읽지 않게 된 것은 과학지식 자체에 대한 어려움을 떠올리고 그와 관련된 책들 역시 어렵고 따분할 꺼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하지만 과학지식자체를 배우려고 이런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과학 외적 요소들이 과학과 어떻게 관련을 맺는지 최근의 이슈들은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을 알아가는데 복잡한 수식이나 이론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몇년째 책장에 꽂혀있다. 두번쯤 읽으려다가 앞부분만 읽고 관두었다. 이 책에서 도킨스의 책이 언급되어 두 눈이 번쩍 뜨였다. 세상에 훌륭한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이 책에서 언급된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력을 보며 드는 생각이었다. '더 읽어볼 만한 자료들'이 다른 책들에 관심을 가지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블린 폭스 켈러, 도나 해러웨이 같은 여성과학자들의 책에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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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중위의 여자 Mr. Know 세계문학 11
존 파울즈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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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의 제목만 보고 프랑스 중위와 그의 여자가 펼치는 로맨스를 기대해서는 실망이 클 것 같다. 이 소설의 형식은 굉장히 독특한데 1969년에 씌여진 소설이다. 작품의 배경은 1860년대로 빅토리아 시대이다. 소설의 중반이후까지 존 파울즈는 빅토리아 시대의 특징들에 대해 보여준다. 역사를 언급하는가 하면 그 시대 사람들의 성향, 취향등을 거듭 언급한다. 뭐 이런 소설이 있나 하면서 읽기 시작했지만 나도 모르게 빅토리아시대가 정말 궁금해질 정도로 그 시기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만 갔다. 역사에 대한 지식도 미천하고 그렇게 큰 관심도 없는 내가 그 시대가 궁금해지도록 만들다니 글을 재밌게 쓰는 작가의 능력은 대단했다.  

 특정 시대의 인간이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가치관을 넘어서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생물학에 관심이 많은 주인공 찰스는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고 불리우는 사라 우드러프를 만나면서 어니스티나와의 결혼약속을 파기하게 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의 줄거리는 굉장히 단순하다. 사라진 사라를 찾는 후반부 내내 찰스는 삼십대의 중반이 되어서 비로소 자신의 인생을 다시 시작해야함을 깨닫게 된다. 어니스티나와 파혼하는 결정에 대한 면죄부는 그 당시로서는 그로건 박사의 조언대로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가에 대한 가혹한 고뇌였다. 겨우 사라를 찾아냈지만 찰스는 사라로부터 다시 한번 큰 상처를 받는다. 사라는 시대를 너무나도 앞서가는 여성이었다. 하지만 여성인 나이지만 찰스의 입장에 동정표를 던지게 된다. 물론 사라는 참으로 매력적인 여성이다. 소설의 말미에서 처럼 그녀는 <자신이 아는 것>대로 행동하며 살아가는 여성이다. 아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은 인생의 매순간을 자신의 신비로운 선택으로 채워나간다는 뜻이다. 사라를 만나면서 찰스의 인생은 송두리째 흔들리고 어떻게 말하면 바닥으로 내쳐졌다고까지 할 수 있다. (물론 빅토리아 시대라는 배경하에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그의 진정한 인생은 시작된다. 우리는 시대를 앞서가며 사는 사라 같은 존재가 되기 보다는 흔들리며 자신이 쌓은 성벽이 행여 무너질까 걱정하며 사는 찰스같은 존재일 확률이 높다. 인생은 하나의 얼굴로만 사는 것도 아니며, 절망적인 순간이 있다 해도 그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나는 이런 결론이 너무나 흡족스럽다. 통속적인 소재로 이런 멋진 말을 할 수 있는 저자에게 감탄을 보낸다.  

 인생이란 결코 하나의 상징이 아니며, 수수께끼 놀이에서 한 번 틀렸다고 해서 끝장이 나는 것도 아니고, 인생은 하나의 얼굴로만 사는 것도 아니며, 주사위를 한번 던져서 원하는 눈이 나오지 않았다 해도 체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는 이미 깨닫기 시작했다. 도시의 냉혹한 심장으로 끌려 들어간 인생이 아무리 불충분하고 덧없고 절망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그 인생을 견뎌 내야 한다. 그리고 인생의 강물은 흘러간다. 다시 바다로, 사람들을 떼어놓는 바다로. (p.522)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아는 바 대로 선택한 순간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고 언젠가 다시 한번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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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하루
마르탱 파주 지음, 이승재 옮김, 정택영 그림 / 문이당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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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여쪽되는 얇은 소설이다. 완벽한 하루란 어떤 하루일까. 좋은 일만 연이어 일어나는 하루일까? 이 소설을 읽은 오늘 나는 오늘이 바로 완벽한 하루란걸 새삼 깨닫는다. 저자가 서문에서 말했듯 희극의 반대가 비극도 아니요, 비극의 반대가 희극도 아니다. 이 둘은 교묘하게 공존한다. 절망의 순간들에서도 그야말로 순수한 웃음의 순간이 있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 웃음이 절망을 위장하기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야말로 그 순간에 몰입된 웃음이라면, 또 그런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짜증나는 오늘조차도 완벽한 하루가 될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무한한 상상력으로 또 은유적으로 서술한 작가의 사유를 따라다니는 내내 즐거웠다. 

  하루에도 무수한 나를 만난다. 때로는 겉과 속이 다른 모습으로 마치 연기하고 있는 듯한 직장에서의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추억을 파는 노인을 만나는 것처럼 우연치 않게 길가에서 신기한 사람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다. (베개속에 마시멜로를 가득채운 다면 매일 달콤한 꿈을 꾸게 될 것 같다. ) 몇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친구를 이제는 잊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집안 거실에 사과나무가 있는 상상을 할 수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키득키득거렸다.  

 마르탱 파주가 서문에서 밝혔듯 삶의 매순간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우아함이라는 단어는 우리의 겉모습을 치장하는 옷에만 쓸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우아함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자유를 허락한 우리의 삶을 바라보며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웃음을 잃지 않는 태도를 수식할 수도 있는 것이다.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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