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택의 재검토 - 최상을 꿈꾸던 일은 어떻게 최악이 되었는가
말콤 글래드웰 지음, 이영래 옮김 / 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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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전쟁은 생명의 가치와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그 어떤 명분을 붙여도 그렇다.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가장 좋은 건 전쟁 자체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고 차선은 최대한 그런 희생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전을 목도하고 있는 현실에 말콤 글래드웰의 승리했지만 통계로도 잡히지 않을 만큼 많은 민간인을 죽게 했던 1945년 미국의 도쿄 대공습에 관련한 의사 결정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일은 도발적이다. 전쟁 수행 방법에 대한 이견을 보인 두 지휘관 헤이우드 핸셀과 커터스 르메이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은 우리가 내리는 올바른 선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한다. 


<어떤 선택의 재검토>는 부조리하지만 불가피한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일본의 항복을 이끌어낸 미국의 일본 공격에 대한 이야기는 원폭 투하를 제외하고는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 모두 일본의 종전 선언을 이끌어낸 것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원자폭탄을 떠올리지만 일본의 패망은 이미 그 이전 반년에 걸쳐 67곳의 일본 도시에 이루어진 소이탄 폭격으로 인한 여파의 누적으로 점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두 지휘관이 있었다. 헨셀과 르메이. 이 둘의 대조적인 선택과 결말은 드라마틱하다. 이것은 "전쟁 수행방법에 대한 도덕적 논거 발견"에 대한 논란을 촉발한다. <돈키호테>를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꼽았던 로맨틱 가이 헨셀은 폭격기 마피아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인명 살상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기기 위하여 수많은 민간인들이 함께 희생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조준 시설에 정확하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폭격조준기를 장착한 폭격대로 전쟁을 수행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바람, 거리, 기압 등 모든 여건이 그것의 효율에 기여하지 못함으로써 실패하고 결국 가장 빠르고 저돌적으로 전쟁을 수행함으로써 적을 패배케 하는 승자로 남게 되는 르메이에게 밀려난다. 르메이는 헨셀이 가졌던 이상주의와 꿈을 방기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게 하고 목재 가옥들을 불태워버릴 수 있는 소이탄을 동경에 퍼부음으로써 승리를 거머쥔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다. 적을 가장 효과적으로 궤멸시켰다. 어쩌면 기대한 것보다 더 큰 무공을 세움으로써 전쟁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반면 실패한 이상주의자로 남은 헨셀은 적을 덜 죽임으로써 패자로 남았다. 말콤 글래드웰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 


양심과 의지를 적용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일련의 도덕적 문제가 있다. 그것들은 대단히 어려운 종류의 문제이다. 반면 인간의 도덕성을 적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도 있다. 폭격기 마피아의 천재성은 그 차이를 이해한 것이다. "군사적 목적을 위해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태워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보다 나은 일을 할 수 있다. " 그들이 옳았다.


승리한 전쟁의 불온한 지점을 지적한 이야기는 우리가 인생에서 내리는 수많은 선택에 대해서도 어떤 의심을 가능케 한다. 우리가 얻었다고 생각한 것들에서 과연 놓친 가치는 없을까. 그리고 그것은 부수적이고 사소한 것이었을까.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가지고 가야 할 가치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가 결국 져도 끝까지 사수하게 되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유의미한 자문을 가능하게 하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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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4-29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고한 민간인은 없다˝ 커티스 르메이의 유명한 말이죠.
최상의 선택이 항상 옳은 건 아니지만 이 문제를 전쟁에서는 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저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잘 읽었습니다.

blanca 2022-04-29 19:16   좋아요 1 | URL
전쟁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는 건 쉬운데 전쟁의 그 불가피성을 인정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건 정말 대단히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전장에 나가는 지휘관의 결정은 어떤 형태로든 비난받고 비판받을 여지가 있어서 작가가 정말 다각적으로 검토한게 느껴지더라고요.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cott 2022-05-04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전의 말콤 작가가 다루었던 주제가 아닌 [전쟁]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발발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 ^^

blanca 2022-05-08 08:24   좋아요 1 | URL
저도 생각보다 너무 좋아 깜놀요. 말콤 글래드웰 책을 어느 순간부터 안 읽게 됐는데 역시 이 사람은 탁월한 저술가구나 싶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