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나는 나 스스로를 굉장히 계획적이고 꼼꼼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이 내가 그렇게 되고 싶은 모습이지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게다가 요즘 내가 벌이고 있는 사건들을 보면 더 할 말이 없어진다. 나는 내가 굉장히 감성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감성적인 소설책을 읽으면서 별로 몰입이 안되는 것을 보면 나에게 공감능력이 부족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민주화의 과정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진부한 감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내가 그 시기를 겪지 않았기 때문일테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변한다. 나의 젊은 시절도 뒷세대들에게 넘겨주어야할 그런 시기가 온 것이다. 윤이는 단이를 명서는 미루를 떠나보냈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이들은 서로를 마주 하지 못한다. 서로의 상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욱 서로를 필요로 할 것 같지만 너무 잘 안다는 것이 다시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 역시도 잘 안다. 하지만 윤은 용기를 내어 명서가 있는 곳으로 가려한다. 내.가.그.쪽.으.로.갈.게..라는 말.. 얼마나 해본지 오래되었는가. 이런 대수롭지 않은 말도 용기를 내야 할 수 있는 그런 시절이 나에게도 온 것 같아 유난히 더디오는 봄을 기다리는 요즘 조금 울적해지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