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느라고 깜빡했으나 뒤늦게 나도 새해결심이라는 것을 했다.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수다도 열심히 떨기로 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내가 재미있게 대화하거나 그나마 머리를 쓰면서 뭔가를 생각하려고 하는 곳은 이 곳 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말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아무래도 secret-oriented한 사람일까? 그리고나선 스스로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꼭꼭 간직한 그 비밀을 까먹는다. 너무 예뻐서 사놓고는 쓰지 않은 채 묵혀두는 사이 어느새 낡고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편지지처럼.

문제는 말하지 않으면 생각도 없어진다는 사실. 나는 내가 채소처럼 멍한 상태로 단순하게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때 꿈꾸었던 목표를 드디어 달성했다는 뿌듯함과 골빈 천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래서 매일 꼭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일기를 쓰는데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적절한 수화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데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맘에 쏙 드는 적당한 인물을 골랐다. 그런데도 그저께 결심을 하고 새해 첫 일기를 쓰고는 어제는 또 실패했다. 지금은 하루 걸러서 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열심히 물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최소한 이정도라도 아직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탈선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궤도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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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 2006-01-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새해에는 아무 생각없이, 또는 생각한것마저도 금방 잊어버리려고 노력하며 살지는 않아야 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그럴려면 자신에게 부끄러울때가 있더라도 속에 있는것들을 적어야 할거 같아요.

싸이런스 2006-01-0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하지 않으면 생각도 없어진다는 사실... 흥미로운 주제에요.

kleinsusun 2006-01-06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나는 내가 채소처럼 멍한 상태로 단순하게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때 꿈꾸었던 목표를 드디어 달성했다는 뿌듯함" - 저도 그 뿌듯함을 느끼고 시퍼요.생각 없이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편하게...진짜로.

검둥개 2006-01-07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leinsusun님 ㅎㅎ 그 뿌듯함을 느끼는 한 가지 방법은요, 먹는 데서 행복을 찾으시고 그 외의 일은 모두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잘 먹는 데 주력하시는 것! ^^ 해보세요!

싸이런스님, 아무 생각 없다가 막상 뭘 쓸라고 앉으면 생각이 막 술술 (비체계적이긴 하지만 ^^;;)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ㅎㅎ 내면의 생각이 먼저 있고 말이 그걸 기술하기 위해 쓰인다기보다 말을 쓰다보니까 내면의 생각이 생겨난다고나 할까요? :)

줄리님 동감이어요. 그래서 저두 알라딘을 열심히 하면서 그런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루 결심했어요. ^ .^

진주 2006-01-0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뒤늦은 새해 결심은 아니고요..전 아직도 안 했거든요^^;
그 일기 우리한테도 보여 주시는 건가요? 보고 싶은뎅...

검둥개 2006-01-13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일기를 어케 남들 다 보여주게 쓴단 말여요. ^^;;; 물론 비밀루 써야죠.
그 대신에 뻬빠두 쓰고 리뷰도 올리잖어요. 헤헤. 진주님은 새해 결심 인제 하셨어요? ;)
 

아픈 허리를 간신히 세우고 일어난 아침,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던 알라딘 소포가 왔도다. 만세! ^^

(그런데 알라딘유에스에서 주문하면 땡스투마일리지가 해당 안되나 보다.
열심히 눌렀는데 지금 보니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있다.
질문도 일주일 전쯤 했는데 아무 대답 못 받았고. ㅠ.ㅠ 에잇, 서비스가 이게 모냣!

소포를 풀고 우선 김애란의 <달려라 아비> 부터 읽기 시작했다. 

일단 표제작인 "달려라 아비"와 "편의점에 가다"를 제끼고, 그 다음 두 작품을 읽었다. 표제작은 이 책 리뷰를 하도 읽어서 이미 그 내용을 빤히 알기 때문에 마지막에 읽으려는 속셈이었고, 두번째 작품은 일전에 우연히 읽은 바 있어서 나중에 재독을 할 생각으로 제꼈다. 그렇게 해서 그 뒤의 세 단편 "스카이 콩콩",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영원한 화자"를 읽었다. 경쾌한 문장이며 유연한 전개며 흥미로운 연상이며, 책의 인상적인 표지그림처럼 나는 작가의 단편들이 강렬한 마약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백프로 상찬은 아닌데, 왜 그런지 나는 지금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세 작품 후 독서 중단. 안 그러면 취할 것 같아서!  나머지는 내일 읽으련다. 이래놓고 오늘 밤에 다 읽어버릴지도 모른다. 

