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미화경비노조원들의  파업으로 홍대 총학생회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 악명이긴 하지만...  이미 여러 대학에서 사회적 약자인 어머니,아버지뻘 미화노동자들과 연대하여 불공정한 처우에 항거하고 결실을 맺어낸 반면에 홍대총학은 외부인은 나가라며 공부에 방해되니 파업을 자제(?)하라고 한 모양이다. 심지어 파업무대에 뛰어들어 깽판까지 놨다는..   홍대총학에 대한 욕을 하긴 했지만 학생들 탓만 할일은 아닌, 생각할수록 참 착잡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하는 사건이다.

마침 트위터 전도사로 유명한 시사인의 고재열 기자가 트위터를 통해 이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전해달라는 트윗을 올렸길래 블로그에도 옮겨본다. 홍대총학의 논리를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다.  
 원문 : 고재열의 독설닷컴 http://poisontongue.sisain.co.kr/1733 

홍대 미화-경비 노조원들의 파업을 대하는 홍대 총학생회 행태가 갈수록 가관이라 한 마디 안 할 수가 없네요. 정말 찌질함의 극치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들의 행태는 ‘용역 총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역은 고용된 사측의 이익을 대변해서 노조를 탄압합니다. 
경찰은 이들이 무슨 짓을 하든지 방관하고요. 
이런 행태를 지금 홍대 총학생회가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저께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홍대 총학생회 행태가 전형적인 ‘어용노조’의 행태라고. 
상황이 벌어졌는데, 자신들은 상황을 파악하겠다고 꽁무니를 빼고
사측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여서 노동자들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말하고...

홍대 총학생회는 이런저런 변명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면이 다 보입니다. 
어떤 통밥을 굴리고 있는지 머리속이 훤히 보입니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납니다. 
지금부터 저렇게 기회주의적으로 살면 앞으로 어떨지...
정말 한숨이 납니다.   
 
홍대총학생회는 미화-경비 노조를 돕지 않는 이유로 
크게 세 가지 핑계를 대고 있습니다. 
혹시나 그럴듯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어용노조가 활용하는 전형적인 핑계입니다.  


하나는 외부세력을 끌어들였다는 것입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논리입니다. 


미화-경비 노조원들은 공공노조라는 산별노조에 속해 있습니다. 
산별노조는 법적 교섭 당사자입니다. 
외부세력이 아닙니다. 엄연한 법적 주체입니다. 

학생들은 공공노조를 외부세력이라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노조에 대해서 모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총학생회는 이를 알고 있겠죠. 
그런데 되지도 않는 이런 논리를 계속 밀어붙이는 것은 핑계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외부세력이 나가면 자기들이 돕겠다고 합니다. 
누가 그 말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이들은 지금 돕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훼방을 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믿고 나가라고요?
엄연한 법적 주체가?

그리고 지금 홍대는 노조원 대다수가 해고된 최악의 상황입니다. 
이들은 절대 약자입니다.
이들을 외로이 고립시키면 뻔뻔한 재단이 어떻게 나올지 안봐도 DVD 아닐가요? 


두 번째 ‘최저임금’ 부분입니다. 
홍대 총학생회는 미화-경비 노조원들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지 않은데 공공노조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부분은 디테일하게 아직 비교해 보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총학생회가 학교 측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따라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규정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최저임금을 받느냐 못받느냐를 달리 해석할 수 있는데, 
맹목적으로 학교측 논리를 따르더군요. 
이들이 어느쪽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보는지가 단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홍대 총학생회는 이런 일 저지르면서 홍대 학생들 핑계 대는데...
빤히 보입니다. 홍대 학생들까지 욕먹게 만들면 안 되죠. 
학교 좋은 일 시켜 주는 것 빤히 아는데...
학생들을 위해서라고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고... 

 
세 번째 학습권 침해 부분입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어서 자신들이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논리로 총학생회는 노조원들의 집회장에 난입해 행패를 부리기도 했습니다. 

노조의 파업에는 반드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합니다. 
한국만 그런 것이 아니라 미국도 발생하고 유럽도 발생합니다. 
한국을 제외한 선진국들은 그 비용이 미래에 치러야 할 갈등비용보다 더 적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기꺼이 감수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노조가 사측과 교섭할 때 쓸 수 있는 유일한 카드이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학습권 운운하는데...
홍대에는 축제 안합니까?
축제 때 모든 학생들이 전부 놀기만 합니까? 
제가 알기로는 축제기간 아닐 때도 운동장에서 행사 많이 합니다. 
앰프 열라 크게 해서 그 앞 건물에서도 들리게 합니다. 

