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느라고 깜빡했으나 뒤늦게 나도 새해결심이라는 것을 했다.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수다도 열심히 떨기로 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내가 재미있게 대화하거나 그나마 머리를 쓰면서 뭔가를 생각하려고 하는 곳은 이 곳 뿐이다. 그러나 나는 종종 말하기가 싫어진다. 나는 아무래도 secret-oriented한 사람일까? 그리고나선 스스로에게도 발설하지 않고 꼭꼭 간직한 그 비밀을 까먹는다. 너무 예뻐서 사놓고는 쓰지 않은 채 묵혀두는 사이 어느새 낡고 촌스러운 것이 되어버린 편지지처럼.
문제는 말하지 않으면 생각도 없어진다는 사실. 나는 내가 채소처럼 멍한 상태로 단순하게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한 때 꿈꾸었던 목표를 드디어 달성했다는 뿌듯함과 골빈 천치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괴감을 동시에 느꼈다.
그래서 매일 꼭 일기를 쓰기로 했다. 일기를 쓰는데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적절한 수화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데 있는 것 같아 이번에는 내가 읽은 소설 중에서 맘에 쏙 드는 적당한 인물을 골랐다. 그런데도 그저께 결심을 하고 새해 첫 일기를 쓰고는 어제는 또 실패했다. 지금은 하루 걸러서 쓰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래도 괜찮을까, 하고 열심히 물어봤자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최소한 이정도라도 아직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탈선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궤도에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