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 정재승 + 진중권 - 무한상상력을 위한 생각의 합체 크로스 1
정재승, 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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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총 21가지 주제를 가지고 진중권씨와 정재승씨가 각각의 관점에서 글을 서술해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진중권의 글쓰기 방식은 그의 이전작들에서 많이 보아온 것들이었고 정재승의 책은 '과학콘서트' 한권 만을 읽은 것 같다. 주제가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이라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다. 일상의 현상들을 뒷받침하는 많은 이론, 배경들을 알고나면 웬지 마음이 안정된다. 나는 기본적으로 지식욕(?)이 강한 사람이라 그런지 뭔가 정리되고 확인할 수 있는 것들에 끌린다.  

 나도 키티같은 귀여운 캐릭터들을 좋아하는데 키티에 이런 역사가 있었다니 재밌다. 쌍동이 여동생이 왼쪽인가에 리본을 달고 있다고 하고 키티네 가족이 고양이 까지 키우기도 했다는.. 놀라운 이야기를 접했다. 키티가 입이 없기 때문에 사람들은 키티의 감정을 읽기 힘들어 자신과 동일시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동일시가 불가능하기에 그런 물건들을 더욱 구입하게 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가 꿈꾸는 세상은 정말 내가 어렸을 때 상상하던 것들이다. 봉투에 들어갈 수 있는 컴퓨터를 상상이나 했겠는가. 어렸을 적 상상했던 것들이 실제로 구현되는 것을 보면 어린이의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 알 것 같다. 정재승씨는 뇌공학과의 교수라고 하는데 이름이 생소하다. 글에서 인간이 어떤 사고를 할 때 뇌의 어떤 부분이 반응한다는 문장이 많이 나온다. 참으로 상상력이 요구되는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마지막 꼭지에 '박사'에 대해 쓴 글이 재밌다. 박사를 따려고 불철주야 노력했던 그 시절이 가장 좋았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반면에 박사가 아닌 진중권(제가 또 한번 언급하여 죄송합니다. ^^)은 우리나라의 학벌위주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몰래카메라의 아이디어가 존 파울스의 <마구스>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신기하다. 역시 모든 분야가 그물망처럼 이루어져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개콘과 같은 개그 프로를 보며 반전개그를 통해 지능이 발달할 수 있다니 개콘 열심히 봐야겠다. ㅋㅋ  진중권의 책 <교수대위의 까치>는 99퍼센트 구글검색으로 얻은 자료를 가지고 썼다고 한다. 21C에 걸맞는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봐야할지도 모르겠으나 나는 아직 그런 방식으로 쓴 글을 신뢰하기에는 거부감이 있는 구세대인 것 같다.

 한 가지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할 수 있다. 사회적인 현상으로 분석되기도 하고 인체과학으로 볼 수도 있다. 음악과 미술이 함께 어울어지는 예술이 있을 수 있고, 가상현실은 예술과 과학이 함께 만나야 가능하다. 아마도 앞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 같다. 언제부턴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사람이 요구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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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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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네 이발관'의 존재는 알았으나 음악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 사람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 책 자체만으로도 너무 좋았으니 순수하게 글 자체로도 이 책은 성공한 셈이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우리 대부분이 '보통의 존재'라는 것에 기인한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어떤 보통의 존재일까?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고 믿는다. 엄마의 대부분의 잔소리에 화가 난다.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는 병을 얻고 절망한다(나 역시 그랬다. 습관되면 별 것 아니에요 석원씨.. ㅋㅋㅋ) . 친구의 숫자를 세어본다(이 행위를 해봤다는 건 이미 친구가 줄고 있는 것이란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여행을 갈 때 짐을 한보따리 싸가지고 떠난다(물론 가수라는 특이한 상황-목을 매우 아껴야 하는-이 있다.). 하하.. 이 모든 것들을 읽으며 내가 아주 이상한 것은 아니로군.. 대부분의 사람 역시 이렇다는 군. 하며 안도의 숨을 쉬게 된다.  

