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지갑이다>를 다 읽고도 계속 잡고 있다

이유 1. 책을 파르륵 넘기면서 코 앞에서 종이가 팔랑거릴 때 나는 향긋한 종이 냄새

다른 책에서는 한 번도 못 느꼈는데 유독 내가 가진 이 책만 그런 건지 <나는 지갑이다>라는 책을 찍은 종이가 다 그런 건지.

이유 2. "남의 마음을 자기 손 안에서 주물럭거리는 것은 무엇보다 재미있는 놀이임에 틀림없다"는 문장

가히 의미가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와닿는다

띄어쓰기도 틀렸고(책에는 '손안에서'라고 적혀있다)

"~임에 틀림없다"는 일본인가 영어식 말투라서 잘못된 거라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도 나지만

아무튼 좋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줄이다

당분간 이 책 한참 만지작 거릴 것 같다

 

제목을 '주저리주저리'라고 썼으니 책에 관련되지 않은 주절대는 말 덧붙이기.

자꾸만 머릿속에서 이 말이 맴돈다. "어쩌라고!! 나더러 어쩌라고!! 대체 어쩌라는 건데!!"

목이 터져라 외치고 싶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참고 있자니 머릿속에서 계속 울려댄다, 환청이 들릴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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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7-23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언제 읽을런지. 쩝.
종이 냄새 좋죠. ㅎ
제 책에도 냄새나나 확인해봐야겠군요 ㅎㅎ

푸른신기루 2007-07-23 01:04   좋아요 0 | URL
나무냄새? 종이냄새? 아무튼 좋아요ㅎㅎ
환경에게 무척 미안해지긴 하지만..;;

홍수맘 2007-07-23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기대 만땅이랍니다. ^^.

푸른신기루 2007-07-23 20:45   좋아요 0 | URL
<나는 지갑이다> 재밌어요~
미미여사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읽어본 미미여사의 책 중 가장 재밌게 읽었어요
소재와 화자부터 색다르니 전처럼 기억에서 희미해지는 일도 없을 것 같고..ㅎㅎ

다락방 2007-07-26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 [나는 지갑이다]가 대세로군요. 여기저기서 이 책 읽으셨다는 분이 많아요. 아니 미미여사가 대세인거죠. 흣.

푸른신기루 2007-07-27 00:15   좋아요 0 | URL
재밌기도 하고요ㅎㅎ
미미여사가 글은 원래 재밌게 쓰지만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서 가장 재밌었어요
그러나 역시.. 다른 책들도 읽다보면 더 재밌는 책이 나올 수도 있죠ㅋㅋ

Heⓔ 2007-07-27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신기루 2007-07-28 01:05   좋아요 0 | URL
-_-^
 

집에서 갖고 올라온 옥수수 중 마지막 남은 두 개를

울컥 솟는 눈물(그렇다 난 먹는 것에 약하다ㅋ)을 머금고 삶는 중 아빠가 해주신 얘기가 생각났다

아빠 친구분께서 길을 가시는데 길가에서 정말정말 "실하게" 생긴 옥수수를 팔고 있는 것을 보시곤

한 아름 사서 뿌듯하게 집에 들어가셨는데

아, 이 옥수수들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아무리 하염없이 삶아도 계속 딱딱하기만 하더란다

그래서 주변에 물어봤더니..

"사료용 옥수수" 였다고.......-_-;;

판 사람은 알고 팔았을까 모르고 팔았을까

아빠 친구분은 사기 전에 "이거 먹는 거죠?"라고 물으셨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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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갑이다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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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타고난 작가이다

여러 입장에서 씌여진 10개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큰 이야기를 이루고(이건 <백야행>과 비슷하다고 생각)

그 단편의 화자는 사람이 아닌 지갑이라니.. 지갑이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이런 기발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까?

구성 좋고 짜임새 있고 소재 좋고

지갑이라는 점을 내세워 적당한 공백을 만들어 독자가 상상할 수도 있게 하고

마치 인간처럼 서로 다른 성격에 심지어 성별까지 가지고 있는 지갑

이 지갑의 주인은 이 사건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어떤 사연이 있을까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느라 또다시 밤을 새고 말았다

읽으면서도 계속 든 생각은 '내 지갑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말을 할까'였다

난 지갑이 아니라 거의 다이어리 수준으로 이것저것 넣고 다니는데 "내 주인은 내가 다이어리인줄 아는지 온갖 것들을 넣고 다녀서 돈이 아니라 쓸데없는 것들 때문에 배가 터지겠다"고 투덜대지 않을까..ㅎㅎ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에 나온 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제서야 출판된 건지 불만이다

하지만 그런 걸로 투덜대기 전에 이미 번역, 출판된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을 읽는 게 우선일 듯.