그런 니나노는 들어도 공부에 방해 안 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정당한 요구는 방해 전파가 되나요?
게다가 지금은 방학기간입니다. 
그럼 학생들 다 집에 간 자정 이후에만 집회 할까요?
학생들의 '학습권'이 소중한만큼 그들의 '생존권'도 소중합니다. 

그리고 학습권 운운하려면...
마지노선을 들고 와서, 
'이차저차해서 이런 저런 것만 피해주셨으면 합니다' 
정도로 양해를 구해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학습권을 빌미로 
노조원들에게 마치 투명인간처럼 행동하라고 하는 행태를 보니...

상식이 있는 총학생회라면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게 해서 학생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지요. 
연세대에서 성신여대에서 고려대에서 덕성여대에서 동덕여대에서 한양대에서 동국대에서... 홍익대를 제외한 모든 대학에서 그렇게 했습니다. 
오직 홍익대 총학생회만이 이들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습니다. 
그런데 홍대 총학생회는 금도를 넘었습니다. 
방관하는 것을 넘어서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참담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총학이 노조를 도와 홍대출신이 반기업성향으로 인식되면 취업에 불리하기때문에 그런다는 말도 있고 학교측에서 파업노동자를 도운 학생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불이익을 언급했다는 말도 있다.  

소문의 어디까지 진실인지는 모르겠다만 아무튼 자기만 괜찮으면 된다고 약자를 외면하는 사람은, 본의와는 다르게 어떤 조직에서도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다. 기업을 포함한 모든 조직이란 협동과 조화로 굴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업의 인사권자라면 협력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나는 '사회적 미숙아'라는 색안경을 쓰고 저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일부러 홍대학생 전체 또는 20대 전체로 일반화하지는 않겠지만,  색안경이란 예외를 쉽게 만들지 않는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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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종결자라는 알라딘의 이벤트가 있다.   (http://aladin.kr/e/l101222_mobile_event)

1등 상품 아이패드로 걸어 놓고 모바일 구매왕에게 주는 행사인데 매일 실적집계순위를 보여줌으로써 고객들이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이벤트다. 

처음엔 괜찮은 경품에 눈이 갔는데 진행방식을 보고는 관둬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고객입장에서 최악에 가까운 방식의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자본주의적이란 비판은 하지 않겠다. 내가 뭐 경품에 초연한 사람도 아니고 주면 감사히 받는 그저 그런 인간이니까.  그래도 두 가지 정도는 지적하고 싶다.

우선, 구매왕이 되도록 경쟁하게 만든 체계. 뭐, 다들 하게 책이 필요하면 사고 필요없으면 안사고 하면 좋은데, 사실 그렇게 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고가의 경품을 최다구매순으로 주는데다가  매일 실적을 집계발표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구매 경쟁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거 예전에 비슷한 거(질문에 답변을 달고 포인트를 쌓는 경쟁) 해봤는데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다. 즉, 이벤트 참여가 고객의 스트레스를 야기할 수 있는 별로 바람직 하지 않은 방식이라는거다.  매출이 올라가면 알라딘은 좋겠지만 상위권의 구매실적이 어느수준을 넘어서면 사실 다른 사람들은 이벤트 참여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아예 포기한다. 때문에 구매 유인효과조차 중간에 사라진다. 극단적으로는 1등을 다투는 한 두 명만 이벤트의 의미있는(?) 참여자가 될수도 있다는 이야기.

둘째, 경품의 부적절성. 요새 인기있는 아이패드 경품 내놓은데가 어디 한 둘이겠냐마는, 스마트 기기 체험 이벤트에서 스마트기기를 경품으로 주다니... 뭐 받아서 두 개 되면 하나 팔아치우면 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이유때문에 이벤트가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도 생긴다. 1등되면 아이패드 팔아서 과다한 지출을 회복하면 되니까.(물론 치킨게임의 패자는 피박이겠지만)  역시 아름다운 결과는 아니다. 

