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만 되면 부모님과 작은 언쟁이 벌어진다. 그분들의 생각은 과거의 경험과 메이저 언론사들의 프레임에 갇혀서 꼼짝도 안하는데 나는 나와 내 자식들의 미래가 걱정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시포스처럼 설득을 계속 시도하니 싸울수 밖에..  아무리 조리있게 설명해도 바뀔 기미는 안보이고 결국 돌아오는 대답은 ... "정치하는 놈들은 다 똑같아!" 

그단계까지가면 나는 설득을 중단한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다 똑같다면서 왜 맨날 같은 놈, 같은 당만 찍으십니까?'  

 

며칠 전 있었던 국회의 난장판 모습과 날치기된 어처구니없는 내년도 예산 내역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하고 열변을 토해내고 있다. 나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그 가운데서 자주 들은것 같은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보인다. 그렇지 않은 분도 많지만 '양비론' 또는 '정치는 정치인에게'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대표적인 그 분들의 대응은 이것이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다 똑같아!" "선거 해봐야 변하는 건 없어!"  결국 우리 부모님같은 분이 늘어난 셈이다.

천사가 내려와서 정치를 해도 모든 국민을 만족시킬수는 없다. 하물며 사람이 뽑은 정치인이라면 기대치는 많이 낮아진다. 그래도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스펙트럼은 미국이나 영국같은 안정된 나라보다는 훨씬 넓고, 따라서 국민의 선택이 중요한 사회다. 아무리 맘에 안들어도 '더 나은' 또는 '덜 나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극좌파나 아니키스트가 아니라면 자신의 성향에 대략 부합하는 정치집단 하나는 고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무능한 야당, 분열한 야권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운 모습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도 결국 국민이 풀어야 할 몫이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정치수준은 국민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예산통과저지에 야당이 더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을까?  물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표대결로 결정나는 일에 있어서 누가 할복자살을 했어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국회를 피로 물들이는 극단적 생명경시 집단'이라는 비난만 더 부각되었을 것이다. 단식하고, 항의시위하면 눈이라도 깜박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위한 사람들을 주변 상권 침해한다고 고소하고, 국회의원 단식해서 쓰러지고 사퇴서 내면 국회에서 반대표 누를 사람 하나 줄어서 좋다고 할 존재들이니..  전직 대통령이 탄압에 밀려 절벽에서 몸을 던져 죽었는데도 반성은 커녕 가해자가 장례식장에 뻔뻔하게 나타나 상주가 떠든다고 고소한(백원우 의원 사건 말이다) 종족들이니 터무니 없는 짐작은 아니다.   

주요 언론사 사장은 저들의 하수인이고 이젠 '법대로'가 아니면 고소 고발을 통해 모든게 다시 무효화되는(물론 힘있고 양심없는 권력자들은 예외) 세상이다.  저들의 불법과 부도덕은 언젠가 평가를 받을것이나, 지금은 다수로 밀어붙이는 일들을 합법적으로 막을 힘이 누구에게도 없다. 결국은 제대로 된 인간들을 국회와 청와대로 보내는 일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 안되면 그 다음 그다음에라도. 전부가 안되면 1명씩이라도. 

그럴려면 아무리 짜증나고 화가 나더라도 정치에 관심을 끊을수가 없다.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의사의 진단을 몇년 뒤엔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결국 내 아이에게 물려줄 가장 큰 유산은 몇 푼 돈이 아니라 '살만한 세상'이라는 것이기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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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0-12-1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럴 때 추천을 한 번만 한다는 게 아쉬워요. 빨리 메인으로 보내서 더 많은 분들이 같이 읽어줘야 하는데 말이에요.

귀를기울이면 2010-12-13 11:40   좋아요 0 | URL
한 분이라도 공감을 하신다는게 어딘데요. 추천 감사요^^ 사실 알라딘보단 다른데 가서 떠들어야 하는데...

감은빛 2010-12-13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이렇게 조리있게 잘 풀어주셨네요!
다만 아무리 이렇게 얘기해도 꿈쩍도 안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업네요!

귀를기울이면 2010-12-14 08:28   좋아요 0 | URL
당연하지요. 사람이라는게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계속 알리다보면, 그런 노력들이 쌓이다보면 하나 둘 관심을 갖게될꺼고 그 중 일부는 자신의 생각에 의문을 품게되겠죠. 고정관념을 맹신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면 결국 답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