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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본질
올더스 헉슬리 지음, 유지훈 옮김 / 해윤 / 2016년 9월
평점 :
올더스 힉슬리는 꽤 유명한 작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멋진 신세계'외에는 이렇다할 작품이 소개되지 않았었다. 나도 그의 작품은 최근에서야 '멋진 신세계'를 읽어봤고, 그의 놀라운 상상력에 감탄을 금치못할 따름이다. 그런 와중에 '원숭이와 본질'이라는 새로운 작품이 번역되어 출간되었다길래 이번에는 어떤 상상력이 발휘되었는지 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다. '원숭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영화 '혹성탈출'이다. 인간보다 낮은 지능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 원숭이가 미래에는 인간을 제압하고 지배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인데, 이와 비슷한 내용이지 않을까 예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어보니 그보다 더 끔찍하고 우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다.
일단 미래에는 현재의 물질이 좀 더 발달하고 풍요로운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현재의 생각이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과학 기술을 사용하면 오히려 더 퇴보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그것이 바로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미래이다. 방사능으로 오염된 미래 세계에서 기형아는 무조건 사회에서 퇴출 대상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생명을 그냥 죽이는 것이 금기시되지만, 이 책에 나와있는 사회에서는 유전자 변형으로 인해 태어난 기형아는 살아남지 못한다. 우수한 유전자만 남기겠다는 것이 취지였겠지만, 그 방법이 잔인하고 오히려 문명인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거의 남지 않았다.
세부적인 내용은 이 책을 읽어보면 알테니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겠다. 그러나 이 책에 나와있는 비유를 읽고 있자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할지 어느 정도 방향이 보인다. 쓸데없는 다툼을 줄이고 서로가 공존하는 방향으로 미래를 이끌어가야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이란 무척 이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는 법이라, 자신이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과도한 욕심은 인류 전체의 멸망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이 작품에서는 하나의 가상 시나리오로 미래를 제시하고 있지만, 실제로 이런 내용이 영화화된다면 너무 잔인해서 대중적인 인기는 끌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상징적인 의미가 많아 깊은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과연 이 작품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지 짐작조차 어려운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쉬운 문체로 쓰여있기는 하더라도 작가 생각의 깊이를 따지기는 꽤나 난해하다. 단순하게 '멋진 신세계' 정도의 미래를 예상한 독자라면 상당히 충격적인 결말이기도 하다. 평소에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그린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읽어보면 더 좋을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터라, 이번 작품을 읽고 나서는 다소 우울해졌다. 그래도 욕심 많은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니, 과연 올바른 미래를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