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머리를 쳤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뭘 어쨌다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모호하기 짝이 없는 단어, '이렇게'.
그에 바로 뒤이어 이런 질문이 마치 누가 대놓고 묻는 듯이 들려왔다.

그렇게 좀 살지 마라.

술자리에 가면 꼭 이렇게 남의 인생에 모호한 코멘트를 날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과연 자신들이 구사한 "그렇게"라는 지시어의 대상을 알고나 있었을까?
뭐가 그렇게냐고 대답을 다그쳤으면, 있잖아 에이 씨, 같은 막연한 대꾸를 하지 않았을까.

이런 애매한 논평을 받은 당사자들이 얼굴이 붉어져서 화를 내거나 그냥 잠자코 술잔을 비우거나 그러는 너는 뭐 대단하냐, 하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어쨌건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런 소리가 들려나오는 술자리에 있었던 적은 있어도 그런 소리를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도대체 뭔 일인지. 오늘 아침 누가 갑자기 내 귀에다 대고 그런 질문을 하는 것이다.

뭐가 이렇게냐고 나는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질문을 하는 사람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아무 데서도 대답 따윈 들려오지 않는다.
어느 넘이 이렇게 무책임하게 남의 삶을 싸잡아 문책하는지 부아가 끓어오른다.
어딘가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면 싸대기를 한 대 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는 너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좋겠다고 생각하는지 말 한 번 해보라고.

그런데 누가 질문을 하고 있는 건지를 도저히 알 수가 없으니 어쩌면 좋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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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4 14: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평점 :
품절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이나 표지가 확 깬다. 원제는 불어로 <튜브의 형이상학>, 영어로는 <비의 본성> 으로 번역되었으니 한국어권 및 영어권 번역자들 다 제목 정하는 데 고생 좀 한 모양이다. 그냥 <튜브의 형이상학>이라고 직역하는 것이 차라리 내용을 가늠하는 데는 수월했을 것을.

덕분에 한국 번역본 제목을 찾는 데 고생 좀 했다.

튜브가 도대체 어떤 종류의 것이냐, 하는 질문에는 아래의 이태리(?) 번역판 표지가 좋은 답을 준다.

연고 튜브같은 것이 아니고 일종의 소화관 같은 무조건 삼키고 배설하는 종류의 튜브다.
표지 그림도 역시 이태리판이 제일 맘에 든다는.







책 표지 이야기는 그만 하고 내용으로 넘어가면, 배경은 70년대 일본,

주인공은 태어나서 두 살이 될 때까지 미동도 없이 아무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소화관처럼 먹고 싸는 일 외에는 전혀 하지 않는, 그래서 부모에게 "식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우는 벨기에 부모를 둔 아기.  이 상태의 아기는 또한 신이나 다름없다. 아무 것도 원하지 않고 기대하는 바도 없으며 아무 것도 지각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으며 아무 것에도 관심이 없다. 아기의 삶은 신의 삶과 마찬가지로 완전하며 결여가 없다. 그래서 튜브 상태의 아기는 '사는' 게 아니라 단순히 '존재'할 뿐이다.

우연히, 뭔가 알 수 없는 사건이 이 신적 아기의 머리에 발생해,  처음으로 아기가 튜브상태를 벗어나는 순간이 온다. "식물" 아기가 귀찢어지게 울어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유는 처음으로 세계와 사물이 자신 밖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신이 인간으로 전락하는 순간. 인간이 된 신은 절대적으로 불만족스럽다.
그에게는 정말이지 용납이 안 되는 이 오만가지 결여!

열을 받을대로 받아서 방 천장에 금이 가도록 낮밤으로 울어대는 이 인간이 된 신에게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설득하는 데 성공한 사람은  손녀가 드디어 두 해 동안의 코마 상태에서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수트 두 벌을 맞춰 일본으로 날아온 할머니.

벨기에산 화이트 초콜렛의 맛을 보자 이빨도 안 난 손녀는 곧 분노를 잊는데 .
그야말로 할머니야말로 인생을 좀 아는 양반.

식물 상태를 벗어난 손녀는 비로소 언어를 익히며 인간의 세계에 적응해간다. 빗 속에서 수영을 한다든가, 맛난 음식을 먹는다든가,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본다든가 하는 감각이 주는 쾌락을 백 퍼센트 즐기면서. 사는 것도 할 만하군, 두살박이는 마침내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한편 유년기 아이들을 작은 신으로 간주하고 숭앙하는 일본 관습에 철저한 일본인 유모의 보살핌은 자신은 신이라는 아기의 확신을 한층 더 강화시킨다.

