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 로빈슨 지음, 유향란 옮김, 김성곤 해설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집으로 돌아온' 두 남매가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한번 독립한 어른이 고향집으로 돌아와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독립하기전 유년기가 행복하지 않은 경우라면 더욱 더...

그야말로 '홈'이란 단어는 온갖 애증을 함축하고 있는 단어들을 대표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늙은 부모와 다 자란 자식이 사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다.

젊은 날을 탕아로 보낸 잭은 위로 받기 위해 돌아온다. 돌고 돌아온 길.. 반기지 않는 마을 사람들과 자신을 아직 용서못한 아버지가 있는 집이다. 세상에서 얻은 상처는 집으로 와서 치유될 수 있는 것일까. 잭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건 상처를 치유받기 받기 위해 찾아온 곳이 옛집이라는 건.. 그것이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을지 경험해본자만이 알 것이다.

나는 글로리아의 감정에 많이 이입이 됐다. 죽음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겉도는 오빠를 돌보아야 하는 결코 적지 않은 나이의 글로리아. 읽는 내내 애틋해서, 안타까워서.. 마음이 많이 아팠던 소설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스위트 홈이라 부르는 우리의 부모님이 계신 집. 누군가에게는 계셨던 집. 유년기를 아름답다고 포장하는 건 한 사람의 생의 뿌리가 그곳에서 출발해서 일것이다. 어찌되었건 어린 시절이 아름답게 기억되는 건. 그리고 많이 용서되었다는 건 내가 좀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요한 집 1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고 보니 이 책이 최근에 쓴 것이 아니라 파묵이 초창기에 쓴 책이란 것을 알았다. 초창기에 쓴 책이지만 번역가의 말대로 그 후 파묵의 작품 세계를 암시하는 것들이 이 책으로부터 나왔다는 것을 아는 순간 읽을 가치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묵의 작품은 <새로운 인생>,<눈>과 이 책을 읽은 것이다. 전작을 읽겠다고 다짐하기에는 뭔가 끌어당기는 것이 약한데 어느 순간 찾아읽는 것을 보면... 또 괜찮게 읽은 모양이다.

사실 이 책을 잡은 것은 제목때문이었다. 고요한 집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가족간에 대화의 부재, 그런 문제들을 상상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터키사의 한 단면을 그대로 가족의 모습으로 녹여놓은 것이다. 파트마의 세 손자들을 둘러싼 다양한 성장기의 사건들을 읽으며 동서양 사상의 충돌이나 터키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들을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세 손자의 이야기중 첫째 아이 파묵의 이야기가 가장 흥미로웠다. 역사가가 되기 위에 이야기에 집착하는 아이. 현실을 살지 못하고 진짜 내가 되고자 고심하는 흔적. 어딘가 나의 모습을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파트마가 마지막에 외친 것처럼 우리 인생은 오로지 한번이기 때문에 다시 맨앞으로 되돌아가 재생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집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이곳 내 침대에 누워 생각했던 것처럼. 넌 삶을, 단 한번의 그 마차 여행을, 끝나면 다시 시작할 수 없어, 하지만 손에 책 한권이 들려 있다면, 그 책이 얼마나 복잡하고 모호해도, 다 읽고 나서, 그 모호함과 삶을 다시 이해하기 위해, 원한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다 읽은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어, 그렇지 않니? (2권 27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나 스스로를 굉장히 계획적이고 꼼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모습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게다가 요즘 내가 벌이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나는 내가 굉장히 감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감성적인 소설책을 읽으면서 별로 몰입이 안되는 것을 보면 나에게 공감능력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진부한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 시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일테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한다. 나의 젊은 시절도 뒷세대들에게 넘겨주어야할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윤이는 단이를 명서는 미루를 떠나보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은 서로를 마주 하지 못한다. 서로의 상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서로를 필요로 할 것 같지만 너무 잘 안다는 것이 다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 역시도 잘 안다. 하지만 윤은 용기를 내어 명서가 있는 곳으로 가려한다. 내.가.그.쪽.으.로.갈.게..라는 말.. 얼마나 해본지 오래되었는가. 이런 대수롭지 않은 말도 용기를 내야 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온 것 같아 유난히 더디오는 봄을 기다리는 요즘 조금 울적해지려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레이야 2012-04-01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피필름님 짧고 강한 느낌이에요.
그쪽으로 가려고 결심하는 용기, 쉽지 않지요.
4월의 첫날이고 정말 봄이에요. 목련도 피었고 바람도 기분 좋아요.^^
울적은 조금만이요^^

스파피필름 2012-04-01 22:5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용기가 필요한 날들입니다. ^^ 벌써 목련이 피었나요?
올해 첫 목련을 보게 되면 사진을 찍어 올려 봐야겠어요. ^^
 

              

 

                 좋은 일들

 

                                                    심 보 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렸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철학이 필요한 시간 -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강신주 지음 / 사계절 / 2011년 2월
장바구니담기


이미 일어난 생각은 이어지지 않도록 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생각은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그대들이 10년 동안 행각하는 것보다 좋을 것이다. 나의 생각에는 불법에는 복잡한 것이 없다. 단지 평상시에 옷 입고 밥 먹으며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 <임제어록>-47쪽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철저한 부정 끝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긍정이 찾아올 수 있는 법이다. 결국 참된 자유 혹은 참된 해탈은 우리가 타자를 기억이나 기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으로 응대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51쪽

깨달은 자의 마음은 맑다. 그렇지만 맑고 고요한 물이 외부의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맑은 마음은 타자에 대해 섬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마음이다.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에 공감하면서도, 깨달은 사람은 그의 번뇌를 치유할 수 있다.
(...)
특정 사람만을 사랑하려고 고집한다면, 우리는 타자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유지할 수 없다. 손으로 연필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면, 컵, 책, 나아가 타인의 차가운 손도 잡아줄 수가 없다. 따뜻한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모든 사람들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져주기 위해서, 우리는 매번 자신이 잡았던 손을 놓아주어야만 한다. -20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