 결론적으로 스트레스 견뎌가며 다른 고객과 경쟁할 준비가 안되었거나, 단체대량구매같은 걸 할 위치의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관심을 끊는게 좋을 이벤트라는 것. 모바일이나 태블릿PC등을 통한 알리딘 체험을 확산시키는게 목적이었다면 다른 방식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면 모바일로만 검색되거나 체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상품을 판다던가 그런...  뭐, 적절한 이벤트 내용이 전혀 없는건 아니다. 체험 후기만 써도 추첨으로 적립금을 준다니까 그에 대해선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나도 체험 후기를 썼다.)

 

이상은 (당연히)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고, 또 보통 이벤트라는 것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진행하는 것이니만큼  나의 생각이 단순하고 편견에 찬 의견일수도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고객이 전문가적 판단을 해야할 의무는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내 의견은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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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공감 백배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1-01-06 19:28 
    원글에 공감 백배    구매왕 이벤트는 최악이다.   본인, 추리소설 구매왕 이벤트에 찍접 거려 보았고 ( 1등이 50만원이었던가? 그러나 이벤트 시작할 무렵에 신간은 이미 많이 사둔 터.. 무슨 단체구매를 하는지, 한달에 추리소설에만 기십만원 쓰는 나는 쨉도 안 됨.)   알라딘 상품권 구매왕 이벤트도 있었더랬다. 알라딘 상품권 내역 보면 이 당시 거의 60만원 넘게 질렀다. ( 돈
 
 
잘잘라 2011-01-06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매왕 이벤트.. 이렇게 대놓고 속보이는 뻔뻔한 이벤트,를 알라딘이..!!!??? 알라딘 흥!흥!흥!!!

귀를기울이면 2011-01-07 08:2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이래저래 이벤트같지 않은 이벤트라는 생각이 드네요. 진짜 저게 최선이었는지...

승주나무 2011-01-07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본주의에도 있고 저널리즘에도 있는 이것의 공통점은 "경마"인 것 같습니다. "경마"는 악마의 유혹입니다. 알라딘은 악마의 유혹에서 수년째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알라딘 하면 "구매왕"이 떠오르고, 그 옆에 괄호로 (악마에게 혼을 팔린 알라딘)이라고 써넣습니다.

알라딘이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로운 무기를 갖출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를기울이면 2011-01-07 08:30   좋아요 0 | URL
전 자신이 없어서 약간 돌려 썼는데 진짜 문제가 뭔지를 짧은 글 속에서도 드러내 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2011-01-07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8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약사의 임상실험 뒤에는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고약하게도 하나님의 아들 '예수'의 생일을 축하하는날 '신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글제목이라니...  핑계를 대자면 그건 아침부터 세상의 부당함을 고발하는 글을 읽었기 때문이다. (트랙백)  오늘 출근을 해서 그런건 아니다....

'콘스탄틴 가드너'가 제약회사의 음모에 관한 이야기라는 건 이번에 알았지만 이와 비슷하게 기업들의 음모를 다룬 이야기(영화)들은 몇 개 알고 있었다. 광물자원에 관한 이야기인 '블러드 다이아몬드'나, 담배에 관한 이야기인 '인사이더', 환경문제에 관한 '에린 브로코비치' 등등.. 영화라고는 하지만 모두 실화이거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그 무게를 가볍게 볼 수 없고 위키리크스의 폭로로 밝혀진 제약회사의 경우는 공공연한 것이기도 하다.

제약회사의 실험대상으로 사용되고 폐기되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티의 지진으로 수많은 아이들이 살아있다는게 뭔지 깨닫기도 전에 죽어나가는 것을 보며, 끊이지 않는 비참함에 빠진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며  내 자식이 신의 선물이자 잠시 부모에게 맡겨놓은 귀한 생명이라는 말씀이 공허하게 여겨졌다.  허무하게 죽어나간 저 아이들은 내 아이와 무엇이 다른가? 그때 신은 어디계셨나? 혹시 그들의 그런 운명이 신의 뜻이라면 과연 귀중한 한 생명을 이용해서 드러내야했던 그 고귀한 뜻은 무엇이었나? 

전부는 아니지만 인간 탐욕의 결과를 신에게 뒤집어 씌우는 건 어쩌면 부당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죽은 그 아이들은 질문할 권리가 있다. '나의 존재 목적은 무엇이었나'라고 말이다. 쓰다보니 이런 질문도 공허하다는 생각이 든다. 크리스마스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예수를 기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작해봐야 선물, 교통체증, 모텔, 데이트, 싼타  이런 이야기만 난무하니 말이다. 신과 인간은 이미 서로를 잊었는지도 모른다.  될대로 되라... 뭐 이런.. 