하지만 세번째 생일날 그토록 원한 코끼리 인형 대신 제일 밉스런 물고기, 잉어를 세 마리 받게 되는 재난이 발생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몇 년 후엔 외무관인 아버지의 발령지 변경에 따라 아기도 식구들과 함께 일본을 떠나게 될 것이라는 따라서 일본인 유모와도 이별하게 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통보된다.

이미 자신을 일본인으로 확정지어 놓은 아기는 그렇게 되면 자신은죽고 말거라고 항변하지만 , 어른들 귀에는 택도 없는 소리. 절대로 안 죽으니 걱정 말라는 대답만 돌아오는데.

간신히 식물 상태를 벗어난, 처음으로 지겹기 그지없는 죽음과 같은 완벽한 존재의 상태를 벗어나 살아 있는 인간이 된 아기는 이렇게 비통하게 자신의 깨달음을 서술한다.

"어떤 의미에서 나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순간에 다다르면 모든 인간이 배우게 되는 것을 나 또한 배운 것이다. 결국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을 잃는다는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모두가 우리에게서 박탈될 거라는 사실.  ...  삶은 우리가 상실하는 것들에 대한 애도와 비탄으로 수놓인다. 사랑하는 전원을, 산을, 꽃을, 집을, 유모 니시오상을, 그리고 모국어인 일본어를. 게다가 이건 오직 끝없이 이어지는 상실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렇게 잃는 것들 중 어느 것도 우리에게 되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생일선물로 주어진 잉어 세마리의 끼니를 챙겨주는 일은 아기를 더욱더 깊은 절망으로 빠뜨린다.

먹이를 떨어뜨릴 때마다 수면으로 용솟음치며 몸통 너비로 사정없이 아가리를 벌려대는 잉어들의 모습이 징그럽기 그지 없는 것이다.  사정없이 아가리를 벌려 속창시를 다 내보이는 숭악한 잉어들. 차에 깔려 납작사한 개구리를 보는 일이라든가 똥으로 자기를 만드는 일 같은 것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역시 한 때 신이었던 아기라 이런 깨달음에 도달하는 일도 뭐 식은죽먹기.

"잉어들의 속창시가 징그럽다구? 그게 바로 네 속창자가 생겨먹은 모양이야. 그게 그렇게 징그럽다면 아마 잉어들의 속창시에서 너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이겠지. 이게 바로 인간들의 모습이란 걸 모르니? 잉어들보다야 좀 덜 탐욕스럽게 먹긴 해도 인간들도 잉어와 마찬가지로 먹잖아. 그리고 네 엄마와 언니의 위장 속도 꼭 잉어들의 속창자 같이 생겼어. 너만은 잉어와 다르다고 생각하니? 너는 튜브에서 떠오른 또다른 튜브야. 최근에 넌 네가 뭔가 좀 대단한 생각을 하는 존재라고 믿으면서 너는 뭔가 특별하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또라이. 넌 튜브고 평생 튜브일 뿐이야."

지겹고 지루한 튜브 상태를 벗어나 드디어 뭔가 멋진 삶에 진입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봤자 결국 삶은 또다른 튜브 상태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성과 속, 지루함과 징그러움.

"눈을 떠봐. 삶이란 네가 바로 지금 보는 것이야. 점막, 속창자, 바닥도 없이 채워지기만 요구하는 구멍, 삶은 끊임없이 삼키지만 언제나 비어 있는 튜브야."


밥맛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아기는 잉어들이 사는 연못에 뛰어들어 자살을 시도하지만 여의치 않아 미수에 그친다.
잉어에게 밥주는 일만은 고만 좀 했으면 좋겠다는 호소도 그럼 엄마와 함께 하면 된다는 답변으로 인해 묵살되고 만다.

그리고 아기 왈,
세살 이후로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존재와 무, 삶과 죽음에 대한  가벼운 트위스트 정도로 읽으면  딱 좋다.
세살짜리 주제에 엄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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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8-01-2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판의 제목과 표지는 아동도서같네요,,^^;;;
님의 리뷰를 읽으니 이 책을 사 읽을 필요를 느끼지 못하겠어요~.
간만에 적당한 길이의 좋은 리뷰를 읽었습니다.

