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관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 시점이었다. 스릴러는 액션이 기본이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데 효과적인 3인칭 시점이 사실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콘웰은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더 적합한 일인칭 시점을 선택했다. 책 속의 주인공, 카이 스카페타가 어떤 인물인가를 알게 되면, 작가가 선택한 시점이 얼마나 적합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스카페타는 범죄 희생자들을 부검하는 검시소 대표를 맡고 있는 여의사이다. 피비린내가 나는 시체보관 냉동고가 등장하는 배경, 강간과 고문, 살해 같은 중범죄를 다루는 경찰서 환경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다. 이런 종류의 영역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전문직업을 지닌 여성이 풀어야 하는 숙제, 치루어야 하는 희생은 그 성질과 분량이 잔인하며 어마어마해서, 그에 비하면 연쇄살인범을 추적해내야 하는 과제가 오히려 김 빠지게 느껴질 정도이다.

냉정하고 지적인 분위기는 <엑스 파일>의 여의사/FBI 수사요원 스컬리와 비슷하지만,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는 저리 가라 할 만한 심적 피로감을 떠안고 일하는 어두운 주인공 스카페타 덕분에 콘웰의 이 소설은 여타의 스릴러들과 뚜렷이 구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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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1-27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일 아쉬웠던 점은 어떤 형태로든 유머가 없었다는 것. 페이소스라고 해야 하나. 암튼 좀 심심했어요. 제겐.

검둥개 2005-11-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그랬는지 읽는 동안 내내 무척 어둡고 피곤했어요. ^^ 상상 속의 장면 조명도 언제나 어둑신인 것 같고 ㅎㅎㅎ 유머가 들어가는 스릴러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

sayonara 2005-12-0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CSI소설과 에드거 상 수상작들같은 간결, 단편들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런 작품에 선뜻 손이 안가네요. 오래 전부터 계속 읽는다, 읽는다 생각만 하고 있는데.. ㅎㅎ
유머라면, '요리장이 너무 많다'같은 스타일을 좋아하시려나... 전 시트콤같은 대사들이 좋았는데... ㅎㅎㅎ

검둥개 2005-12-0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은 꽤 긴데 사건 전개와 해결 자체는 그렇게 극적이진 않아요. ^^ 이렇게 말하면 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랄까 느와르 분위기랄까 그런 게 느껴졌어요.
그 책 한 번 찾아볼께요. ^^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용할 물 (황인숙)

                    

오늘은 또 어디서
머리를 적시나
어디서 가슴을 적시고
발을 적시나
오늘은 또 어디서
온몸이 젖어
뚝 뚝 물 떨구며
돌아오나
돌아와 젖은 그림자를
바람벽에 널어놓고
말려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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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수가 갑자기 (김광규)

  바람 한 점 없이
  무더운 한낮
  대웅전 앞뜰에서 삼백년을 살아온 나무
  엄청나게 큰 보리수가 갑자기
  움찔한다
  까치 한 마리가 날아들어
  어디를 건드린 듯
  숨겨진 급소가 없다면
  벗어나야 할 삶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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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두 권의 책을 읽었다.  리뷰를 쓸 것 같지는 않으니 이렇게라도 기록을 남기고자. ^^;;;

Uncle Boris in the Yukon and Other Shaggy Dog StoriesBlack Friday

왼쪽의 책 은 삼돌이가 몇 달 전에 서점의 재고할인코너에서 내가 좋아할 것 같다고 골라다준 책인데 며칠 전에야 눈이 가서 읽었던 것이다. 저자는 동화와 청소년 대상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개도 여러 마리 부인과 함께 키웠고, <수퍼강아지>라는 강아지 훈련학교도 잠시 운영한 경력의 소유자다.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동경했으나 이루지 못한 멍멍이와의 아름다운 우정에 대한 꿈부터 시작해서 나중에 결혼하고 아내와 함께 개들을 여러 마리 키우면서 겪은 일들을 무척 재미있게 써냈다. (책 커버의 그림부터 너무 귀엽지 않나요? ^ .^)

