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일들

 

                                                    심 보 선

 

 

   오늘 내가 한 일 중 좋은 일 하나는

   매미 한 마리가 땅바닥에 배를 뒤집은 채

   느리게 죽어가는 것을 지켜봐준 일

   죽은 매미를 손에 쥐고 나무에 기대 맴맴 울며

   잠깐 그것의 후생이 되어준 일

   눈물을 흘리고 싶었지만 눈물이 흐르진 않았다

   그것 또한 좋은 일 중의 하나

   태양으로부터 드리워진 부드러운 빛의 붓질이

   내 눈동자를 어루만질 때

   외곽에 펼쳐진 해안의 윤곽이 또렸해진다

   그때 나는 좋았던 일들만을 짐짓 기억하며

   두터운 밤공기와 단단한 대지의 틈새로

   해진 구두코를 슬쩍 들이미는 것이다

   오늘의 좋은 일들을 비추어볼 때

   어쩌면 나는 생각보다 조금 위대한 사람

   나의 심장이 구석구석의 실정맥 속으로

   갸륵한 용기들을 알알이 흘려보내는 것 같은 착란

   그러나 이 지상에 명료한 그림자는 없으니

   나는 이제 나를 고백하는 일에 보다 절제하련다

   발아래서 퀼트처럼 알록달록 조각조각

   교차하며 이어지는 상념의 나날들

   언제나 인생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투성이

   언젠가 운명이 흰수염고래처럼 흘러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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