검둥개 2008-01-21 08:10   좋아요 0 | URL
정말 아동도서 같아요.
사실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요.
리뷰에 언급 못한 재미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저는 나름 즐겁게 읽었답니다.
짧아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기도 했구요. ^^

치니 2008-01-21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통의 책은 언제나 이게 문제인 거 같아요.
여기서 '이게'란 , 리뷰에 언급 못한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최고야 라고 말하기엔 주저하게 만드는 그 무엇. ^-^;; 제 생각에요. 두서너권 읽고나서 또 찾아보지 않게 되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듯 하고...

검둥개 2008-01-21 12:22   좋아요 0 | URL
별을 너무 후하게 줬나봐요
재미있다는 생각에 그만. ^^
전 노통의 책을 이것까지 포함해서 딱 두 권 읽었는데,
그냥 그렇단 말이죠?

치니 2008-01-22 13:07   좋아요 0 | URL
저도 두 권 읽었어요, 이 책은 안 읽었고, <오후 네시>와 <살인자의 건강법>을 읽었었는데
<오후 네시>를 읽었을 땐 전율이 오를만큼 이었다가,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좀 질리더라구요.
물론 잘 쓰긴 했지만...다음 책은 망설이게 되는.
하지만 이 책도 아직 보관함에 있어요. ^-^

검둥개 2008-01-24 0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두려움과 떨림>, 아주 재밌었어요. :-)

네꼬 2008-02-02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네꼬라고 합니다. 이주의 리뷰 보고 따라왔어요. (축하드려요~) 노통 책들은 정신 번쩍 들었던 게 반, 하품했던 게 반이었는데, 이 책은 제목이 좋아서 읽으려다가 표지가 표지가 표지가 그래서 안 읽고 있었어요. 근데 나비님 말씀따나 리뷰를 읽고 나니 인제 책 안 봐도 될 것 같아요. (^^) 근데 여기 오니까 나비님 치니님 다 계시네요. 종종 들르겠습니다. 하핫.

- 근데 근데 (나도 모르게 입을 내밀고) '아동도서'도 심오한 것 많다고요 뭐. :p

검둥개 2008-02-03 03:02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네꼬님. 고양이 얼굴 너무 귀여우십니다.
이주의 리뷰가 되었다니 놀랐어요.

저 아동도서 아주 좋아해요.
특히 그림이 많이 나오는 종류를요. ^^

프레이야 2008-02-03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정성껏 쓰신 글이네요. 원판과 이탤리판 책표지도 구경하구요.
원제의 느낌이 저도 훨씬 좋으네요. 튜브가 제겐 뱀처럼 보여요. 욕망하는 뱀이요.
그러니 늘 채워도 채워도 텅 빈 튜브처럼 허전할 밖에요, 우리 삶이..
전 노통의 살인자의 건강법과 적의 화장법을 읽었어요. 충격적인 반전이 기억에 남아요.
이 책은 앞부분을 좀 읽다가 덮은 게 벌써 몇년이나 되었네요. 당시 별로 와닿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버지 덕에 일본에 대한 동경을 많이 갖고 있는 작가 같더군요.

검둥개 2008-02-04 22: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글쎄 원제를 그대로 썼어도 괜찮았을 것 같은데
왜 굳이 바꿨는지 모르겠어요.
작가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냈기 때문에
많은 기억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번 미 대선이 내게는 여러모로 흥미있는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원래 정치에는 관심 제로인 나조차도 이런 데 귀를 기울이고 있으니.

며칠 전에는 이런 뉴스 기사가 났다:  클린턴 대 오바마 - 매니지먼트 스타일
( URL: http://embeds.blogs.foxnews.com/2008/01/16/clinton-vs-obama-management-style/  )

사연인즉슨, 그렇지 않아도 국정 운영 능력 미숙이라는 비판을 종종 받는 오바마가 이런 말을 했다는 거다.

"나는 관리자가 아닙니다. 경험에 관해 토론을 하는 중에 몇몇 후보들은 대통령의 일이라는 것이 무슨 관료체제에 속해 관료체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 합니다. 글쎄 그건 내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일이 아닙니다. 대통령으로서 내 일은 관료제가 갈 그 곳이 어딘가 하는 비전을 세우는 것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국정 운영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 힐러리 클린턴이 바로 반격에 나섰다.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한 나라의 CEO가 된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전을 세우고 분위기를 잡고 국민을 뭉치게 하고 하는 것이 대통령의 일이라는 오바마의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관료제를 관리하고 운영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

이렇게 말하고는 부시 공격으로 돌진:

