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의 고백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
미시마 유키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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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쪽으로 갈지는 그의 심약함과 용기의 질이 결정할 문제이지, 그 부피가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어느 쪽으로 가더라도 같은 양의 용기와 같은 양의 심약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나태에 대한 일종의 시적이고도 영속적인 갈망이 필요한 것이다.-100쪽

여행 준비로 정신이 없을 때만큼 우리가 여행을 구석구석까지 완전하게 소유하는 때는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그저 이 소유를 망가뜨리는 작업이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이 여행이라는 저 완벽한 헛소동인 것이다.-113쪽

그러자 갑자기 내 안의 또 다른 목소리가, 나는 단 한 번도 죽고 싶다는 생각 따위는 진심으로 해본 적 없었다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말이 수치감의 매듭을 풀어버렸다. 말하기 괴로웠지만, 나는 이해했다. 내가 군대에서 원한 것이 죽음뿐이었다는 건 거짓이라고. 나는 군대 생활에 어떤 관능적인 기대를 품고 있었다고. 그리고 이 기대를 지속시킨 힘이라는 것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원시적인 주술에 대한 확신, 나만은 절대 죽지 않는다는 확신에 지나지 않는다고……-1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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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ia 2010-05-0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메모해야둬야겠어요! ^^

푸른신기루 2010-05-08 00:15   좋아요 0 | URL
특히 두번째와 세번째 밑줄은 매우 공감가지 않으세요??
나만 그런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