 사실 이 책을 처음 접한건 내가 자주가는 서점안에 있는 카페에 비치 되어 있는 책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다. 처음 아무곳이나 편 부분이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얼굴은 전생에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라는 페이지였는데 마지막 문장에 그야말로 입에 커피를 물고 있었으면 커피를 뿜을 뻔했다. 그래서 이 책이 그런 코믹이미지인줄로만 알았다. 처음부터 읽어보니 오히려 굉장히 차분하고 조금 냉소적이기 까지 하다. 물론 솔직하다. 냉소가 솔직함때문에 빛을 발한다. 물론 저자 본인은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고 할테지만.. 앞으로 계속 책을 내고 싶다고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오랫만에 에세이를 읽고 가슴 설레고 울컥했고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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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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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살아생전에 TV에 나온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니 이토록 강렬하게 살다 이 세상을 떴구나 하는 마음에 가슴한켠이 휑하다. 제주도, 찰나의 부는 바람을 포착한 듯한 사진들에 잠시 숨이 멈추어진다. 나뭇잎이 스산대는 소리가, 해가 저 뒷산으로 넘어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자신의 사진을 위해 온 생을 던졌기 때문이었다. 필름사느라 끼니조차 제대로 못 이을 정도였다는 말에...요즘이 어떤 시절인데 배가 고플 정도였을까 답답하다. 철저하게 혼자이고자 했던 무서울 정도의 고독에 대한 집념을 떠올리니 그에 못지 않게 가슴아팠을 그의 가족들이 떠오른다. 자신이 누추하게 사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집밖에서나 가족들을 만났고, 병을 얻고 나서도 가족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매몰차게 돌려보냈던 그의 마음이 어떠했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이 책을 읽고 당장 두모악 갤러리는 갈 수 없으니 누군가의 블로그에 들어가 보았다. 깨끗하게 잘 꾸며진 모습이다. 나는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보았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이제 제주도를 생각하면 올레길을 같이 걸어보고 싶다는 엄마의 말과 김영갑의 사진들이 떠오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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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부터의 도피 - 진정한 의미의 자유와 일련의 사회현상을 심층 분석 고전으로 미래를 읽는다 5
에리히 프롬 지음, 원창화 옮김 / 홍신문화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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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생각하고 한 행동은 온전히 나의 것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이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하고 있다. 워낙 유명한 책이어서 스스로 읽었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많이 보아온 책이다. 의외로 분량이 얼마되지 않고 잘 읽혔다. 계급사회가 분명하고 모든 권한이 신에게 있다고 믿어온 중세와 달리 근대인들은 자유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자유를 얻게 됨과 동시에 극도의 불안감, 고독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모든 선택은 나에 의해 비롯되지만 그런 권한의 댓가로 스스로를 책임지는 의무를 떠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불안한 개인들은 이런 무력감을 극복하고자 새로운 형태의 권위에 의존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른바 스스로를 새로운 속박에 기꺼이 예속하도록 만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유롭다,고 할때의 자유는 보통은 일차적 속박을 벗어난 상태 즉 소극적 자유를 의미한다.  

 소극적 자유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는 오늘날의 상황을 설명한 것이 재밌다. 우리는 어렸을 때 부터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정상이라 배우며 적개심이나 분노를 어떤 상황에서든 조절할 수 있도록 배운다. '자기 것'이 아닌 감정을 연습하여 종국에는 나의 진심조차 헤깔리게 된다. 또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안다는 것 또한 힘든 일이다. 획일화된 교육으로 독창적인 사고는 거부당한다. 이런 많은 요인들로 인해 우리가 적극적 자유를 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삶에의 자발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며 그 예로 예술가의 삶을 들고 있다. 사랑과 일로서 이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살아보자는 것이다. 하.하. 말처럼 쉽지 않다. 타인의 기대를 고려하지 않고 살기에는 치뤄야 할 댓가가 너무 많다. 많은 질문들을 던져준 독서여서 흡족스럽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있었던 그대는 진정... 끝으로 프롬은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이러한 자유로부터의 도피행각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여 옮겨본다.  

 우리는 긍정적인 해답이 있다고 믿는다. 자유가 성장하는 과정은 악순환이지만은 않다는 것, 사람은 자유로우면서도 고립되지 않고, 비판적이면서도 회의적이지 않고, 독립적이면서도 인류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으로서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와 같은 자유는 자아를 실현하여 자기 자신이 됨으로써 획득할 수 있다.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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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아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
도리스 레싱 지음, 정덕애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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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해지기로 작정한 두 사람이 있다. 완전한 가정을 꾸며 볼이 통통하고 명랑한 아이들을 낳아 사는 것이 이들의 행복의 척도였다. 그러한 상상에 걸맞는 궁전같은 집을 샀고 그러한 그들의 결혼생활은 순조로운 듯이 보인다. 여덟 아니면 열명이라도 나을 것이라 가족계획을 세웠고 네번째 아이까지 태어나자 어딘지 해리엇은 지쳐간다. 사람들은 이들의 생활에 비난을 하기 시작한다.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많은 손님들을 초대하고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소망이었것만... 다섯째 아이, 벤이 태어나자 마자 이들의 가정은 파괴되어간다. 짐승같고, 폭력적인 벤이 태어난 것은 하늘의 저주였을까. 해리엇은 자신이 그 누구도 불가능한 행복을 바랐기 때문에 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자식이지만 버릴 수는 없는 벤을 저주하지만 어쩔 수 없는 모성본능으로 병원에서 구출하여 돌봐준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벤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패거리가 그들의 궁전같은 집을 점점 잠식하고 황폐화시킨다. 결국 두 부부는 불행의 집으로 전락한 집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우선 이 길지도 않은 소설을 읽으면서 한없이 불편하고 짜증이 났다. 행복을 이런 식으로 바라는 해리엇과 데이비드의 모습이 낯설었고, 이들의 가정에 벤이라는 존재가 태어난 것이 말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벤이 이런 폭력적인 존재로 태어난 것은 해리엇이 벤을 임신했던 시기에 이미 너무 자신들의 삶에 지쳐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행복을 한없이 추구했지만 스스로를 불행에 만든 것 또한 그들자신이었으므로 악마같은 존재 벤이 태어난 것에 대하여 누구에게도 한탄을 할 수는 없다. 해리엇은 점점 스스로를 죄인으로 느낀다. 그저 모성애라는 불확실한 구원만이 이 둘의 관계를 겨우겨우 이어가게 할 뿐이다. 이 소설을 여러가지 각도에서 읽을 수 있겠지만 나는 인간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들이 아주 약간만 비틀어져도 정반대방향의 덫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맬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러나 마음아픈 것은 끝내 벤을 버릴 수 없었던 엄마로서의 해리엇의 입장이다. 벤의 탄생마저도 그녀가 바란 것이므로 그 원인도 결과도 자신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은 모든 일의 원인이기도 하고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므로 그 모든 것을 책임지라고 하기에 우리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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