"솔직히 관료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데 실패한 대통령을 우리가 지금 보고 있지 않습니까. 현대통령은 하바드 비지니스 스쿨이 주창하는 CEO 모델에 따라 분위기를 잡고 목표를 세우고 할 거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 목표를 실행하는 역을 한다고 했지요. 이제 우리는 그로부터 파생된 실패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

오바마 대답:

"현대통령이 뭐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린 적은 없잖습니까? (웃음) 그가 실패한 것은 자신의 입장과 상충하는 의견을 무시한 것, 다양한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불러들이고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것입니다. "

힐러리 계속 반격:

"비전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통령은 모름지기 비전에 입각해 행동하고 결과를 산출해야 하며 문제가 있으면 잘못이 있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사이의 이 논쟁은 경영학에서 친숙한 논제인 리더식 vs 관리자식 경영 스타일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온라인의 댓글에 두번째로 누군가가 이 리더와 관리자/매니저의 차이점을 지적해놓기도 했다. (내가 한 번 쓰려고 했더니!) 요약해서 말하자면 리더는 아랫사람이 흥이 나서 자진해 일하게  사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고 매니저는 아랫사람이 주어진 일을 꼭 하도록 만드는 사람 일이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한 말만 가지고 오바마는 리더형이고 클린턴이 매니저형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리더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실은 매니저형이며 그 중에서도 상당히 무능력한 매니저가 있고 꼼꼼한 매니저들 중에도 큰 흐름을 잘 읽고 조직에 적합한 미래 계획과 비전을 세울 줄 아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대통령에 출마하면서 비전 따윈 필요없고 관료제를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라는 소리를 하고 다니면서 당선을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오바마의 발언은 힐러리 클린턴에 비교해 상대적 경험 부족이라는 비판에 대한 대응인 셈이고, 정작 본인이 대단한 리더인지는 아직 증명해야 할 과제라고 보는 것이 적합할 것이다. (멋진 연설을 하는 것이 그 자체로 리더를 만드는 것은 아니니까.)

투표권만 있어도 좀더 상세한 분석을 하겠지만, 뭐 어짜피 둘 중 하나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뉴스위크에 최근에 힐러리 클린턴을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가 났는데,
http://www.newsweek.com/id/91795
그 중에 힐러리 클린턴은 미국에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정치가 중에 가장 적게 이해되고 있는 인물이라는 논평이 눈에 띄었다.

정치가란 성공하려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역시 더 중요한 것이 말발과 돈과 이미지 메이킹인데, 힐러리 클린턴은 이미지 메이킹에 상당히 소홀했던 측면이 없지 않다. 지금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저러나 한국 대통령들의 역대 경영 스타일은 도대체 뭐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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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9 1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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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0 02: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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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의 "사랑의 지옥"과 항상 헛갈리는 시.

사랑이란 말과 지옥, 연옥, 감옥, 이런 말은 모두 왜 이렇게 잘 어울리는 것 같을까?
랭보의 <지옥에서의 한 철> 생각도 갑자기 무럭무럭.

94년에 이 시집, 사랑의 감옥을 산 걸로 되어 있는데 읽은 기억은 전무하기만 하다.


---------------------------

사랑의 감옥 / 오규원


뱃속의 아이야 너를 뱃속에 넣고
난장의 리어카에 붙어서서 엄마는
털옷을 고르고 있단다 털옷도 사랑만큼
다르단다 바깥 세상은 곧 겨울이란다
엄마는 털옷을 하나씩 골라
손으로 뺨으로 문질러보면서 그것 하나로
추운 세상 안으로 따뜻하게
세상 하나 감추려 한단다 뱃속의 아이야
아직도 엄마는 옷을 골라잡지 못하고
얼굴에는 땀이 배어나오고 있단다 털옷으로
어찌 이 추운 세상을 다 막고
가릴 수 있겠느냐 있다고 엄마가
믿겠느냐 그러나 엄마는
털옷 안의 털옷 안의 집으로
오 그래 그 구멍 숭숭한 사랑의 감옥으로
너를 데리고 가려 한단다 그렇게 한동안
견뎌야 하는 곳에 엄마가 산단다
언젠가는 털옷조차 벗어야 한다는 사실을
맷속의 아이야 너도 태어나서 알게 되고
이 세상의 부드러운 바람이나 햇볕 하나로 너도
울며 세상의 것을 사랑하게 되리라 되리라만



오규원,  <사랑의 감옥>, 문학과 지성사 1991.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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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11: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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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4 1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14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슈마리 2008-01-18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뽀 블로그에 들렸삼 ㅋㅋㅋ 블랙독 귀엽군하.

