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평점 :
어느 날 아침, 내 딸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일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바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정말 평범한 하루였는데, 소리소문없이 딸이 사라져버렸다. 그 딸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아버지는 끊임없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본인이 버스가 올 때까지만 기다렸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그냥 그렇게 보낸 딸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터이다.
이 책은 한동안 딸을 계속 찾아 헤메는 아버지의 시선과 하염없이 나약한 어머니를 둔 딸의 시선으로 나뉘어 서술된다. 도무지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디서 어떻게 연결될지 참 궁금했는데, 그 관계는 책을 계속 읽다보면 알게 된다. 사실 이 책의 주요 사건은 매우 간단하다. 아버지는 3년전 아침, 여느 때와 다름없이 딸을 학교 가는 버스정류장에 내려다주었다. 그런데 딸은 그 버스를 타지 않았고, 그냥 사라졌다.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지만, 지금까지 그 딸은 실종상태로 아직 시신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딸을 잃어버렸다는 자책감에 휩싸인 아버지는 3년동안 겨울을 제외하고 딸이 사라진 도로를 달리면서 계속 딸을 찾아헤멘다. 이 사건은 그냥 이렇게 끝날 뻔 했는데, 다시 또다른 여자아이가 사라지면서 3년전 사건의 악몽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은 딸을 잃은 아버지의 슬픔이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미 3년전으로 지금은 그 어떤 조짐도 보이지 않지만, 쉴새없이 딸을 찾아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부성애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자신이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딸을 찾고 말겠다는 의지가 정말 강했다. 이렇게 단순한 사건이지만, 치밀한 심리묘사 덕분에 책을 읽는동안 지루하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게다가 책이 2부로 들어서면 또다른 시점의 화자가 등장하여 그 다음에는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너무나도 궁금해져서 순식간에 책을 읽게 되는 마력이 있다.
처음에는 매우 평범한 일상 소설로 시작하지만, 마지막에는 섬뜩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동안 궁금했던 모든 실마리가 풀린다. 상당히 새로운 형태의 스릴러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책의 작가는 이 책이 첫번째 작품이라는데, 이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상당히 궁금하다. 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내내 스웨덴의 백야가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다. 색다른 스릴러 작품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