가라타니 고진의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은 어렵지 않을까 하는 나의 기우에도 불구하고 겁나게 재미있게 읽는 중이다. 거의 삼십년 전인 78년에 나온 책이 이렇게 신선하게 읽히다는 게 거의 당황스러울 정도로. 물론 그 내용이 다 잘 이해된다는 뜻은 아니다. 초반에 G-W-G'가 설명 없이 떡 나와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다행히 나중에 G=화폐, W=상품, 이렇게 괄호 안에 설명이 나와서 한숨 돌렸다. 속으로는 나 옛날에 경제학 개론이랑 막스경제학 들은 거 맞어, 이렇게 뜨끔해 하면서.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 Cows, pigs, wars, and witches>. 듣기를 많이 들어서 안 읽고도 내용을 다 아는 듯 싶어 그 착각에 여지껏 안 읽어본 책이다. 삼분의 일쯤 읽었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고 무척 재미있다. 역시 출판된지 삼십년도 넘은 책!

이러저러하여 지금은 열렬히 독서 중!  :)  음, 하루가 너무 짧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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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06 14: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둥개님이 오늘 받으셨다니 한 삼일쯤 늦게 주문한 저는 다음주나 되어야 받겠군요 ㅠ_ㅠ
허리 빨리 나으셔요 토닥토닥

검둥개 2006-01-07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Kitty님 소포 빨리 오라구 제가 빌어드릴께요! ^^
허리 나으라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2006-01-07 0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1-07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stella.K > 정재호-오래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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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를 내가다가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요즘 나의 허리가 엄청나게 아프다. 움직일 때마다 쑤시고, 앉아 있어도 시리고 아프고 뻣뻣해서 그야말로 고통의 도가니. .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벌써 한 일주일은 넘은 것 같은데 전혀 진전이 없어서 은근스레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

성탄 직후에 바로 심각한 감기 몸살에 걸려서 끙끙 앓고 잃어났더니 그 여파로 바로 입이 헤어지기 시작. 지난 독립기념일에 겪었던 그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입술이며 그 주변이 두 배로 붓고 헤어져서 보기에 실로 참혹하다. 시댁에 올 때마다 아파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자,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내가 이 곳에 올 때마다 과자와 초콜렛(성탄에 선물용으로 들어오는)을 너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의심을 하신다. (초콜렛을 독차지하고 싶은 삼돌이와 초콜렛을 열심히 먹다가 배탈이 나신 시할머니는 시어머니의 가설을 적극 지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결국 나에게는 초콜렛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앓다가 앓다가 간신히 항생제를 구해서 (그 사연까지 도저히 여기다 쓸 수 없다. 끄으으) 먹었더니, 오늘 드디어 좀 나아져서 알라딘에 들어와서 이렇게 주절주절.

좀 쉰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바로 몸이 고장나는 것은 긴장이 풀리는 때문일까! 그러나 해결해야 할 자잘하고 머리 아픈 문제들은 전혀 나의 고장난 몸과 함께 쉬어주지 않는 것을. 등록금 몫으로 받은 론 처리과정이 복잡하고 문제가 많아 그걸 해결하느라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야 했다.

하여간 이 모든 드라마틱한 이벤트의 와중에서 신년을 맞느라 새해 결심 같은 것은 해보지도 못하고 새해를 맞고 말았다. 정신이 혼곤한 와중에 어제 오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올라온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간다는 시어머니에게 엉겁결에 이끌려 삼돌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원래 계획은 삼돌이와 나는 킹콩을 보고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친구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본다는 것이었는데, 두 영화의 시간이 딱 맞어떨어지지 않아서 연장자 존중의 정신에 따라 다같이 뮌헨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를 뜨는 관람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돌이와 나는 차마 나가지도 못하고 몸을 비틀며 괴로움을 속삭이는 것으로 고통을 감내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나머지 시간 동안 나는 오로지 두 가지 생각만을 했다. 첫째는 아아 얼마나 더 있어야 이 영화가 끝날 것인가, 와 두번째 지금 이 상영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나이든 유태인들이 아닐까 하는.