특히 내게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아무리 개에 대해서 잘 알고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도 아무리 엄청난 사랑을 쏟아붓는 사람이라고 해도 개의 사랑을 반드시 얻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는 것. 삼돌이와 나의 극진한 보살핌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오로지 방석으로 이용하는 한편, 삼돌이 엄마에게는 키스와 포옹을 아끼지 않는 해리의 배신은 그러니까 내가 나쁜 개 소유주이거나 사랑이 부족한 인간인 탓이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제 해리에게 좀더 산책을 자주 시켜야 한다든가 애정을 쏟아야 한다든가 하는 자아반성 같은 건 그만 하고, 이 배신 때리는 털북숭이 넘을 처치한 다음, 나의 애정을 곱절로 갚아줄 사랑스런 애견을 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물론 해리를 먹겠다든가 그런 것은 아니고 ^^;;;  시어머니한테 무기한 대출하려는. (과연 될까???)

참고로, 이 책은 아마존에서 별 다섯개. 나도 주라면 별 다섯개 준다! 무척 재미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책방에 가서 이 작가가 쓴 청소년 소설도 사왔다. 그 소설엔 그림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애석했지만 이번 주말에 읽어보리라!

오른편 책은 제임스 패터슨. 주중엔 도저히 독서가 안 된다는 이유로 스릴러만 읽기로 하고, 새로운 작가에 도전한다는게 그만 실패했다. 스릴러 작가로는 나름대로 유명한 인물이라는데 <검은 월요일>은 별루 재미없었다. 방금 아마존에 가서 확인해보니까 아니나 다를까, 별 두개 반!!!  헌책 가격은 1센트부터 있구나. --.--;;;  (나는 공짜루 얻어 읽었지만 그래두 들인 시간이 아깝다...)  이것에 비하면 제프리 디버의 <스톤 멍키>와 <코핀 댄서>는 다섯배쯤 재미있었다.

오늘 전철 안에서 읽기 시작한 책은 바로 이것. 주말에 시내 헌 책방에서 사 왔다. 스카페타 시리즈의 첫 권인 듯 하길래. 지금 아마존에서 찾아보니 별이 4개. 다행이다. <검은 월요일>보다는 낫겠지? ^ .^ 처음 몇 장만 대충 읽었는데, 일인칭 시점이라는 게 인상적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저자 이름이 '옥수수 우물'이네? ㅎㅎ

Postmortem (Kay Scarpetta Mysteries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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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2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수수우물^^ㅋㅋㅋ 넘 부러워요~ 로렌스 블록 책을 읽어보세요~

2005-11-23 1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둥개 2005-11-23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콕 찝어서 한 권을 골라주세요. ^ .^ 콘월 책도 뭘 읽어야 좋을지 몰라서 한참 헤맸답니다.

속삭님 제가 악필이라. ^^;;; 진짜요? ㅇㅕ> ~~~~~~~~

마태우스 2005-11-23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원서의 분위기가 풍기는...우리말로 검시관인 스카페타의 책, 제가 읽은 거라 반갑네요

검둥개 2005-11-23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가 무척 됩니다. 근데 밤에는 무서워서 못 읽겠어요. ㅎㅎㅎ 여기선 번역본 주문하면 배송비 땜에 허리가 휘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거 아시죠? 근데 스카페타가 근데 스컬리보다 멋있나요? ^^

하이드 2005-11-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렌스 블록의 ' 8 millions way to die ' 그리고, 챈들러의 '필립 말로우 시리즈'
전 요즘 멀리서 팔코 시리즈 6불7불짜리 배송료 6불씩 주고 주문하느라 뼈골이 빠집니다요. 흑흑


panda78 2005-11-23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웰 잘 고르셨네요. ^ㅂ^ 스카페타는 좀 더 키 크고, 마르고, 깐깐하고(이건 좀 비슷한가? ^^a) 스타일 좋은 이미지랄까.. (스컬리는 사실 좀 너무 작아서..)
분홍물님의 책, 교보나 예스엔 있나 찾아봐야겠어요. 호기심이 뭉클뭉클-

blowup 2005-11-23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스카페타가 멋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아직은 잘 못 느끼겠던데. 스카페타 붐에 덩달아 시리즈 두 개 끝내고 일단 보류중임.

파란여우 2005-11-23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원서...제가 아는 원서라고는 대학입학 원서 밖에는 몰라요.
근데 앞에 강아지 그림책 무쟈하게 땡기는군요
님의 오종종한 설명이 있어서 더 그런가 봅니다.