당장 초등학생들 밥먹이는 일조차 한 사람의 정치적 야망때문에 흔들리는 나라에서 과분한(?) 걱정아닌가 싶다.  하늘에서 이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  

"너나 잘 하세요!" 

 누가 '가난은 불편한것일 뿐이다'라고 했다는데, 나는 '모르는 소리'라고 응수한다. 가난은 자존감도 죽이고 친구관계도 죽이고 가족관계도 죽이고 자신의 생명도 죽일수 있는 문제다.  단지 불편한것 뿐이면 그건 가난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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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enow 2011-01-19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지 불편한 것일 뿐이면 그건 가난한 것이 아니다"
가슴에 탁 와닿던 한 마디.
그런데, 올려놓으신 e채널 '공짜밥'편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심의 제재 검토한다고 하네요. ㅡㅅㅡ^
무엇을 불편해 해야 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 같다는...

귀를기울이면 2011-01-19 21:29   좋아요 0 | URL
대체 무슨 죄목을 들이댈지 궁금해지네요. 생각이 가난한 자들같으니라구....

보나마나 겁박을 해서 앞으로의 활동을 위축시키는게 목적일테고 어느정도는 효과를 보겠지요. 막을 방법도 없구요. 그러시라고 할렵니다. 누르면 누를수록 임계점 이후의 반발력과 폭발력은 커지리라 생각하니까요. 그날이 오면...
 

선거철만 되면 부모님과 작은 언쟁이 벌어진다. 그분들의 생각은 과거의 경험과 메이저 언론사들의 프레임에 갇혀서 꼼짝도 안하는데 나는 나와 내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시포스처럼 설득을 계속 시도하니 싸울수 밖에..  아무리 조리있게 설명해도 바뀔 기미는 안보이고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아!" 

그단계까지가면 나는 설득을 중단한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 똑같다면서 왜 맨날 같은 놈, 같은 당만 찍으십니까?'  

 

며칠 전 있었던 국회의 난장판 모습과 날치기된 어처구니없는 내년도 예산 내역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 가운데서 자주 들은것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보인다. 그렇지 않은 분도 많지만 '양비론' 또는 '정치는 정치인에게'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대표적인 그 분들의 대응은 이것이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다 똑같아!" "선거 해봐야 변하는 건 없어!"  결국 우리 부모님같은 분이 늘어난 셈이다.

천사가 내려와서 정치를 해도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수는 없다. 하물며 사람이 뽑은 정치인이라면 기대치는 많이 낮아진다. 그래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스펙트럼은 미국이나 영국같은 안정된 나라보다는 훨씬 넓고, 따라서 국민의 선택이 중요한 사회다. 아무리 맘에 안들어도 '더 나은' 또는 '덜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극좌파나 아니키스트가 아니라면 자신의 성향에 대략 부합하는 정치집단 하나는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능한 야당, 분열한 야권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국민이 풀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정치수준은 국민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예산통과저지에 야당이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을까?  물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표대결로 결정나는 일에 있어서 누가 할복자살을 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국회를 피로 물들이는 극단적 생명경시 집단'이라는 비난만 더 부각되었을 것이다. 단식하고, 항의시위하면 눈이라도 깜박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위한 사람들을 주변 상권 침해한다고 고소하고, 국회의원 단식해서 쓰러지고 사퇴서 내면 국회에서 반대표 누를 사람 하나 줄어서 좋다고 할 존재들이니..  전직 대통령이 탄압에 밀려 절벽에서 몸을 던져 죽었는데도 반성은 커녕 가해자가 장례식장에 뻔뻔하게 나타나 상주가 떠든다고 고소한(백원우 의원 사건 말이다) 종족들이니 터무니 없는 짐작은 아니다.   

주요 언론사 사장은 저들의 하수인이고 이젠 '법대로'가 아니면 고소 고발을 통해 모든게 다시 무효화되는(물론 힘있고 양심없는 권력자들은 예외) 세상이다.  저들의 불법과 부도덕은 언젠가 평가를 받을것이나, 지금은 다수로 밀어붙이는 일들을 합법적으로 막을 힘이 누구에게도 없다. 결국은 제대로 된 인간들을 국회와 청와대로 보내는 일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안되면 그 다음 그다음에라도. 전부가 안되면 1명씩이라도. 

