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법의관 1 - 법의관 ㅣ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5
퍼트리샤 콘웰 지음, 유소영 옮김 / 노블하우스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 시점이었다. 스릴러는 액션이 기본이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액션을 흥미진진하게 묘사하는 데 효과적인 3인칭 시점이 사실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콘웰은 화자의 내면을 드러내는 데 더 적합한 일인칭 시점을 선택했다. 책 속의 주인공, 카이 스카페타가 어떤 인물인가를 알게 되면, 작가가 선택한 시점이 얼마나 적합했는가를 이해하게 된다.
스카페타는 범죄 희생자들을 부검하는 검시소 대표를 맡고 있는 여의사이다. 피비린내가 나는 시체보관 냉동고가 등장하는 배경, 강간과 고문, 살해 같은 중범죄를 다루는 경찰서 환경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영역이다. 이런 종류의 영역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전문직업을 지닌 여성이 풀어야 하는 숙제, 치루어야 하는 희생은 그 성질과 분량이 잔인하며 어마어마해서, 그에 비하면 연쇄살인범을 추적해내야 하는 과제가 오히려 김 빠지게 느껴질 정도이다.
냉정하고 지적인 분위기는 <엑스 파일>의 여의사/FBI 수사요원 스컬리와 비슷하지만,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는 저리 가라 할 만한 심적 피로감을 떠안고 일하는 어두운 주인공 스카페타 덕분에 콘웰의 이 소설은 여타의 스릴러들과 뚜렷이 구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