검둥개 2005-11-23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ㅎㅎ 제가 맘 같아선 출판사를 하나 차려서 뚝딱 번역해내고 싶다니깐요. 내용도 얼마나 웃긴지 몰라요. 그리구 저자가 제가 좋아하는 토토로스런 몸매의 소유자랍니다. (속닥속닥) ^________^

namu님, 기대되는구만요. ^ .^ 리뷰 써주시죠? (스포일러는 빼고 ;)

판다님 스타일이 좋다는 말은, 스컬리는 스타일이 좀 후졌다는 의미인가요? ^^;;; 음 엑스 파일 초기에는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었죠. ㅋㅋ. 분홍물 아저씨의 책 꼭 읽어보세요. 진짜 재미있어요. ^ .^

하이드님, 배송료는 비싸도 책을 받을 때는 감격이잖아요? 그리구 배송료 6불이면 싼 거 아시죠? 미국 내 배송료도 기본이 4불이랍니다요. ^^

하이드 2005-11-25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알아요 ^^ 으, 그래도 미국 있으면 맨날 free shipping에 primium 회원도 할것 같아요! >.< 게다가 인터넷 아니라도, 서점에서 할인하는 책들 고르며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말이죠.

검둥개 2005-11-25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그 대신 산처럼 쌓이는 국내 서적 배송비를 어쩌시려구요? ^________^
 

시골 중국집 (안도현)


지나가다 허기를 자장면 냄새한테 그대로 들켜버린 건

시골 중국집 앞에서였다 우리 일행은 목단인 듯 작약인

듯 사방연속 꽃무늬 벽지로 도배한 내실로 들어갔다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여주인은 혼자서 오차도 따

르고 주문도 받고 단무지도 양파도 내왔는데, 그릇에 그

득히 담겨온 뜨끈한 자장면을 허겁지겁 먹다가 나는 어

쩌다가 자개장롱 위에 일렬횡대로 도열해 있는 술병들을

보게 되었다


인삼주 다래주 더덕주에다 그 밖에 이름도 모를 열매

로 담근 술이 예닐곱 술병마다 가득하였는데, 그 우러날

대로 우러난 슬픔 같은 게 발그스레할 대로 발그스레해

진 것을 보면서 나는 문득 싸하게 목이 메어왔는데,


그 까닭은 장롱 맞은편 벽에 넥타이를 매고 벌써 다른

데로 가기에는 누가 봐도 좀 이르다 싶게 안쓰러운 중년

남자의 흑백 영정 사진 하나가 삐뚜름히 유리 액자 속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 술을 좋아했던 것일까 생전에도 저렇게 천연

덕스런 목숨의 빛깔이 우러나온 담근 술을 물끄러미 바

라보는 일을 사랑했던 것일까 밀가루 반죽을 탕탕 치고

면발을 흔들다가 그 남자 어느날 어떻게 미련 없이 등을

보인 것일까 그 남자 생각이 툭툭 입가에서 이어지다 끊

어지다 하는 것이었다


그랬다 혼자된 어머니가 아들에게 자꾸만 담근 술을

권하던 날들은 서러웠다 나는 한번도 어머니의 남편이

되어주지 못하였고, 거 참 술이 다네 한잔만 더 해야지,

흐뭇하게 잔을 내밀지 못하였고, 모로 누워 자는 척하며

귀찮은 듯 손사래를 치기만 하던 날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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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1-2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에 선합니다.
중국집 실내 풍경.
남자 여자 구두가 나란히 한 켤레씩 있고 문이 닫겨 있어
좀 은밀해 보였던 방들......
그리고 숙제하다가 손님들에게 방을 내주고 어디론가 나가던 그집 아이들도
안쓰러웠죠.^^

검둥개 2005-11-2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예전에 남도 여행할 때 우연히 지나가던 시골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은 적이 있어요. 주인이 그 자리에서 국수를 뽑아서 만들어줬는데 얼마나 맛있었던지! 그런데 국수를 또 뽑으려면 번거롭겠다는 생각에 차마 한 그릇을 더 시키지 못했더랍니다. 두고두고 그 때 한 그릇 더 못 먹지 않은 것이 안타까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