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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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 너무 늙은 나이에 이렇게 사라져버린 것은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는 일이나 주인공은 드디어 친구가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물론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과거를 회상하며 그녀와 내가 어떤 관계였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에게는 특별했던 친구인 '릴라'는 어릴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남달랐다. 깡마르고 그리 예쁜 편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도 못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동네는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 모든 사람들이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 곳이었다. 당연히 교육 수준도 낮아서 여자아이가 고등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꽤나 똑똑했던 릴라도 예외는 아니라서 어떻게든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갈 수가 없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돈이 그리 큰 돈은 아니었고 집안에서 아이가 벌 수 있는 돈이 그리 크지 않았을텐데 그 시절에는 왜 그리도 돈을 아꼈을지 궁금하다. 

우연히 친해지게 된 릴라와 레누는 함께하지 못하는 상황이어도 친한 친구였다. 그들만큼 서로를 생각하고 부러워했던 사이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거의 없을 듯 하다. 한동네에서 자란 '절친' 사이였기 때문에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금방 알았다. 요즘에는 이런 친구를 사귀기 쉽지 않은 시대라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왠지 부럽기까지 하다. 어릴 때는 돈이 있거나 없거나 별로 문제되지 않았다. 그냥 즐겁게 놀고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모두 각자의 꿈을 꾸게 된다. 재능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지원해주지 않으면 그 꿈을 펼치기가 쉽지 않다. 훌륭한 사람들은 모두 자력으로 성공했다지만, 적어도 마음으로나마 지지하는 사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유로 릴라는 집안일을 도와야 했다. 반면에 특별한 재능은 없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스타일인 레누는 조금은 깨인 아버지 덕분에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다. 공부를 계속 하더라도 정해진 미래가 동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조금 안타깝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냥 현실에 안주하는 주변 친구들보다는 좀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모두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나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떤 거래든 한 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어떤 것 때문에 상대방도 나와 거래를 하려고 하는 것이며 서로에게 느껴지는 가치는 각각 다를 수 있다. 매우 작은 동네의 이야기지만 이것은 일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라면 언제든 성립되는 이야기이다. 

릴라는 지금 있는 환경에서 가장 좋은 선택을 했지만 사실 그녀가 살고있는 울타리를 깨지는 못했다. 무척 똑똑한 아이였지만 현실의 장벽은 높았다. 반면에 좀 더 많은 교육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레누는 당장 그 울타리를 넘지 못하더라도 미래를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 안목을 배웠다. 여전히 고민이 많고 열등감이 있는 여자아이였지만 다양한 환경에 접하면서 성장해나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가장 눈부신 친구였다. 서로 가지지 못한 것을 존중하고 지켜주려는 마음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더욱 궁금해지는 참이다. 마지막에 등장한 구두의 의미는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사건을 불러일으킬지 알고 싶다. 

총 4부로 이루어진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로 출판사에서는 앞으로 3권의 책을 더 출판할 계획이라고 한다. 치밀하게 쓰여진 원작을 제대로 옮기려는 의지 때문인지 후속작 출간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지만, 이후 작품이 나올 때마다 왠만하면 챙겨보려고 한다. 방황과 고민이 많았던 어린 시절을 지나서 과연 어떤 삶을 살게 될지 그 모습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잔잔한 성장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이 책을 좋아할 터이다.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과 함께 성장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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