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 커피숍 아르바이트생은 몇 달 전에 처음 와서 꽤나 버벅거리며 사소한 실수도 곧잘 저지르다 그새 일을 익혀 갈 때마다 여유있는 태도로 환하게 웃으며 반겨준다. 이십 대 초반이나 되었을까? 항상 무언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듯 손님들과 이런 저런 일상사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하는 그녀를 볼 때마다 특유의 그 생기가 전염되는 것 같아 덩달아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다. 난 그 나이 때 그런 생기를, 그런 친절을 사람들에게 베풀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녀의 커피는 그래서 특별하다. 찰스 부코스키가 우체국의 젊은 예쁜 여직원을 보려 실없이 그 우체국 갈 일을 만드는 이야기와는 다른 차원이지만...
해리포터를 읽고 있다. 5학년 딸아이에게 독서를 강요하기 보다는 엄마가 먼저 읽는 모습을 보여주며 같이 얘기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지만 현실은 음, 내가 1권을 잡고 있으니 아이가 시작도 못하고 있다는 반전. 해리 포터의 판타지 세계에 몰입하기엔 내가 너무 나이들어 버렸지만 이따금 잠자고 있던 동심이 깨어나 흠뻑 빠질 때에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다니는 듯한 착각에 현실을 잊게 된다. 해리가 고아였고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다는 앎은 새롭다. 11살. 한국나이로는 12살 혹은 13살이었을 내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해리포터가 있었다면 조금쯤 더 수월하게 그 시기를 통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 마구잡이의 판타지가 아니라 그 또래 아이들의 교우관계, 가족들 안의 상처, 학업 스트레스, 상실 들이 군데군데 들어와 잠자던 그곳에 공명한다. 완독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는 없지만. 이제 조금 아는 척은 할 수 있겠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것들, 아쉬운 것들 투성이인 늦가을도 이제 예외없이 한 해의 말미에 묻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