그럴려면 아무리 짜증나고 화가 나더라도 정치에 관심을 끊을수가 없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몇년 뒤엔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결국 내 아이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몇 푼 돈이 아니라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이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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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추천을 한 번만 한다는 게 아쉬워요. 빨리 메인으로 보내서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읽어줘야 하는데 말이에요.

귀를기울이면 2010-12-13 11:40   좋아요 0 | URL
한 분이라도 공감을 하신다는게 어딘데요. 추천 감사요^^ 사실 알라딘보단 다른데 가서 떠들어야 하는데...

감은빛 2010-12-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조리있게 잘 풀어주셨네요!
다만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꿈쩍도 안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업네요!

귀를기울이면 2010-12-14 08:28   좋아요 0 | URL
당연하지요. 사람이라는게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계속 알리다보면, 그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하나 둘 관심을 갖게될꺼고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되겠죠. 고정관념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결국 답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1. 국회 난장판

결식아동 급식 지원금:541억원 전액삭감
저소득층 에너지 보조금:903억원 전액삭감
사회적 일자리 창출 지원금:340억원 삭감
노인 일자리 예산:190억원 삭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예산:1,100억원 전액삭감
한시적 생계구호비:4,181억원 전액삭감
실직가정 대부사업비:3,000억원 전액삭감
저소득층 의료비 지원비:880억원 삭감
저소득층 긴급 복지비:1,000억원 삭감
기초생활자 급여예산:649억원 삭감
장애인 활동보조비 신규신청:전면 금지
장애아동 무상보육 지원금:50억원 삭감
장애인 차량지원비:116억원 전액 삭감
유아 예방접종비 예산: 400억원을 전액 삭감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증액예산 1600억원
4대강 9조


국회 난장판
글쎄, 워낙 연례행사가 된터라 TV뉴스에는 눈길도 안줬다.
국회 안에서 진정성을 가지고 저항하신 분들께는 키보드만 톡톡거리고 있는게 미안하지만 말이다.
보수 언론이 예산안의 쟁점과 내용보다는 난장판 자체만 집중보도해서
정치 무관심을 확대하는 짓을 계속하는 것도 여전하고.

아마도 예산안 처리 방식의 불법과 부도덕성 그리고 이번에 사라진 복지예산,
증가된 삽질예산에 대한 비판은 얼마안가 묻히고 말것이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돈을 쥐고 명령하는 위치에 있는 분들의 생각이 워낙 견고해서
뭔가 잘못되었어도 바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 사장들이 낙하산이기에 그렇다.

 
며칠전 트위터에서 본 글이 지금의 심정을 대변한다.

우리는 참는것이 아니다.  기다리는 것이다!
 


2. 이마트 피자, 롯데 치킨, 홈플러스 치킨피자

싸네 비싸네, 맛이 괜찮네, 누구 죽네 말이 많더라.
첫날부터 줄이 길었다는 얘기에 씁쓸하기도 하고.
논란이 분분하지만 원가구조를 볼때 롯데의 덤핑판매는 확실해 보인다.

관련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렸다.
'닭을 사는게 서민이 아니고 파는 사람이 서민이다.
 조금 있으면 너희 어머니 아버지 주머니가 텅텅 비게 될 것'

내가 보기에 이건 식민지나 다름없다.
서민의 노동력과 생산품은 헐값에 팔려나가고 대기업의 생산품을 소비할수 밖에 없는 구조.
생산한 쌀은 구경도 못한채 수탈당하고 공산품은 비싸게 사느라
늘 가난하고 굶주려야 했던 일제 식민통치하의 조선인들.

전국은 강남3구의 식민지가 된것이 아닐까? (참 이씨 일가가 사는 용산구도 포함해야겠다)

뭐, 기존 대형치킨체인점이 폭리를 취했다는 주장도 있고 대형마트가 생긴지가 얼만데
지금 치킨 하나로 호들갑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치킨 덕에 내 신분과 처지를 새삼 깨달아서 그런다고 쳐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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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2-10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번은 정말 할 말이 없구요. 기다리다가 죽을 것 같은 생각도 슬며시 들구요.