검둥개 2008-01-19 11:31   좋아요 0 | URL
아니 꽈리 사진이 더 예쁘게 나왔잖아 흥흥.
역시 꽈리가 미녀긴 미녀가 맞네 :-)
 
가을 저녁을 바라보는 고요한 시선



영화 ONCE를 봤다.


이웃이 더블린 시내에서 길거리 음악가 노릇을 해 번 잔돈을 훔쳐보겠다고
뜀박질 실력도 없으면서 잔돈이 든 기타 케이스를 들고 뛰는 한심한 건달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 무첫 인상적이었던 영화. 

결국 추격 끝에 생포된 건달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아파 죽겠어서 그랬다. 미안해. 내가 정말 아파 죽을 것 같아서 그랬어."
이렇게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불쌍한 목소리로 사과를 한다.
"어머니는 잘 계시냐?"

이어지는 주인공의 대꾸는 더 걸작.
"우리 어머니 죽은 지가 언젠데."
"다음부터는 차라리 그냥 돈을 좀 달라고 해라. 이렇게 숨차게 뛰어다니게 좀 하지 말고!"

낮에는 사람들이 척 들으면 아는 인기 가요를 연주하고 인적이 뜸한 밤에만 목이 터져라 자작곡을 노래하는  사내.

어느 밤 그렇게 한 곡을 끝내고 나자 어둑한 거리에 한 여자가 서서 열심히 박수를 치고 십센트를 기타 케이스에 넣어준다.
왜 이렇게 좋은 곡을 낮에는 연주하지 않느냐고 물으면서.

돈을 벌려먼 인기 가요를 연주해야 한다고 답하자,
그녀는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거냐고,
지금 내가 돈을 이렇게 넣어주지 않았느냐고 반론한다.

"글쎄 이렇게 겨우 십센트를 받았잖아요!"
 여자가 방금 넣은 돈을 들어 보이며 목소리를 높이는 사내.

"그럼 직업을 갖지 그래요?"
여자는 끈질기게 묻는다.
"나 직업 있어요."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남자.
"무슨 일을 하는데요?"

후버 청소기를 고치는 가게에서 일한다고 하자 여자의 얼굴이 금새 환해진다.
고장난 후버 청소기가 집에 있다며 내일 그걸 이리로 가져오겠다는 여자.

그들은 만나서 반갑다며 악수를 나눈다.





체코에서 아일랜드로 이민온 여주인공이 고장난 진공청소기 후버를 끌고 주인공과 태연히 시내를 걸어 공짜로 피아노를 치게 해주는 악기점으로 들어서는 장면은 왠지 가슴 한 켠을 서늘하게 하는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영화에 나온 노래들은 실제로 주연을 한 두 배우,
아일랜드인 글렌 한스라드(Glen Hansard) 와 체코인 마르케타 이르글로바(Markéta Irglová)가 작곡하고 부른 것이다.

The Swell Season (은성한 시절) 이라는 이름의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의
2007년 11월 18일 워싱턴DC 콘서트 라이브를 볼 수 있는 링크: 
http://www.npr.org/templates/story/story.php?storyId=12100950

영화로 얻은 인기가 믿기지 않는 듯 어수룩한 그들의 목소리가 왠지 친숙하게만 들린다.

콘서트 장소에 들어서는 이들을 붙잡고 티켓이 없어서 못 들어가게 됐다고 하소연하는 사내를 위해
글렌 한스라드는 그 자리에서 기타를 매고 직접 몇 곡을 불러줬다고 하는데.
( http://catesmusings.wordpress.com/2007/08/02/the-swell-season  )

너무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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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8-01-1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트랙백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신기하네요.^^

'은성한'이라는 표현이 참 좋습니다.
괜히 가슴 설레네요.

검둥개 2008-01-14 13:52   좋아요 0 | URL
저두 해보고 신기했어요. 항상 트랙백이 뭔지 궁금했거덩요.
페퍼 아래루 쭈욱 가서
먼댓글 바로쓰기라는 링크를 클릭하고 쓰니까 이렇게 되더이다. ^^

은성(殷盛)하다, 는 말 참 좋지요?
성하고 성하다 이런 뜻이라네요.
(혹시나 해서 쓰기 전에 사전 찾아보고 썼다는.)

한자말이 왠지 정답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한자 한자에 뜻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같은 의미를 다른 글자로 두 번 반복해서 쓸 수 있다는 데 왠지 묘미가 있는 듯도 하구요.