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워하면 지는 거라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저자 김화영은 알베르 카뮈 전집, 장 그르니에의 <섬>, 플로베르의 <마담 보봐리>, <카뮈, 그르니에 서한집 1932~1960> 등 90여권의 번역서가 있는 전문 번역가이자 고려대학교 불문학과에서 30여년 동안  교수로 재직한 불문학자이다. 이제는 현직에서 은퇴하여 자신의 서투르고 달뜬 청춘과 풋풋한 신혼을 보냈던 엑상프로방스에 곱게 나이 든 아내의 손을 잡고 다시 돌아가 그의 일생을 동행했던 카뮈, 마르셀 프루스트, 장 지오노의 흔적을 더듬는다. 그 나라의 언어를 평생 연구하고 공부하고 그 언어와 사람들의 정서로 빚어진 아름다운 문학 세계를 탐사한 이방인이 자신의 기억과 사랑과 동행과 함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하는 것들은 영롱하고 눈부시다. 누구나 엑상프로방스에 갈 수는 있겠지만 저자가 느끼는 그 깊이 있는 즐거움과 관조는 요원해 보이면서 불현듯 질투가 인다.

 

 

 

 

이 책은 김화영이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갓 귀국한 겁 없는 천둥벌거숭이였을 때 처음으로 낸 저서라고 고백한다.  역시 프로방스에 대한 이야기. 카뮈의 무덤 근처에서 우연히 만난 소년이 한 아름 안고 있었던 금빛 수선화를 받아들었던 여기에서의 기억은 사십 년을 훌쩍 넘어 은퇴한 노신사가 된 김화영에게 <여름의 묘약>에서 다시 돌아온다. "지금 당장, 여기서, 행복한 사람, 가득하게, 에누리 없이 시새우며 행복한 사람의 땅이었던 프로방스는 그래서 청년에게 낯설게 물러났던 프로방스는 삶의 굴곡을 겪고 그 지방의 언어와 문학에 침잠했던 노년의 사내를 이제는 라벤더, 타임, 로즈메리 향기로 따사롭게 안아준다. <행복의 충격>과 <여름의 묘약>은 시간의 풍화 앞에서 화자와 대상이 어떻게 변전하는 지에 대한 흥미로운 여정의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더 늙어지기 전에 나도 프로방스에 갈 수 있을까? 카뮈와 장 그르니에와 장 지오노를, 조르주 상드를 깊이 알지 못하고 불어도 프랑스의 지리적 위치에도 문외한이지만 그래서 저자가 프로방스에 작가들의 흔적에 느끼는 그 절절한 감정의 깊이에 온전히 가 닿을 수는 없겠지만, 고작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두 권 읽었지만, 나도 햇빛이 나비처럼 내려앉아 머물러 있는 그 풍경 속에서 고개를 까닥이며 스리슬쩍 낮잠에 빠지고 싶다. 저자가 이야기한 살바도르 달리의 '열쇠를 가진 잠'. 큼직한 열쇠를 쥐고 안락의자에 앉아 빠져드는 낮잠은 반드시 열쇠가 떨어져 바닥에 닿는 소리에 깰 것이므로 기분나쁘게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 있단다. 그런 잠. 그런 곳. 그런 느낌. 꿈꾸는 것만으로도 나비 한 마리가 파닥거리며 가슴 속에 들어오는 느낌. 여기에서 바라보는, 꿈꾸는 저기는 항상 그렇듯 실제보다 훨씬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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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23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7-24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3-07-24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꾸는 저기가 훨씬 아름다울 것이라는 글귀 따라 간절히 꿈꾸기 위해 두권의 책 담아가요. 블랑카님, 이곳은 연일 폭염이에요. 너무 깊이 빠지지않는 달콤한 잠에 들고싶은 날들입니다. ^^

blanca 2013-07-24 13:4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서울은 연일 비가 쏟아지고 남부는 폭염이고. 습도가 어마어마해서 빨래가 고민이에요.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온몸이 끈적이고. 아, 청량하고 시원한 가을이 너무너무 기다려져요. 이 책들 읽으니 진짜 누가 프로방스 가는 가방에 절 좀 넣어갔으면 ㅋㅋ 싶더라고요. 같이 읽으면 너무너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한참 격차를 두고 읽으니 내용이 잘 기억이 안 나서요.

감은빛 2013-07-24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 쏟아지는 비에 빨래를 할 수가 없네요.
신발이 두 개나 흠뻑 젖었는데, 빨지 못해서 아침마다 신발 젖을까봐 걱정입니다.

북아프리카나 남부 유럽은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예요.
실제로 가보기는 쉽지 않을테니 책으로 대리 만족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네요.

blanca 2013-07-25 07:19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가보지 않은 나라들이 너무 많아서 그곳들을 갈 기회가 있을지... 또 기회가 언제 올지 궁금해요. 사실 우리나라도 남해도 아직 가보지 못해서요. 숨은 비경들이 많더라고요. 건강하고 젊을 때는 돈과 시간이 허락치 않고 나이들어서는 기력이 따라주지 못해 여행을 못한다는 사실이 참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