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라는 철저한 부정 끝에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는 긍정이 찾아올 수 있는 법이다. 결국 참된 자유 혹은 참된 해탈은 우리가 타자를 기억이나 기대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으로 응대할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51쪽
깨달은 자의 마음은 맑다. 그렇지만 맑고 고요한 물이 외부의 바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처럼, 맑은 마음은 타자에 대해 섬세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마음이다. 번뇌에 사로잡힌 사람에 공감하면서도, 깨달은 사람은 그의 번뇌를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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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사람만을 사랑하려고 고집한다면, 우리는 타자에 대한 민감한 감수성을 유지할 수 없다. 손으로 연필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한다면, 컵, 책, 나아가 타인의 차가운 손도 잡아줄 수가 없다. 따뜻한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모든 사람들의 차가운 손을 어루만져주기 위해서, 우리는 매번 자신이 잡았던 손을 놓아주어야만 한다. -20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