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트리를 내가다가 그랬는지 어쨌는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요즘 나의 허리가 엄청나게 아프다. 움직일 때마다 쑤시고, 앉아 있어도 시리고 아프고 뻣뻣해서 그야말로 고통의 도가니. . --.--;;;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벌써 한 일주일은 넘은 것 같은데 전혀 진전이 없어서 은근스레 걱정이 되기 시작하고 있다.

성탄 직후에 바로 심각한 감기 몸살에 걸려서 끙끙 앓고 잃어났더니 그 여파로 바로 입이 헤어지기 시작. 지난 독립기념일에 겪었던 그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 입술이며 그 주변이 두 배로 붓고 헤어져서 보기에 실로 참혹하다. 시댁에 올 때마다 아파서 쓰러지는 일이 반복되자, 시어머니는 아무래도 내가 이 곳에 올 때마다 과자와 초콜렛(성탄에 선물용으로 들어오는)을 너무 먹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심각하게 의심을 하신다. (초콜렛을 독차지하고 싶은 삼돌이와 초콜렛을 열심히 먹다가 배탈이 나신 시할머니는 시어머니의 가설을 적극 지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결국 나에게는 초콜렛 접근 금지 명령이 떨어졌다. 앓다가 앓다가 간신히 항생제를 구해서 (그 사연까지 도저히 여기다 쓸 수 없다. 끄으으) 먹었더니, 오늘 드디어 좀 나아져서 알라딘에 들어와서 이렇게 주절주절.

좀 쉰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바로 몸이 고장나는 것은 긴장이 풀리는 때문일까! 그러나 해결해야 할 자잘하고 머리 아픈 문제들은 전혀 나의 고장난 몸과 함께 쉬어주지 않는 것을. 등록금 몫으로 받은 론 처리과정이 복잡하고 문제가 많아 그걸 해결하느라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대야 했다.

하여간 이 모든 드라마틱한 이벤트의 와중에서 신년을 맞느라 새해 결심 같은 것은 해보지도 못하고 새해를 맞고 말았다. 정신이 혼곤한 와중에 어제 오후에는 캘리포니아에서 올라온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간다는 시어머니에게 엉겁결에 이끌려 삼돌이와 함께 영화관에 갔다. 원래 계획은 삼돌이와 나는 킹콩을 보고 시어머니와 시어머니의 친구분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뮌헨을 본다는 것이었는데, 두 영화의 시간이 딱 맞어떨어지지 않아서 연장자 존중의 정신에 따라 다같이 뮌헨 상영관으로 들어갔는데, 한 시간쯤 지나자 자리를 뜨는 관람객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삼돌이와 나는 차마 나가지도 못하고 몸을 비틀며 괴로움을 속삭이는 것으로 고통을 감내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나머지 시간 동안 나는 오로지 두 가지 생각만을 했다. 첫째는 아아 얼마나 더 있어야 이 영화가 끝날 것인가, 와 두번째 지금 이 상영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전부 나이든 유태인들이 아닐까 하는.

영화가 끝났을 때는 여섯시. 아침을 10시에 먹은 뒤 아무 것도 안 먹어서 집에 왔을 땐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았다. 중국집에서 배달된 음식을 먹는 저녁시간은 참으로 고요했다. (주린 배를 채우느라 아무도 대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특히 헤진 입 때문에 모든 음식을 콩알 크기로 잘라야 입에 넣을 수 있는 나는 더욱더 열을 내며 먹었다. 그래봤자 보통 식사 시간에 보통 식사량의 반밖에 먹지 못한다는 비극.

참으로 파란만장했던 하루였다고나 할까.  아으으,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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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06-01-05 0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뮌헨은 절대 피해야겠군요. -_-;;
저도 신년벽두부터 치과에서 드릴링받고 지금 심신모두 쇼크상태에요 ㅠ_ㅠ
어여 빨리 나으셨음 좋겠네요. 저도...흑흑


검둥개 2006-01-05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키티님, 이 새벽에 누구신가 했더니 ^ .^ 키티님이시로군요. 아이고 이빨치료 받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쇼크 상태에서 얼렁 회복하시구요,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로드무비 2006-01-05 0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 입병, 빨리 나으시길.
그게 아마도 몸살 같은 것이었나 봅니다.
여태까지 너무 고생했다는 몸의 신호!^^

줄리 2006-01-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새해에 대해서 검둥개님도 쓰셨군요. 근데 고생을 하셨군요 ㅎㅎ
아픈거 빨리 낫고 새해 우리 기분좋게 화이팅 하며 시작해봐요!!

검둥개 2006-01-05 0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감사합니다. 정말 얼른 나았으면 좋겠어요. 허리 아픈 것이랑 입 아픈 것이랑 다 무지하게 귀찮은 거 있죠? ^^

줄리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

paviana 2006-01-0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런 난감한 상태라니요.. 허리 아프시면 누워있다가 좀만 잘못 움직이면 찌리릿 아프셔서 각을 잘 잡아서 계셔야 되겠네요. 거기다 먹는 것까지 부실하시니....
빨리 나으셔야 할텐데...
요즘 삼돌님께서 혹시 삼돌님의 본분을 잊고 마도의 길을 벗어난 행동을 하셔서 님에게 트리를 옮기게 한 것이면 적절한 대응방법을 생각하시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하세요.^^

blowup 2006-01-05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콜렛 때문이라니. 하하.
그런데 항생제 처방이라니.
그 사이에 뭐가 빠져 있는 걸까, 너무 궁금해요. 사연을 공개해 주세요,

마태우스 2006-01-05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뮌헨 꼭 보고싶은 영화인데 왜 자리를 뜨는 건가요??????

검둥개 2006-01-06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제겐 좀 지루한 영화였어요. 구성면에서... 그러나 뮌헨 사태의 기억이 저보다 강렬한 사람들에게는 어필할 거라 봅니다. ^^ 저의 시어머니와 친구분은 무척 좋아하셨다니까요! ^ .^

나무님 아무 관계두 없는데 식구들이 엉뚱하게 초콜렛을 많이 먹어서 입병이 난거라고 억측을 하는 겁니다. ^^;;; 항생제는 의사처방받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데 제가 의사와 분규 중인데다가 기타 등등의 이유로 약을 구하는 데 고생을 했던 거야요.

파비아나님 어떻게 각을 잡아두 통증이 장난 아녀요. 흑흑. 이제 정말 늙는 거라는 실감이 나고 있다는. -- .--;; 그러나저러나 정말 삼돌이 요즘 군기 빠져서 안되겠죠? 시댁에 와 있으니까 지금은 제가 어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돌아가면 손 좀 봐야겠다는!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