영화가 끝났을 때는 여섯시. 아침을 10시에 먹은 뒤 아무 것도 안 먹어서 집에 왔을 땐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았다. 중국집에서 배달된 음식을 먹는 저녁시간은 참으로 고요했다. (주린 배를 채우느라 아무도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헤진 입 때문에 모든 음식을 콩알 크기로 잘라야 입에 넣을 수 있는 나는 더욱더 열을 내며 먹었다. 그래봤자 보통 식사 시간에 보통 식사량의 반밖에 먹지 못한다는 비극.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하루였다고나 할까.  아으으,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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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0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뮌헨은 절대 피해야겠군요. -_-;;
저도 신년벽두부터 치과에서 드릴링받고 지금 심신모두 쇼크상태에요 ㅠ_ㅠ
어여 빨리 나으셨음 좋겠네요. 저도...흑흑


검둥개 2006-01-0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키티님, 이 새벽에 누구신가 했더니 ^ .^ 키티님이시로군요. 아이고 이빨치료 받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쇼크 상태에서 얼렁 회복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로드무비 2006-01-0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 입병, 빨리 나으시길.
그게 아마도 몸살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여태까지 너무 고생했다는 몸의 신호!^^

줄리 2006-01-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해에 대해서 검둥개님도 쓰셨군요. 근데 고생을 하셨군요 ㅎㅎ
아픈거 빨리 낫고 새해 우리 기분좋게 화이팅 하며 시작해봐요!!

검둥개 2006-01-0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합니다. 정말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 허리 아픈 것이랑 입 아픈 것이랑 다 무지하게 귀찮은 거 있죠? ^^

줄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

paviana 2006-01-0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난감한 상태라니요.. 허리 아프시면 누워있다가 좀만 잘못 움직이면 찌리릿 아프셔서 각을 잘 잡아서 계셔야 되겠네요. 거기다 먹는 것까지 부실하시니....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요즘 삼돌님께서 혹시 삼돌님의 본분을 잊고 마도의 길을 벗어난 행동을 하셔서 님에게 트리를 옮기게 한 것이면 적절한 대응방법을 생각하시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세요.^^

blowup 2006-01-0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 때문이라니. 하하.
그런데 항생제 처방이라니.
그 사이에 뭐가 빠져 있는 걸까, 너무 궁금해요. 사연을 공개해 주세요,

마태우스 2006-01-0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뮌헨 꼭 보고싶은 영화인데 왜 자리를 뜨는 건가요??????

검둥개 2006-01-06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겐 좀 지루한 영화였어요. 구성면에서... 그러나 뮌헨 사태의 기억이 저보다 강렬한 사람들에게는 어필할 거라 봅니다. ^^ 저의 시어머니와 친구분은 무척 좋아하셨다니까요! ^ .^

나무님 아무 관계두 없는데 식구들이 엉뚱하게 초콜렛을 많이 먹어서 입병이 난거라고 억측을 하는 겁니다. ^^;;; 항생제는 의사처방받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데 제가 의사와 분규 중인데다가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약을 구하는 데 고생을 했던 거야요.

파비아나님 어떻게 각을 잡아두 통증이 장난 아녀요. 흑흑. 이제 정말 늙는 거라는 실감이 나고 있다는. -- .--;; 그러나저러나 정말 삼돌이 요즘 군기 빠져서 안되겠죠? 시댁에 와 있으니까 지금은 제가 어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돌아가면 손 좀 봐야겠다는! ㅎㅎ :)
 
영혼의 빛 1 환상문학전집 34
메리 도리아 러셀 지음, 형선호 옮김 / 황금가지 / 199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더 이상 공상과학소설을 단순한 오락물이라고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더 이상 소설의 한 하위장르로서 SF가 성취할 수 있는 문학적 가능성에 의심을 품지 않을 것이다. 메리 도리아 러셀의 <영혼의 빛 The Sparrow>, 그리고 그 후속편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God>은 외계 행성 라캐트(Rakhat)의 두 종족, 루나와 자나타간의 갈등과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의 중심에 휘말린 인간들의 대서사시이다.

<영혼의 빛>과 <신의 아이들>의 주인공은 예수회 신부이자 언어학 교수 에밀리오 산도즈. 그의 친구인 천문학자 지미 퀸은 푸에르토리코, 아레시보 천문대에서 2019년 외계 행성으로부터의 전파를 포착한다. 그 전파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21년, 예수회는 네 명의 예수회 신부, 에밀리오 산도즈, 마크 로비쇼, D.W. 야브로, 앨런 페이스를 천문학자 지미 퀸, 인공지능 분석가 소피아 멘데즈, 의사인 앤 에드워즈와 그의 남편 토목공학자 조지 에드워즈와 함께 18광년 거리에 위치한 라캐트 행성으로 비밀파견한다.

