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죽는 꿈을 꿨다. 정확히 말하면 죽기 직전 무언가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유언을 남기고 평화롭게 눈을 감으려는데 너무 무섭고 도망치고 싶어하다 깼다. 실제 죽음은 더 아프고 더 두렵고 그 불가항력적 힘에 대항도 못 하는 무기력함에 발버둥치겠지 싶어 일어나고서도 한동안 입맛이 썼다. 치기 어린 이십 대에는 늙고 또 늙어 생이 연장되는 게 별로 보기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얼마나 대단하고 또 쉽지 않은 일인지 깨닫는 요즘이다. 어제 동네에 앰뷸런스가 왔다. 실제 딸아이 때문에 앰뷸런스를 탄 적이 있지만 언제 봐도 우울해진다. 필립 라킨의 이야기처럼 결론적으로 앰뷸런스가 지나가지 않는 길도 삶도 없다.
죽음에 대한 묘사가 가장 와닿았던 책은 의외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많은 죽음이 나오지만 특히나 톨스토이 자신이 투영된 레빈의 형의 죽음의 과정에 대한 묘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실적이다. 문장 틈새로 숨이 막히는 긴장, 고통, 허무, 절망의 냄새가 배어 나온다. 톨스토이는 생전에 모든 영광, 영화를 누린 작가이지만 말년에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했다. 특히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죽음학, 의학에서 거의 필독서가 되었다. 세상은 죽어가는 당사자를 이미 사물처럼 취급하며 자신들 만의 욕망과 생을 활발하게 이어나가는 데에서 그 비정한 생의 관성, 이기심이 드러난다. 내가 눈을 감아버리면 내 안의 세계는 막을 내리지만 내 바깥의 세상은 완강하게 버티고 일말의 타격도 없이 여전히 돌아갈 것이다. 아니, 때로는 그냥 이 세계라는 것이 '나'라는 허상과 함께 태어났다 '나'와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 상상도 해본다.
오전에 로쟈님의 서재에서 본 이 책 안에는 답이 있을까. 아니면 더 진한 질문들과 불확실성만 확실해지는 걸지 모르지만 빨리 읽어보고 싶다. 이러고 또 책 주문할 궁리만 하고 있는 나, 참으로 앞뒤가 안 맞는구나. 가을 냄새가 나는 바람결, 여름의 막바지면 한 살을 더 먹게 되고 나는 또 젊음에서 늙음으로 죽음으로 걸어간다. 흑, 스산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