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가는 먼 집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 음식도 없이 맨 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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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 - 공부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몇년전 고미숙의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어서 이 책도 기쁜 마음으로 읽었다. 이 책의 취지가 어쨌건 간에 공부에 미친 사람으로서의 그녀의 열정, 열의는 정말 존경할 만하다. 왜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도 있지 않은가. 지금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가끔 그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 한가지 일을 오랫동안 하다보면 도가 트는 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도가 튼 사람앞에서는 그 일이 어떤 일이든지를 막론하고 존경심이 마구마구 샘솟는다. 도가 텄다는 것은 어쨋건 그 사람은 성실하고 누가 뭐라하든 그 일을 꾸준히 해온 사람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생활의 달인도 아니고 공부의 달인이라니! 이제는 공부와는 무관한 나이가 되었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하던 찰나! 이 책을 읽으면서 반성을 한다. 공부의 끝이 없는 것이니까 말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의 공부는 시험을 위한 준비과정으로서의 공부일뿐 진정한 앎을 위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 내가 학교만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말하는 공부의 달인이 되는 비결은 바로 독서이다. 특히 고전을 읽을 것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혼자서 하기가 어려우면 네트웍을 형성해서라도 고전을 읽고 앎을 넓혀갈 것에 대해서 말한다. 저자가 인문학자이다 보니 튼히 인문쪽 고전공부를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 쉬운 책만 찾아 읽으려는 요즘 나의 독서생활을 조금 반성해보며.. 나도 고전의 세계로 발을 딛여볼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안타까운 일은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아마도 이미 독서를 꽤 하고 있는 사람들일꺼라는 거다. 아니면, 혹시 정말 시험을 잘보기 위한 방법을 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인줄 알고 잘못 산 사람들 정도이거나. 독서를 해야할 많은 사람들은 사실 책 자체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가능성도 적어질 것이고. 결국엔 나름대로 열심히 독서는 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읽어야겠네 하고 반성하는(나같이 - -;) 사람들만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다고 그런 반성이 나쁜 것은 아니니까 뭐..

또 재밌었던게 공부의 달인이 되는 것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밥을 잘 먹는 일도 강조하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려 밥을 잘 먹을 것. 순간 반성을.. 내가 읽는 것이 나이고 내가 먹는 것이 나 라는데.. 밥도 잘 먹고! 좋은 책도 많이 읽고! 더 좋은 내가 되는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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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호모 쿵푸스 실사판] 공부는 셀프!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3-30 17:07 
    ─ 공부의 달인 고미숙에게 다른 십대 김해완이 배운 것 공부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 몸으로 하는 공부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적절한 계기(혹은 압력?)를 주시곤 한다.공부가 취미이자 특기이고(말이 되나 싶죠잉?), ‘달인’을 호로 쓰시는(공부의 달인, 사랑과 연애의 달인♡, 돈의 달인!) 고미숙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공부해서 남 주자”고. 그리고 또 말씀하셨다.“근대적 지식은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세계만을 앎의 영역으로 국한함으로써 가장 ...
 
 
 
이상은 Art & Play : 예술가가 되는 법
이상은 지음 / M&K(엠앤케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꼼꼼히 읽었어도 아무 것도 쓰고 싶지 않는 책이 있는가 하면 대충 읽었어도 하고 싶은 말이 마구마구 생기는 책이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대충읽었다는 말은 아니다. ^^

일단, 나는 기본적으로 이상은의 팬이다. 그래서 이 책의 평자체는 객관적일 수 없다. 왜냐면 그녀의 모든 것들을 나는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상에서 소소하게 실천해볼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법에 대해 친언니가 이야기 하듯이 들려주고 있다. 그림도 잘 그리고 가수이기도 하고, 옷이나 악세서리도 직접 만들고 사실 이상은은 요즘 어린 가수들과는 확연히 차이나는 아티스트라는 느낌이 든다. 내게는 이상은과 이현우가 그런 느낌이다.

예술가가 뭐 거창한것도 아니고 일상의 감성적인 부분들을 잘 살리면서 지낼 수 있다면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이다. 옷이나 가구에 대한 철학, 그녀가 알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지인들이 소개되어있다. 사진과 책의 종이질 때문인지 잡지를 읽는 것 같은 가벼운 느낌으로 이 책을 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특히 좋았던 부분은 그녀가 20대,30대 친구들을 위한 편지처럼 쓴 형식의 글이었다. 20대를 보내는 느낌과 30대의 끝자락에 40대를 이제 곧 준비하는 마음은 어떤지 들려주면서 친언니 같은 따뜻한 말을 건내주고 있다. 이런 사람도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구나. 나이먹는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만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는 어떻게 잘 슬기롭게 생각할 수 있는지 등 그녀의 평소의 생각등을 잘 알 수 있었다.