<영혼의 빛>은 그로부터 약 40년 후인 2059년, 열 손가락의 근육이 모두 절단된 참혹한 상태로 그리고 그보다 더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안고 라캐트 행성의 한 루나족 아동을 살해한 죄목과 함께 홀로 지구로 돌아온 에밀리오 산도즈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절망에 빠져 있으며 밤마다 악몽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예수회에서 탈퇴하기를 고집한다. 라케트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후속편인 <신의 아이들>은 간신히 심신의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평화를 얻기 시작한 산도즈가 다시 한 번, 이번에는 (교황의 승인 하에!) 강제납치되어 라캐트 행성으로 보내지는 것으로 시작된다. 2078년 라케트에 도착한 산도즈는 그 사이 일어난 변화 앞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라케트의 거대한 변화는 38년 전 산도즈 일행의 도착과 함께 시작되었던 것이다. <신의 아이들>이 <영혼의 빛>과 함께 번역-출판되지 않은 것은 그런 의미에서 실로 애석한 일이다. <영혼의 빛>에서 시작된 사건들은 <신의 아이들>에서야 비로소 완결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모험과 극한의 고난을 거치고, 그로부터 살아 돌아온다는 점에서 에밀리오 산도즈는 수많은 신화 속의 영웅들과 다르지 않다. 이 책이 단순히 한 신부의 종교적 체험 이상으로 확장되어 일반성을 획득하는 것은 바로 이 점에서이다. 생생하게 묘사되는 산도즈 주변인들의 극적인 일생 또한 그에 공헌한다.

왜 인간은 단순히 그 곳에 지능을 갖춘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십 광년 거리에 있는 외계 행성에 가고자 하는가? 그러한 생명체가 우주 안에 존재하는지를 발견하는 것이 왜 우리에게는 그토록 중요한 일인가? 이러한 질문은 불가피하게 인간의 존재 의미라거나, 삶의 가치와 같은 다른 오래된 질문들과 얽히게 된다. 공상과학소설과 종교적 질문의 결합이 기이하게 호소력을 지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전직 인류학 교수인 저자 메리 도리아 러셀은 인류학 외에도 생물학, 유전학, 해부학, 지리학 등의 분야에서의 자신의 지식을 잘 살려 설득력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배경과 호소력 있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창조했다. 이 대 서사시의 엔딩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적이고 아름답다. 독서 후에 여러 번 다시 생각하게 되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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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1-05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첫 책을 아주 스케일이며 깊이가 방대한 책을 고르셨군요. 리뷰에 의하면...
멋져버려부립니다.^^

sorkrksmsrlf2 2006-01-05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책 소개만 하는디......................
이런 소감문은 어제 쓸지 음............ㅠㅠ

blowup 2006-01-05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주적 감동.

깍두기 2006-01-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검둥개님! 이게 뭡니까!
품절 SF의 리뷰를 쓰시다니! 그것도 이렇게 훌륭하게!
난 어떡하라고! 흐흐흑........

비로그인 2006-01-05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새해를 여는 멋진 리뷰입니다. 둥개님 새해에는 쵸코렛 조금만 묵고 건강하시길-

검둥개 2006-01-06 0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그건 정말 오진이라니까요. --.-- 저의 입병과 초코렛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데두 아무도 안 믿잖어유, ㅠ.ㅠ

깍두기님 죄송하여요. ^ .^ 저두 이 책이 품절이고 후속편은 번역도 안 된 걸 보구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꺼이꺼이. 언젠가 헌책방에서 우연히 만나실 날이 있으리라구 봅니다!

나무님 ㅎㅎ 이 책이 정말 우주적 감동이어요. 처음에는 조금 읽기 힘든데 점점더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된답니다! ^^

sorkrksmsrlf2님 처음 뵈어요. 반갑습니다. :)

로드무비님, 아주 멋져버리는 책이 맞당께요!!! ^^ 읽고 무지하게 뿌듯했어요. ;) 2005년의 마지막 책이었답니다.

sayonara 2006-01-25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많은 걸작SF를 접해봤지만, 감히 '최고'라는 표현이 어울릴만한 SF는 읽어봤던 기억이 없는데... 검둥개님의 추천을 믿고 일단 보관함으로... 근데 품절이... -_-+

검둥개 2006-01-30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읽어보시면 맘에 드실 겁니다. ^ .^
전 사실 SF를 아주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이 작품은 무척 맘에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