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커포티는 대단히 복합적인 인물이다. 유명인들과 밤새 파티를 즐겼던 사생활면뿐 아니라 작품측면에서도 그렇다. 이를테면 자신의 유년이 강력하게 투영된 <풀잎하프> 같은 작품은 동화적이고 아름다운 반면 일가족 살인마를 직접 밀접한 거리에서 취재하고 쓴 <인 콜드 블러드> 같은 르포르타쥬 성격의 작품은 사실적인 문장들이 섬뜩할 정도이다. 인간은 누구나 쉽게 드러내기 힘든 욕망과 타인에 대한 적의, 대의와 이상에 헌신하고자 하는 선의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작가에게서는 그러한 측면이 유달리 더 대조적으로 드러난 것 같다. 그는 친구들과 이웃의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동했던 순수한 소년의 마음과 사회의 통념, 경직된 판단의 도덕률에 대한 적대와 증오를 자신의 작품 안에서 그만의 탁월한 기교로 화해시켰다. 


















트루먼 커포티가 마릴린 먼로와 친했었다는 사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공유한 둘은 유년기의 단짝 친구들처럼 교감했다. 실제 그는 한 노배우의 장례식장에 마릴린 먼로와 함께 참석하고 보낸 시간을 <Beautiful Child>에 생생하게 그려냈다. 선글라스와 스카프로 무장한 마릴린 먼로가 립스틱을 바르며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넔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에 대한 재미있는 묘사와 마릴린 먼로가 독설가인 트루먼 커포티가 마릴린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지를 포기하지 않고 집요하게 묻는 모습은 대중에게 비춰진 그녀의 모습과는 또 다른 사랑스러움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트루먼 커포티는 이 이야기의 말미에서 아름다운 해변의 일몰과 먼로가 그 풍경 속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을 마치 그녀의 슬픈 최후를 암시하듯  처연하게 그려낸다. 끝까지 먼로는 커포티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해 볼 것을 요구한다. 그는 사람들이 "마릴린 먼로 어때? 걔 어떤 애야?"라고 묻는다면


"정말 아름다운 아이야. "라고 대답할 것이라고 맺는다. 이미 다 커버린 그녀를 아이라고 호칭한 커포티의 마음이 제대로 된 집이란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그녀의 모습과 겹치며 아릿하다. 둘은 많은 상처를 품은 유년을 공유한 채 대중과 세상의 주목과 가차없는 비판의 목소리에 노출되는 고통의 지점에서 만났다. 상처를 보듬어 줄 부모가 부재했던 유년을 커포티는 자신만의 방식인 글쓰기로 마릴린에게도 자신에게도 치유해주는 체험을 보여준다. 너는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얘기하고 싶었던 또한 그러한 얘기를 듣고 싶었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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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3-11 16: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아이란 게 다 커도 쓰이긴 하더군요.
같은 동년배나 후배를 3인칭으로 지칭할 때도 쓰게 되더라구요.ㅎㅎ
커포티와 먼로가 가까운 사이였군요.
이 사람의 책도 읽어주긴 해야할 텐데 손때나 묻혀 볼지 모르겠습니다.ㅠ

blanca 2020-03-12 08:58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님 얘기 들으니 우리말도 그런 표현을 종종 쓰네요. 맞아요. ^^ 언젠가 인연이 있겠죠. 책도 작가도 인연과 때가 있어야 만나게 되더라고요.

유부만두 2020-03-20 0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트루먼 카포티는 여기 저기에서 일화로 자주 접했는데요, 아직 읽진 못했어요.

blanca 2020-03-23 12:18   좋아요 1 | URL
언제 기회 되면 <풀잎 하프>부터 시작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