<모방범>을 비롯해 읽겠다고 마음으로 찍어놓은 책만 수없이 많으니,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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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7-22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미미여사의 책은 하나도 본 게 없어요.
어떤 걸로 선빵 날리는 게 좋을까요?? @_@

푸른신기루 2007-07-22 15:32   좋아요 0 | URL
저도 미미여사는 별로 접한 게 없어서;;
이매지님께 한 번 여쭤보세요
저보다 훨씬 많이 알고 계시고 많이 읽으셨을 걸요ㅎㅎ

이매지 2007-07-23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빵은 <화차>로 날리시는 게 어떠실런지. ㅎㅎ
<모방범>이 재미있긴한데 분량이 많아서 부담스러우니..
저도 이 책 이번 달 안에는 꼭 읽을꺼예요! (과연-_-;;)
제 지갑은 아마 "지가 몇 살인줄 알고 아직도 날 가지고 다니는지"라고 생각할지도.
(굉장히 유아틱한 지갑을 가지고 다녀요-_-)

푸른신기루 2007-07-23 01:13   좋아요 0 | URL
전 <화차> 재밌긴 했지만 그저그랬던 걸로 기억해요
도서관에서 구판을 빌려 읽었는데 구판 제목이 '인생을 훔친 여자'였던가..
미미여사 책은 읽을 땐 재밌는데 읽고 나면 무덤덤하고 희미해지는 것 같아요
<마술은 속삭인다>도 <대답은 필요없어>도..
하긴, 워낙 미미여사 책은 몇 권 읽지 않았으니..;;
어찌 되었든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방범>을 읽고 나야 할 말이 더 생길 듯.
 
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다루는 오쿠다 히데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이다

공중그네, 인더풀, 걸,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면장선거.. 어느 하나 실망하면서 덮거나 웃기만 하고 남은 것 없던 책이 없다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선뜻 구입할 수 있게 된 첫 번째 작가, 오쿠다 히데오

상담도 아니고 진료도 아닌 잡담과 대화가 오가는 중에도, 이라부의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흘리는 말 속에서 환자들이 무언가를 깨닫고 스스로 문제를 짚고 해결해 나가는 건 정말 신기하다
심지어 간호사의 말에서도 깨달음을 얻을 정도이니.

하지만 외과 등 신체의 병을 고쳐주는 다른 의과와는 현저히 다른 특징을 가진 신경정신과에서는 그렇게 스스로 헤쳐가고 낫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환자들의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이라부가 등장하는 책 속에서 주인공은 이라부가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든 특정한 위치의 사람이든 그들이 놓여있는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정신적, 심리적 문제점을 가지고 (의도한 것이든 우연히 들어오게 된 것이든) 치료를 받기 위해 이라부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나아가는 과정에 들어간 것이고 스스로 낫기 위한 노력을 함으로써 해결 방안을 발견하는 모습들이 이 소설의 주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3편의 인물들이 실존하는 일본 내 유명인을 패러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매우 놀랐다

실제로 그런 인물이 있고 그 인물들에게 그런 문제점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 아닌가

허구로 생각하고 읽은 소설이 사실은 현실을 담아낸 것이라는 점이 내게는 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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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자주는 아니고 많은 분들께도 아니고 제가 많이많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가끔 가다가 다른 분들의 글에 있는 오타나 맞춤법을 말씀드릴 때가 있습니다

제 댓글을 받아주실 만큼 가까운(지극히 일방적인 생각??-_-;;) 몇 분께만 댓글을 비밀로 다는데요

제가 비밀댓글로 오타를 말씀드리면 굳이 다시 댓글다실 필요 없이 그냥 수정만 하고 넘어가주세요ㅎㅎ

괜시리 제가 너무 부끄러워서ㅡ/////ㅡ 오타가 수정되면 지우려는 편인데

글 쓰신 분의 댓글이 달려있으면 소심한 성격에 그냥 지워버리지도 못하고 볼 때마다 민망해하고 그런답니다;;

제가 굳이 '→ 수정 시 댓글 삭제 예정'이라는 사족을 달지 않아도 그냥 보고 수정만 해주세요

저 정말 부끄럽고 민망해요;;

제가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맞춤법에 도가 튼 것도 아니고 모르는 것도 많은데

소심을 무릅쓰고 성격상의 이유로 다는 거니까 수정된 것만 보면 전 만족합니다ㅎㅎ

그럼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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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7-19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마늘빵 2007-07-19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땡큐 :)

비로그인 2007-07-19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글도 오타있음 지적 좀 해줘요~ 난 내가 다 잡아내고 있어 흑흑...ㅠㅠ

푸른신기루 2007-07-19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홍수맘님// ^-----^
아프락사스님// 늘 잘 받아주셔서 저도 땡큐^-^
체셔고양이님// 제가 체셔님의 글에 너무 몰입해서 못 찾나봐요ㅋㅋ
정아무개님// 국문과는 감히 범접하기 어려워서..;;;; 모르는 것도 많고 틀리는 것도 많은데 그냥 성격상 넘기지 못해서 조심스레 댓글이나 남기는 거죠 뭐;;

Heⓔ 2007-07-20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는 너무 어려워요 orz.

푸른신기루 2007-07-21 01:18   좋아요 0 | URL
어, 돌아왔네요^-^
내가 문자 보내서 온 거구나!!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