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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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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들이 다녀온 여행기는 어떨까 궁금했다. 작가의 발자취를 따라는 여행이나, 자신의 작품에 영감을 주는 여행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그런 내용도 물론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문인들이 썼다고 해서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작품과는 또다른 실제 이야기를 그들의 온전한 목소리로 담아낸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익숙한 풍경이 아닌, 낯선 풍경에 머물러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아낌없이 독자들과 공유하고 있다. 그리고 여행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함께 싣고 있어서 좀 더 생생하게 그 현장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너무나도 스펙타클한 여행기를 그동안 많이 읽었던 탓일까, 이번 여행기 모음집은 조금 감성적이면서도 심심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나마 심심함을 달래주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미사여구가 가득한 묘사들이었다. 요즘 실용서를 위주로 읽다보니 읽는 글마다 상당히 건조했는데, 이번 여행기는 각 작가의 감성이 담겨 있어서 읽는 동안은 조금 촉촉해지는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 너무나도 많은 기대를 한 후에 책장을 펼쳤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평범한 여행에 조금은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작가들도 일반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는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다만 우리들과 다른 점이 있다고 한다면 보통 사람들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특이할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생각들을 아낌없이 종이위에 펼쳐서 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고 말이다. 아무튼 그냥 마음을 비우고 보면 사실은 은근히 재미있는 여행기가 가득 실려있다. 워낙 많은 작가들의 글을 한 권의 책에 모아놓다보니 그리 긴 글은 없지만, 그래도 각 챕터마다 여행에 대한 좋은 글귀들과 함께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즐거움 때문에 읽는 재미도 은근히 있다.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지금까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이야기는 작가 신현림의 딸과 함께 떠난 여행이었다. 이 때 같이 가는 동반자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일본 여행에서 이 사람은 이런 점을 보고 느꼈구나 하는 점들을 새삼스레 느꼈다. 어린 딸과 함께 간 여행이라 많은 곳을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둘이 함께 일본의 문화를 공유하고 느낀 시간들이 참으로 알콩달콩해보였다. 아무래도 아름다운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보니, 그 당시에는 굉장히 힘들었어도 여행을 다녀와서 쓴 글들을 보면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행에 그리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쓴 글은 좌충우돌하는 경험담이 재미있고, 여행을 많이 다녀본 베테랑의 글에서는 왠지 모를 노련함이 느껴진다.

 

세계 방방 곡곡을 다닌 사람들의 글을 한참 읽고나니 갑자기 나도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다. 여행기를 읽고나면 흔히 드는 방랑벽이다. 뭔가 공허하면서도 나도 떠나면 뭔가를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여행을 다녀온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는 것은 여행을 하는 동안 새로운 나 자신의 모습을 새로운 환경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이 독특하기 때문일게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한, 사소한 문제에 부딪혀보는 것도 소소한 여행의 즐거움이다. 그리 큰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어디론가 떠나는 것은 나에게 새로운 기운을 잔뜩 불어넣는데 도움이 된다. 당장을 여행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떠났던 여행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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