음악을 만들면서 영감을 얻고자 할 때, 이상은은 여행을 주로 한다고 한다. 그리고 몰랐는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고 기도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 다고 한다. 에너지가 필요할 때 장경동 목사의 설교를 재미삼아 본다고 한다. (재밌다. ㅋㅋ) 그밖에 책도 많이 읽고 ( 책 제목은 나도 보려고 메모해두었음. 거의 다 모르는 제목의 책이다.) ..

모쪼록 그녀가 건강, 또 건강해서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많이 만들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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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6-22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이상은씨가 책 냈군요.
담다디 담다디~ 멜로디로 흔들거리던 모습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참 빨라요
(아 이런 늙은티 팍팍 ㅋㅋ)

스파피필름 2007-06-22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러게요.. 요즘애들은 담다디의 이상은이 누군지도 모를꺼에요.. ㅋㅋ
 
굿바이, 게으름 - 게으름에서 벗어나 나를 찾는 10가지 열쇠, 개정판
문요한 지음 / 더난출판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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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게으름, 가령 늦잠을 잔다던가, 집안을 잘 치우지 않는다던가 하는 게으름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개념의 게으름에 대해 이 책은 말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일상의 작은 게으름들은 사실 누구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것이고, 그런 것들보다는 어떤 선택의 상황을 자주 습관적으로 회피함으로써 일을 미루는 것 같은 삶의 목적의식이나 방향성이 없는 부분들에 대해 짚어나가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던 것은 선택을 자주 회피하는 것 또한 일종의 선택!이라는 것이다. 아뿔사, 완벽주의라는 변명으로 늘 외면해왔던 우유부단함, 결단력 없는 행동들이 나에게 얼마나 많았던가! 이 책은 온전히 나같은 인간들을 위한 책이었다. 게으른 유형에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나같은 경우는 완벽주의를 가장한 게으름이었다. 뭔가 완벽한 결과를 내지 않으면 않된다는 강박관념에 도전 자체를 두려워하거나 늘 준비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읽으면서 무수히 많은 공감을 했다. 그런 완벽주의의 형태는 부정적인 태도나, 비관주의적 경향에 닿아 있다고 한다.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온갖 상황들을 가정해보고 실패할 경우를 가정해본다. 당연히 도전하기 보다는 전전긍긍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많았다.

또, 늘 바쁜 것 같지만 무언가 늘 2%부족한 것 같은 것도 사실은 알고 보면 내 삶에 내 나름대로의 기준이나 방향성이 없어서 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책에서 말하고 있듯이 내게는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없었던 것이다! 무릎을 쳤다. 삶을 관통하는 키워드... !!  늘 책도 많이 읽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하고 있지만, 늘 허기져있는 것 같은 상태..

문제점을 알았으니 그것을 해결하고 실천해나가면 되는 법. 이 책은 그런 점을 직접 실천해볼 수 있도록 질문과 답을 적을 수 있는 공감이 마련되어있다.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 때, 일상의 게으름이라는 탈을 쓰고 꼭꼭 숨어있는 문제점들도 해결될 것이다.

게으름이라는 탈을 썼지만 알고보면 모두다 다른 문제였다는 것, 이 점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졌다. 자,자, 이제는 실천하는 것만 남았다. 몸안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모아서 방향을 설정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 온몸에 기운을 충전한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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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이야기
다이안 세터필드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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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칠십쯤 되면 내가 살아온 인생을 소설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질까. 소설에서 말하는 것처럼 모든이에게는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데.. 나 역시.. 아니 나에게도 그런 이야기가 있는 것일까.

어떤 작가의 전기를 집필하면서 밝혀지는 출생의 비밀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책이 꽤 두껍다. 대략 560페이지쯤 된다. 근래에 읽은 소설중에 가장 두꺼운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지하철에서 읽기엔 다소 무거울정도다.

이 두꺼운 책을 한번 잡았는데 끝까지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일단 두께로부터 오기가 생겼고 알려줄듯 말듯 애멀린인지 애덜린인지 이 쌍둥이 자매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건지 열세번째 이야기는 과연 무엇인지. 애덜린의 존재가 밝혀지기까지는 거의 끝부분이었고 중간에 암시하는 복선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대충 읽은 걸지도 모르겠다. ) 사건이 순식간에 싹 풀려버리는 것 같았다. 독자에게 재미를 주는 소설은 무얼까를 생각해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지막에 기가막힌 반전이 있거나 중간중간에 암시를 줌으로써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재미를 주는 소설이 있을 텐데 이 소설은 사실 이 둘의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간정도의 어정쩡한 상태이다.  또, 전기를 집필하는 마가렛의 죽은 쌍둥이 자매로 인한 정신적인 아픔정도가 크게 부각되지 않아서 마지막에 이야기를 맺음하는 부분이 다소 약하지 않았나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이 작가의 첫 작품이라니 별 네개는 줄만하다. 그럭저럭 재밌게 읽을 수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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