2번의 경우, 소위 동네 치킨 가게 다 죽여 놓고, 가격 담합해서 잔뜩 올려 놓은 프렌차이즈 치킨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기에, 늘 하던대로, 보이는대로 거대기업 vs. 골목상권, 서민 다 죽이네 프레임은 이야기하긴 쉽지만, 딱히 공감은 안 가더군요.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6:43   좋아요 0 | URL
치킨문제는 하이드님같은 의견도 많더라구요. B모사의 자업자득이라는.. 전 별로 치킨에 관심이 없어서 업황자체는 잘 몰랐거든요.-.-; 그냥 치킨을 계기로 대형마트의 문제를 다시 떠올려본거죠. 제가 회사원이라 그런지 이런 문제 해결을 기업에 맡기는건 아니라고 보고 있어요. 그들은 그냥 돈만보고 달리는 경주마니까요. 그걸 제어할 제도가 필요한데.... 역시 '기다려야지' 싶습니다.

감은빛 2010-12-10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 저도 복지 예산 삭감에 대한 페이퍼를 올렸는데, 여기서도 보게 되는군요.
지난 주말에 '4대강 예산 저지 범국민대회' 를 했고,
여의도에서 며칠째 농성하고 있었는데,
이 모든 걸 다 비웃기라도 하듯이 버젓이 통과시켰네요.

저도 2번은 하이드님과 조금 비슷한 생각입니다.
롯데마트 치킨 5천원이 결코 싼 값이 아니란 생각입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7:10   좋아요 0 | URL
치킨때문에 롯데마트에 몇시간씩 대기 줄이 생겼다는게 다 이유가 있었군요. 기존 치킨업계의 카르텔...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7:14   좋아요 0 | URL
그나저나 이 정권은 항의 시위나 농성같은건 안먹히는 것 같아요. 양식과 양심이 있어야 거기에 호소하는데 양식도 양심도 없어보이니...

2010-12-10 1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1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0-12-10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가다 저도 답답해서 한 마디 남깁니다.
1번 문제에 대해서는 참 이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싶습니다. H당 모 의원은 TV토론에 나와서 "기초수급자가 줄어 금액이 줄어들면 좋은 거 아니냐?" 이런 개드립이나 치고 있고..

2번은 글쎄요. L마트에 네티즌들이 우호적일 것은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줄은..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기업이 대자본으로 저렇게까지 해야하나 싶습니다. 막말로 B사가 이번 일로 망한다 해도(망하지도 않겠지만), 부서지는 것은 B사 경영층이 아니라, 거기에 가진 돈 모두 털어넣은 개별 점주들일텐데요..(그리고 L마트는 저번에 미국산 쇠고기 판다고 나섰을 때부터 비호감인지라..)

귀를기울이면 2010-12-10 23:10   좋아요 0 | URL
저도 예상외긴해요. 롯데가 유달리 돈 밝히는 기업으로 찍힌줄 알고 있었거든요. 부동산 투기등 질이 나쁜 돈벌이를 많이 해서 말이지요. 대형마트는 뭐 치킨문제뿐 아니라 최근에 SSM문제도 있고 나아가서 로컬푸드나 생협 얘기도 연결될것 같고 제대로 썰을 풀자면 너무 길어져서... 암튼 위에 썼듯이 큰 적자가 나는게 아닌한 대기업 스스로 자제하기는 쉽지 않을꺼고 결국 법이 바뀌어야겠죠.

귀를기울이면 2010-12-15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월 13일 롯데마트에서 통큰치킨을 15일까지만 판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여론에 밀린것인지 예상과는 달리 금방 그만두었네요. 이번에 새삼 알게되었는데 시장 치킨 7~8천원이면 사겠더군요. 그러니까 원래부터 마트 갈 기름값과 시간이면 거의 롯데치킨과 동일가치로 치킨 구입이 가능했던겁니다.(마트와 시장의 신뢰도는 편차가 크므로 측정불가 비교불가) 대기업이 대량으로 판매하면 당연히 더 쌉니다. 하지만 그게 결국 식민지 경제를 만들꺼라는 결론은 바뀌지를 않네요.

다들 직장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전 십수년전부터 눈길주던 창업 업종들이 대기업만 할수 있게 구조가 변하는걸 목도해 왔습니다. 서점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